가끔은 이런 질문이 불쑥 찾아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대개 하나의 ‘나’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동양의 문자 속에는, 이미 이 ‘나’를 여러 겹으로 나누어
바라보는 지혜가 숨어 있습니다.
我, 吾, 己, 세 개의 ‘나’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않았던 하나의 숫자가 자리합니다.
바로 ‘五(다섯 오)’입니다.
# 먼저 我(아)를 생각해 봅니다.
이 글자에는 창을 뜻하는 ‘戈’가 들어 있습니다.
무기를 쥔 형상. 그래서 ‘我’는 세상과 맞서며 자신의 자리를 확보하는 나, 행동하는 나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나’이기도 합니다.
성과를 내고, 관계 속에서 위치를 지키고, “이건 내 것이다”라고 말할 때의 그 나.
이 ‘我’는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때로는 우리를 지치게도 만듭니다.
# 그렇다면 吾(오)는 어떤 ‘나’일까요.
이 글자는 위에 五(다섯), 아래에 口(입)를 품고 있습니다.
많은 설명은 여기서 ‘입’을 중심으로 멈추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그 위에 얹혀 있는 ‘다섯’입니다.
이 ‘다섯’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동양 사유에서 ‘五’는 인간과 세계를 이루는 기본 구조를 가리킵니다.
• 오감(五感): 우리는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만지며 세계를 경험합니다.
• 오행(五行): 목·화·토·금·수, 세계는 끊임없는 순환 속에서 변화합니다.
• 오장(五臟): 간·심·비·폐·신, 우리의 생명은 다섯 기관의 균형으로 유지됩니다.
• 오온(五蘊): 색·수·상·행·식, 불교는 ‘나’조차 다섯 요소의 집합으로 봅니다.
이렇게 보면, ‘五’는 하나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우리는 단일한 존재가 아니라,
여러 층위가 얽혀 있는 복합적 존재라는 사실.
# 이제 다시 ‘吾’를 바라봅니다.
오감으로 세계를 받아들이고,
오행의 흐름 속에 놓여 있으며,
오장의 균형으로 살아가고,
오온의 집합으로 존재하는 나.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입(口)을 통해 말하고,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
그래서 ‘吾’는 단순한 ‘나’가 아닙니다.
그것은 “세계의 다층적 구조를 체험하고,
그것을 말로 드러내는 나”,
즉 인식하는 나입니다.
# 마지막으로 己(기)를 떠올려 봅니다.
이 글자는 놀라울 만큼 조용합니다.
무기도 없고, 입도 없습니다.
몸을 둥글게 말고 있는 형상일 뿐입니다.
그래서 ‘己’는 말하지 않는 나, 드러내지 않는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스리는 내면의 나입니다.
동양에서 ‘수기(修己)’라는 말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기 전에,
먼저 다루어야 할 것은 이 고요한 ‘나’이기 때문입니다.
# 이제 우리는 세 개의 ‘나’를 함께 바라볼 수 있습니다.
• 我: 세상과 부딪히며 앞으로 나아가는 나
• 吾: 다섯 겹의 세계를 느끼고 해석하는 나
• 己: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며 다스리는 나
우리는 이 세 가지를 오가며 살아갑니다.
문제는 어느 하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어느 하나에만 머무를 때 생깁니다.
‘我’만 강해지면 삶은 끝없는 경쟁이 되고,
‘吾’에 머물면 생각만 많아집니다.
‘己’에 갇히면 세상과의 연결이 희미해집니다.
# 그래서 중요한 것은 균형입니다.
행동하는 나와,
인식하는 나,
그리고 성찰하는 나.
특히 ‘吾’ 속의 다섯(五)을 기억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나는 하나의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감각과 몸, 자연의 흐름, 그리고 마음의 층위가 겹쳐진 존재라는 사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덜 집착하고, 조금 더 이해하게 됩니다.
# 다시 묻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이제 그 질문은 조금 달라집니다.
나는 단 하나의 내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느끼고, 부딪히고, 돌아보는
여러 겹의 나로 살아가고 있는 존재입니다.
첫댓글 오우~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듯한 뇌가 번쩍 깨어나는 말씀 감사합니다 💡😀
새로운 지평이라는 말씀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_()_
소중하고 귀한 가르침,
정말 고맙습니다.
아미타불 _()_
가르침은 아니구요, 생각이 나서 써본 글입니다.
최영근 선생님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_()_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정말잘돼!!!
오행의 흐름으로 나를 성찰하는 방법를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글을 보고 성찰의 기회를 가지셨다니 감사합니다.
즐거운 봄날 되세요. 정말잘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