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이 있는 국숫집 / 문태준
평상이 있는 국숫집에 갔다
붐비는 국숫집은 삼거리 슈퍼 같다
평상에 마주 앉은 사람들
세월 넘어온 친정 오빠를 서로 만난 것 같다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손이 손을 잡는 말
눈이 눈을 쓸어주는 말
병실에서 온 사람도 있다
식당 일을 손 놓고 온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평상에만 마주 앉아도
마주 앉은 사람보다 먼저 더 서럽다
세상에 이런 짧은 말이 있어서
세상에 이런 깊은 말이 있어서
국수가 찬물을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큰 푸조나무 아래 우리는
모처럼 평상에 마주 앉아서
운문사 뒤뜰 은행나무 /문태준
비구니 스님들 사는 청도 운문사 뒤뜰 천 년을 살았을 법한 은행나무 있더라
그늘이 내려앉을 그늘자리에 노란 은행잎들이 쌓이고 있더라
은행잎들이 지극히 느리게 느리게 내려 제 몸 그늘에 쌓이고 있더라
오직 한 움직임
나무는 잎들을 내려놓고 있더라
흘러내린다는 것은 저런 것이더라 흘러내려도 저리 고와서
나무가 황금사원 같더라 나무 아래가 황금 연못 같더리
이 세상 떠날 때 저렇게 숨결이 빠져나갔으면 싶더라
바람 타지 않고 죽어도 뒤가 순결하게 제 몸 안에 다 부려놓고 가고 싶더라
내 죽을 때 눈 먼저 감고 몸이 무너지는 소릴 다 듣다 가고 싶더라
기러기가 웃는다 /문태준
젊어 남편을 잃고 재가해 얻은 외아들마저 잃은 그녀
언제부터 그녀가 기러기를 기르기 시작했는지는 모른다
기러기는 매일 북쪽 하늘 언저리를 날다 그녀의 집으로 돌아온다
기러기도 마음이 있어 하늘을 서성거린다고 그녀는 말한다
하늘 끝을 날다 다시 돌아서고 마는 그 그리움의 곡면,
그녀가 기러기를 사랑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오늘은 기러기가 새끼 기러기를 등에 업고 날더라고
하늘 구경을 시키더라고 그녀는 기러기 얘기에 좋아라 한다
누렇게 늙어 누운 오이 같은 그녀가 뜨락에 앉아 웃는다
날지 못하는 기러기가 웃는다
어느 날 내가 이곳에서 가을강처럼 / 문태준
내 몸을 지나가는 빛들을 받아서 혹은 지나간 빛들을 받아서
가을강처럼 슬프게 내가 이곳에 서 있게 될 줄이야
격렬함도 없이 그냥 서늘하기나 해서 자꾸 마음이 걸리는 그런 가을강처럼
저물게 저물게 이곳에 허물어지는 빛으로 서 있게 될 줄이야
주름이 도닥도닥 맺힌 듯 졸망스러운 낯빛으로 어정거리게 될 줄이야
바람이 나에게
첫댓글 방문하시는 모든분들 가정에 행운을 빕니다
옥구 서길순 시인님 나눔 고맙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편안하고 행복한 오늘 되세요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태준 시인님
좋은시 함께 합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평상이있는 국숫집/문태준"님의 좋은글에 다녀갑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