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극단 함께 걷는 사람들의 박 웅 예술감독 김은균 작 연출의 3일만 볼 수 있다면
대학로 이음아트홀에서 극단 함께 걷는 사람들의 박 웅 예술감독 김응균 작 연출의 3일만 볼 수 있다면을 관람했다.
예술감독을 한 박웅(1940~)은 경북 문경 출생이다. 십대는 부산에서 보냈다. 고등학생 때 부산사투리로 원술랑 주인공을 했던 경험이 연극은 전부였다. 그런데 군대를 다녀오니 연극반 선생님은 방송드라마 PD, 친구는 성우가 되어 있었다. 성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960년대 가난한 집안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야 하는 장남에게는 연극이나 예술에 대한 고민이었다기보다는 직장이 필요해서였다. 부산 문화방송국 성우를 거쳐서 1962년에 서울 동아방송국 성우가 되었다.
동아방송국 1기 동기들은 박정자, 사미자, 장미자, 전원주 등이다. 성우가 되어서보니 사람들이 모두 연극 이야기를 했다. 성우를 훈련하는 선생들도 모두 연극인이었다. 제대로 된 성우가 되려면 연극을 알아야 한다고 믿던 시절이다. 1960~70년대에는 보편화되지 않은 TV보다 라디오드라마의 위력이 더 컸다. 방송국 내 연극동아리를 거쳐서 제작극회에서 본격적인 극단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극단 자유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리고 박웅은 한국배우협회장을 3회나 연임했고, 배우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연극협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 뿐아니라 명동에서 20년이나 증권거래소로 사용되었떤 명동예술극장을 복원시킨 장본인이다. 2018년에는 대한민국예술원상의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거기에 장애인극단 함께걷는사람들의 예술감독을 담당할 정도의 연극계에서 가장 따뜻한 가슴의 소유자다.
구성 및 연출을 한 김은균은 극단 함께걷는사람들 대표다. 광성고등학교, 중앙대 예술대 연극영화과 수석졸업, 한국연극배우협회 편집국장, MBC 아카데미 뮤지컬 연기학부 겸임교수,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연기학부 겸임교수, 서울문화재단 문화예술포럼 운영위원 KBS시청자위원회 위원&참여소위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첫째 날은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보겠다. 둘째 날은 밤이 아침으로 변하는 기적을 보리라. 셋째 날은 사람들이 오가는 평범한 거리를 보고 싶다. 단언컨대 본다는 건 가장 큰 축복이다.” 헬렌 켈러의 『사흘만 볼 수 있다면』에 나오는 말이다.
1880년 6월 미국 앨라배마 주의 작은 시골에서 헬렌이라는 아이가 태어났다. 태어났을 때는 별 탈 없이 건강한 여자아이였지만 두 살 무렵 뇌막염으로 추측되는 심한 열병을 앓은 뒤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고 말았다. 듣지도 보지도 못하니 말도 배우기 힘들었다.
아무리 심지가 굳은 사람이라도 절망했을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헬렌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주변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으며 언어를 배웠고 문자를 습득했다. 몇 군데의 장애인 학교를 거친 뒤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대학인 래드클리프대를 졸업했다.
말도 배울 수 없을 거라는 주변의 우려를 깨고 그녀는 20대에 이미 5개국어를 습득했다고 한다. 그리고 작가 겸 사회 운동가로 미국과 전 세계를 돌며 88세로 세상을 뜰 때까지 자신과 같은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
어느 휴대폰 회사의 광고 문구로 유명해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은 헬렌이 직접 쓴 자전적 에세이에서 발췌한 것이다. 50대의 헬렌이 눈을 떠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기적적인 상황을 가정한 글이다. 앞을 볼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닫게 하는 보석 같은 명문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가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 불평하지 말고 받아들여라”라는 말을 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세계 최고의 억만장자인 빌 게이츠의 말이다. 짐작컨대 공감하기보다는 분개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는데 다른 이는 그렇지 못한 게 과연 옳은 일이냐며 따질 것이다. 의견 차이는 있겠으나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엄연한 현실은 변함이 없다.
빌 게이츠의 말이 아니더라도 세상은 불공평하다. 같은 시기, 같은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끼리는 비교되기 쉬워 불공평함이 더 눈에 띌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시선을 돌려 나라 밖을 보자. 선진국에서 태어나 사는 것과 제3세계에서 태어나 사는 것도 사실 불공평한 일이다. 세계를 100명이 사는 마을로 가정한다면 은행에 예금이 있고 지갑에 돈이 있고 집 안 어딘가에 잔돈이 굴러다니는 사람은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여덟 명 안에 든다고 한다. 이 책의 독자들 각자가 얼마나 행복을 느끼는지 모르겠으나 아마 대부분 이 여덟 명 안에 들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도 생각해 보자. 우리는 나름대로 평화로운 자유민주주의 시대에서 살고 있다. 식민지 시대나 봉건 왕조 시대, 설상가상으로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태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제명대로 살기도 힘들었을지 모른다. 직접 비교하기에는 시공간의 차이가 너무 크기에 불공평을 실감하지 못할 뿐이다.
우린 그나마 행복하니까 이대로 살자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현실은 현실대로 인정하는 게 올바른 생각이라는 얘기다. 그래야 다음 단계의 문을 열 수 있다. 마음속에 불평불만을 가득 안고 산다면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분개하긴 쉽지만 있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개선의 길을 도모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길을 가야 한다.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하다 보면 그게 무엇이든 자산이 된다. 위기라는 단어에는 ‘위험’과 ‘기회’가 함께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시련은 성공의 디딤돌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노력에 노력을 더한다면 언젠가 지금의 처지를 웃으며 이야기할 날이 올 것이다.
세상은 불공평하지만 거기가 끝은 아니다. 세상은 시련에 주저앉는 이에게 더욱 가혹한 반면, 노력하는 이에게 보이지 않는 도움을 선사한다. 헨렌 켈러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들이 있다. 바로 헬렌의 가정교사였던 앤 설리번과 그녀의 뒤를 이은 보조자였던 폴리 톰슨이다. 앤과 폴리는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헬렌의 눈과 귀가 돼 주었다. 이 둘은 헬렌에게 있어 부모 이상으로 빼놓을 수 없는 은인이다.
하지만 앤과 폴리의 희생과 헌신은, 만약 헬렌이 불공평한 운명에 절망하고 좌절했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헬렌의 성공적인 삶은 그녀가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밀고 나아갔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헬렌이 스스로를 도왔기에 운명의 여신이 그녀에게 앤과 폴리 같은 헌신적인 조력자들을 보낸 게 아닐까?
당신이 불평 속에 주저앉지 않는다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당신을 도울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주변에도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 등 당신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노력과 기도가 헛되게 하지 말자. 불평만 하고 살기에 우리의 인생은 너무나도 소중하다.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하다 보면 그게 무엇이든 자산이 된다. 위기라는 단어에는 ‘위험’과 ‘기회’가 함께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시련은 성공의 디딤돌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노력에 노력을 더한다면 언젠가 지금의 처지를 웃으며 이야기할 날이 올 것이다.
<3일만 볼 수 있다면>은 연주와 노래, 요들송 가수, 원로 남녀 배우, 판소리 명창의 등장 그리고 배우와 관객이 어우러진 복합문화예술공연이다.
무대 하수쪽에는 어쿠스틱기타, 일렉기타, 베이스, 건반, 드럼과 퍼거션 연주자들이 자리를 잡고 연주와 노래를 한다. 배경에는 장면마다 영상을 투사해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귀에 익은 팝송과 연주가 계속되고 원로 배우 오길주의 해설이 이어지고, 요들송 50년의 명가수 이은경이 출연해 관객을 몰입시키고, 역시 50년 경력의 명 여배우 이연수가 출연해 홍윤경과 함께 헬렌 켈러 공연영상과 함께 연기의 진수를 펼쳐보인다. 판소리 명창이 허애선이 등장하고 김명남의 연주를 마지막으로 공연은 관객의 갈채속에 마무리가 된다.
어쿠스틱 기타와 노래 배민경, 일렉기타 엄기웅, 베이스 최재혁, 건반 홍윤경, 드럼 김선호, 북과 퍼거션 조풍류, 무대감독 천창훈, 기획 허정애, 홍보 및 예약문의 정여진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어우러져, 극단 함께걷는사람들의 박웅 예술감독 구성 및 연출 김은균의 3일만 볼 수 있다면을 헬렌 켈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외국에서의 공연도 바람직한 복합문화예술공연으로 창출시켰다.
박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