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6일 국정기획자문위원장으로 임명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종교인 과세 시행을 또 2년 더 미루려 하고 있다.
종교인 과세는 2015년 12월 2일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입법화됐고 2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2018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한겨레>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진표 위원장은 과세 대상 소득을 파악하기 어렵고 홍보와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행을 2020년으로 늦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발의를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산적한 국정 과제를 안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 남은 7개월 사이에는 도저히 못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개정안 내용에 대해 “종단별 상세 납세 기준을 만들어 그대로 납부한다면 세무서에서 일체 간섭하지 않도록 국세청 훈령을 만들어야 한다”며, “탈세 제보가 있을 때 각 교단에 이첩해 자진납부할 경우에는 세무 공무원이 어떠한 경우에도 교회나 사찰을 세무조사하지 않도록 하며, 국세청이 각 교단과 1년에 한 번 과세 기준을 현실에 맞게 협의해 보완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종교 납세 특권은 적폐 중의 적폐" 납세법 이전에 종교 재정 투명화해야
그러나 이런 내용은 2015년 통과된 개정안보다 퇴행한 것이며, 사실상 종교계를 ‘납세 성역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종교인 과세 문제를 지적해 온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대표는 26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종교인 과세의 본질적 문제는 조세공평에 어긋난다는 것이고 납세에는 특권에 있으면 안 된다. 그러나 종교는 이러한 특권을 너무 오래 누려온 ‘적폐 중의 적폐’”라고 비판했다.
2015년 12월 종교인 납세 법안이 통과된 것은 1968년 종교인 과세 논의가 시작된 지 47년 만이었다. 1968년 국세청에서 성직자에 갑근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행되지 못한 뒤, 1987년 개신교 내부의 납세 논의로 일부 교단이 자발적 납세를 시작했지만 1992년 국세청은 다시 종교인 자율 납세를 공식화했다. 2013년에서야 종교인 과세 법안이 마련됐고 2015년 말 처음으로 종교인 납세 법안이 마련됐다.
김 대표는 “적폐를 청산한다는 문재인 정부가 세금은 공평하게 부과해야 한다는 철학을 집권 초기에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철학을 갖지 못한 정치인들이 종교계 눈치를 보면서 국가의 기본을 건드리며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2015년 통과된 법도 여전히 특권적이고 특례 조항이 많다며, “종교는 헌금으로만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엄청난 세금 혜택과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런데 또 개정된다면 감시받지 않을 권리도 주는 것이다. 이는 종교와 정치간 긴밀한 커넥션, 검은 거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우려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진표 위원장은 수원의 대형교회인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다.
| | | ▲ 지난 5월 16일 국정기획자문위원장으로 임명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종교인 과세 시행을 다시 2년 미뤄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출처 = 김진표 의원 공식 블로그) |
김 대표는 납세법 시행 이전에 종교의 재정 투명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종교 특성상 헌금 등은 주로 현금인데 이를 투명하게 하지 않으면 납세법 시행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현행법 시행에 준비가 필요하다면 실무적 차원에서 공청회를 열어 의견 수렴을 하는 절차는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가장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은 납세법 시행 이전에 종교단체의 재정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12월 통과된 소득세법(종교인 과세 관련법)은 종교인들의 계속적, 반복적 소득을 원칙적으로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세금이 적을 뿐 아니라 학자금이나 식비, 교통비 등의 실비변상액은 비과세로 인정한다. 무엇보다 종교단체가 소득을 기타소득과 근로소득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원천징수 여부도 선택할 수 있다. 또 종교인소득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만 세무조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특혜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종교인 근로소득과세를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이러한 개정안에 대해 “종교인 필요경비율을 크게 낮춰 과세를 강화했지만 여전히 같은 조건의 근로소득자가 종교인보다 8배 많은 세금을 내게 된다”며 조세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 기독교총연합회 등은 “법적 강제성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도록 해야 하며, 종교인 과세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다.
한편, 한국천주교는 1994년부터 성직자들의 성무활동비와 생활비, 수당, 휴가비 등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다만 미사 예물에 대해서는 서울대교구를 제외하고 각 교구별 판단과 지침에 따른다.
또한 성공회는 지난 2012년 성직자 납세를 결의했다. 장로교에서는 기독교장로회(기장)가 처음으로 2015년 9월 총회에서 종교인 남세 찬성 입장을 공식화했다. 불교의 조계종도 종교인 납세에 찬성한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2015년 6월에 정부가 구체적인 납세안을 마련하면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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