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마지막으로 훌훌 다 털어내고 싶다.
4년 전 대학교에 입학하자 마자 남들이 다 뜯어말리는 CC를 자처했고, 의경으로 입대한 군대도 기다리며 꽃신까지 신었지만 그럼에도 그애를 기다린 것에 후회가 없었다. 나한테 가족과 버금갈 만큼 소중한 사람이였으니까. 오히려 대학에 입학해서 그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 사건이 있기 며칠 전까지 말이다.
내게 그런 존재였던 사람이, 단 한순간에 복수심을 품어야 할 대상으로 바뀌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기가 막히고 미칠 것 같았다. 가족만큼 그 사람을 믿었기에 연애하는 4년동안 의심할 나위도 없이 카톡검사 따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고, 술자리에 갈 때면 내가 굳이 말 안해도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던 사람이었다.
그 일이 터지기 며칠 전 같이 크리스마스 여행도 다녀왔었고, 본인 입으로 내게 말했었다. 내 손을 꼭 붙들며 우린 서로에게 신뢰가 깨지지 않는 이상 절대 쉽게는 못 헤어진다고, 결혼하면 본인이 먹여 살릴테니 좋은 자리 취직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또 쓰레기짓 하는 일부 남자들 때문에 본인까지 싸잡혀 그런 취급 받아야 하는게 너무너무 싫고, 본인은 유흥에도 별반 관심 없고 주변 친구들도 다 건전하기 때문에 자기가 생각해도 자기 같은 남자가 또 없으니 본인 옆에 꼭 붙어 있으라고 말했다. 그땐 남자친구라고 그 말만 철썩같이 믿고 그렇게 말해주는 그사람이 마냥 좋았다.




어느날 모르는 여성 분에게 dm이 왔다. "혹시 ○○○씨 여자친구세요?" 라는 말을 시작으로. 간도 크게 술자리에서 처음 만난 여자에게 본인 이름이랑 연락처까지 자기 신상을 다 알려줬고, 인스타 친구추천에 뜨는건 생각도 못했을 거다. 차라리 술에 너무 취해서 친구들에게 꼬아 넘어가 잠깐 합석한 거라고 믿고 싶었다. 이 분과 통화하기 전까지만 해도 원나잇까지 했을 거라곤 정말 상상도 못했다.
심지어 그 여성분과 서로 연락처를 교환한 시간도 1분 차이로 나와 계속 카톡을 주고받던 시간대였다. 그 순간에도 원나잇 하고 싶어서 머리 굴리며 찝적대고 있었겠지. 그 여성분이 술자리에서 여자친구가 있느냐고 계속 추궁했는데, 절대 없다며 무슨 탐정놀이 하냐고 농담 따먹기까지 했다고 들었다. 심지어 그 자리에서 나랑 연락도 하고 있는 와중에 나를 전 여자친구 취급을 하고, 단둘이 있고 싶다며 나가서 쉬자고 졸랐다는 말을 들었다.
그날 밤 잠들기 전에 나에게 사랑한다, 잘자라, 왜 하트 이모티콘 안 보내주냐 등등 애교를 부려댄 것조차 그 여자랑 모텔 침대 위에 같이 있었던 순간이였다는 사실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 여성분과 통화를 마치고, 곧장 그애 집앞으로 찾아갔다. 더이상 잡아떼지 못하도록 모텔에서 긁었던 카드 내역서를 뽑아오라고 하니 그제서야 고개를 푹 숙이며 수긍했다. 변명도 귀찮다는 듯 마치 모든걸 포기하고 내려놓은 사람 같았다. 염치고 나발이고 차라리 울며 빌며 잘못했다고 빌기라도 하지 어쩜 한번을 붙잡지 않을까. 어쩌면 그렇게 진정성 없는 사과에 성의 없는 태도를 보이며 미안한 마음도 없어보였을까. 4년만에 처음 보는 그 사람의 태도가 믿기지 않았다.
그럴 기미를 보인 사람도 아니였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남자인 척 했던 행동들이 다 연기였다니, 가장 소름이 돋는건 그 상대 여자분의 연락이 없었더라면 지금까지 몰랐을 거라는 사실이다. 서로 부모님, 지인들한테까지 다 오픈하고 자타공인 사랑꾼인 척하는데 안 속고 배기나. 아직도 주변 사람들이 남자친구랑 어쩌다 헤어졌냐고 물을 때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배신감과 뻔뻔하게 거짓말하는 태도에 분노가 극에 달하다가도 가슴이 땅끝자락으로 꺼지는 기분에 한번씩 모든게 무너졌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그 사람에게 나를 한순간에 갈아 죽일 힘을 주는거구나, 칼만 안 빼들었을 뿐 정말 살인자 같았다. 상처, 배신감이라는 감정을 하나도 몰랐던 터라 그 충격에 거진 지난 100일을 반병신 마냥 보냈다.
초반엔 잠에서 깨어난 아침이면 이 상황이 자각될 때마다 정말 숨막히고 죽어버리고 싶었어. 아직도 가끔씩 꿈에 너무나 평소 때와 같은 너가 나올때면 가슴이 무너져내려. 내가 너에게 이런 앙심을 품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지금도 니 형상이 떠오르는거 자체만으로도 힘이 들어서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려고 매일매일을 삼키며 살고 있다. 너는 지금 학과 학생회장을 하며 내가 점점 기억 속에서 흐려지고 있겠지. 한번의 실수로 어긋난 척, 재수없게 걸려서 원나잇한 여자 탓하며 큰일났다 하고 말았겠지. 나는 정신적 트라우마로 남아 앞으로 사랑뿐만 아니라 사람도 함부로 믿으며 살 수 없을텐데 말이야.
근데 있잖아, 문이 한번 고장나려면 열번은 삐걱거린다는 말이 있다. 넌 나랑 사귀면서 몇번이고 그 짓꺼리 했을거고 언젠간 들킬거였어. 비록 난 졸업을 했고 나의 4년이라는 긴 세월을 그 어떤 걸로도 보상받지 못하겠지만, 이렇게라도 사람들이 보는 곳에 털어놔야 조금이라도 응어리가 풀릴 것만 같았다.
니가 그토록 목매는 스펙관리 한답시고 학과 회장을 넘어 총학생회장도 출마하고 싶다 했었지. 도덕성 결여에 그토록 이중적이고 계산적인 네가 과연 누굴 대표해서 학생회장을 도맡을 자격이 있는지부터 니 스스로 생각해봐. 니 말을 따라야 하는 후배님들이 너무 안쓰러울 뿐이다. 염치라도 있다면 제발 조용히 살길 바래. 그냥 똥 밟았다 하고 넘어가기엔 내 4년이 너무나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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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개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