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의 사망 원인, 배 누르는 이 포즈 위암의 전조였을까
나폴레옹의 유해(Body of Napoleon)는 프랑스 앵발리드(Hotel des Invalides)에 안치돼 있다. 지하의 돔 교회당에 있는
그의 관은 특별히 일곱 겹으로 싸여 있다. 주석과 마호가니, 두 겹의 납과 흑단, 떡갈나무, 마지막은 대리석으로서 유해는 녹색의 돌 위에 놓여
있다. 가히 영웅의 위상을 느낄 수 있다.
기사사진과 설명
‘튈르리 궁전 서재의
나폴레옹(Napoleon in his Study at the Tuileries), 다비드,
1822. |
상복부 통증 완화시키려 배 문질러
나폴레옹을 영웅으로 부르는 이유는 유럽을 제패하며 전쟁에서 훌륭한 군인의 면모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혁명정신을 이어받아
사회·경제·문화적으로도 이룬 업적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의학적인 공헌도 적지 않았다. 수많은 목숨을 희생해야 하는 전쟁
후에 의학은 발전하기 마련이겠지만 나폴레옹 자신도 의학에 관심이 많아 특별히 자신의 사망 후에 부검을 당부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사인은
부검을 통해서도 밝히기가 쉽지 않았다.
나폴레옹의 초상화 중 특이한 자세를 한 것이 있다. 다비드(Jacques-Louis
David, 1822)가 그린 ‘튈르리 궁전 서재의 나폴레옹(Napoleon in his Study at the Tuileries)’인데 워싱턴
국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이 초상화에서 그는 조끼의 단추를 풀고 오른손을 그 속에 넣고 있다.
비서가 남긴 기록을 보면
1802년부터 나폴레옹은 때때로 위 쪽에 심한 통증이 발생했고, 그때마다 책상에 기대거나 의자에 팔꿈치를 대고 조끼의 단추를 풀고는 오른손을
넣어 아픈 곳을 문질러 통증을 완화시켰다고 한다. 이 그림은 그의 독특한 포즈를 그린 것으로 ‘나폴레옹 포즈’로 알려졌으나, 아마도 상복부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취한 자세로 평가된다.
기사사진과 설명
삽화=김성욱 |
비소에 의한 독살설 제기
1821년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사망했을 때 나폴레옹의 사인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만년의 나폴레옹이 보인 증상들이 비소 중독과
비슷하며, 생전에 여러 친지에게 나눠준 그의 머리카락들을 분석해 본 결과 많은 양의 비소가 검출됐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어 비소에 의해 살해됐다는
독살설이 나왔다.
미국의 법의학자도 나폴레옹에게서 비소를 다량 검출했지만, 당시에는 비소가 염료나 약의 원료로 광범위하게 사용됐기
때문에 누구에게서나 어느 정도의 비소 중독은 가능하다고 반론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그가 유배되기 전의 머리카락에서도 비소가
발견됐다. 이는 당시에 유행하던 탈모 치료제의 주성분이 비소였기 때문이라는 연구가 뒷받침돼 독살설은 점차 신빙성이
떨어졌다.
위궤양·의료사고… 무수한 설들
고인의 소망대로 사망 다음 날 시행된 부검 결과 간과 위가 유착돼 있고, 이 부위에 새끼손가락이 들어갈 만한 구멍이 나 있는, ‘위
유문부의 암성 궤양’이 보였다. 그러나 그 궤양의 원인에 대해서는 입회한 나폴레옹의 시의(侍醫) 앙통마르시와 영국 군의관 등의 의견이 서로
달랐다. 당시의 병리학 수준으로 위암과 위궤양을 육안으로 구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다른
주장은 그가 아메바성 간농양(Amoebic liver abscess)으로 사망했다는 설이다. 세인트헬레나는 아메바성 이질이 만연하던
지역(endemic area)이며, 말년에 나폴레옹이 겪었던 오르내리는 열, 밤에 나는 땀, 오른쪽 상복부의 둔한 통증 및 오른쪽 어깨로의
방사통, 간이 만져지며 누르면 아픈 증세, 황톳빛 피부 등은 아메바성 간농양의 전형적인 증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의사의 잘못된
처방에 의한 의료사고로 사망했다는 주장도 있다(Mari F, 2004). 나폴레옹은 소화불량과 창자 경련을 치료하고자 주사기 모양의 관장기로
거의 매일 관장했는데, 이 때문에 칼륨(K+)이 부족해져 저칼륨혈증에 의한 심장부정맥으로 사망했다고
설명한다.
위암·위궤양 천공 가능성 높아
암 환자들이 보통 야위는 데 반해 그는 말년까지 뚱뚱했다. 그래서 나폴레옹이 위암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그의 사인에 관한
여러 학설 중 아직까지는 위암 또는 위궤양 천공에 의한 복막염설이 지지를 받고 있다.
1821년 사망한 나폴레옹의 사인을 밝히려는
연구가 전 세계 곳곳에서 다각도로 계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 여전히 나폴레옹은 살아있는 영웅이 아닐까 싶다.
<황건 인하대 성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