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p style="text-align: center; "><img src="https://t1.daumcdn.net/cfile/cafe/1345FF4B4E5D1FC421" class="txc-image" actualwidth="177" hspace="1" vspace="1" border="0" width="177" style="clear:none;float:none;" id="A_1345FF4B4E5D1FC421AFB6"/></p><p><br></p><p><br></p><p><br></p><p style="text-align: center; "><span style="font-size: 18pt; ">즉흥환상</span></p><p style="text-align: center; "><br></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내가 탱고를 좋아하는 이유증 하나는 즉흥성에 있다.</p><p style="text-align: left; ">개인적으로 암기를 못해서 순을 외워서 추는 춤을 질색으로 여긴다. 어릴 적 TV유치원에 출연했을 때에도 "짤랑짤랑 짤랑짤랑 으쓱으쓱" 에 맞춰 추는 춤을 연신 틀려 피디님한테 혼났다. 그래도 나름 연예인이라고 유치원에 가면 거드름 좀 피우고 여자아이들 한테 싸인도 해줬는데... 결국 춤을 못외워서 자꾸 틀려 한달만에 짤렸다. 물론 주변에서 왜 그만뒀냐 물었을 때는 " 연예인 생활이 좀 피곤하더라고... 이제 평범하게 살고싶어..."라 말했던 것 같다. 어째든 내 인생의 가장 절정기는 유치원 때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밀롱가를 가면 쏠땅식구들이 알아봐 주시니까 눈물나게 고맙다. </p><p style="text-align: left; ">"저한테 인사해줘서 너무 고마워요...ㅜ.ㅜ 너무 어릴 때 정점을 찍어서 뭘해도 계속 하향곡선이었는데..."</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인생도 즉흥적이지 않는가 싶다. 아무리 철저히 계획이 틀려도 운명은 장난치듯이 수를 틀어버린다. </p><p style="text-align: left; ">일주일 넘게 기다렸던 땅고화가 드디어 오늘 도착했다. 신발을 주문하고 매일 창밖을 보며 택배아저씨 언제 오나 기다렸는데, 그새를 못참아 신발사장님께 전화해 "언제 오나요?" 물었는데 ... 그동안 칼없이 막대기로 검술을 연습한 검객이 드디어 칼을 얻는 기분이었다. 박스를 뜯고 신었는데 반짝반짝 빛나는 땅고화가 아기 고양이처럼 '냐옹~'하며 고개를 빼곰히 내밀었다. </p><p style="text-align: left; ">아아아~ 오랜만에 느끼는 가슴벅찬 행복감... 땅고화를 조심스럽게 꺼내어 쓰다듬기도 하고 얼굴에 부비기도 하고 냄새도 맡고 드디어 발을 집어 넣다. 그리고 사뿐사뿐 걸어보았다. </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엇!</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생각보다 약간 크지않나 싶었다.</p><p style="text-align: left; ">신발을 뒤집어보니 역시나...주문한 싸이즈보다 한 치수 높은 것이 왔다. </p><p style="text-align: left; ">머릿속이 하애졌다. </p><p style="text-align: left; ">물론 교환은 가능하겠지만 또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도저히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이었다. </p><p style="text-align: left; ">혼자 감당하기 너무나 힘들어 마리오에게 전화를 했다. </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마리오: 도미노...혹시 그 신발 신었어?</p><p style="text-align: left; ">도미노: 응...</p><p style="text-align: left; ">마리오: 도미노...혹시 걸어봤어?</p><p style="text-align: left; ">도미노: 응...</p><p style="text-align: left; ">마리오: 근데 조금 커?</p><p style="text-align: left; ">도미노: 약간...붙지 않는 느낌? 땅고화는 좀 타이트해야 되지 않나?</p><p style="text-align: left; ">마리오: 그래서 교환하겠다구?</p><p style="text-align: left; ">도미노: 응 그래야지</p><p style="text-align: left; ">마리오: 도미노는 참 나쁜 사람이구나...</p><p style="text-align: left; ">도미노: 무...무슨소리? </p><p style="text-align: left; ">마리오: 지금 신발을 범해놓고 책임지지 않겠다는 거잖아. 한번 범했으면 평생 책임져야 하는거 아닐까? </p><p style="text-align: left; "> 도미노는 여자한테도 그럴거야?</p><p style="text-align: left; ">도미노: ...</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개뿔 뜯어 먹는 소리인 줄 알지만 왠지 죄책감이 들었다. 나 역시 다시 교환한다는 것이 귀찮으며, 이미 벌어진일을 돌이키는 것은 내 인생관에 어긋나는 일이다. 내 인생관은 무슨일이 일어나도 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않는 것이다. 시간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에 이미 벌어진 일은 다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땅고화 없이는 밀롱가에 얼씬도 하고싶지 않다. 그래서 옷장에서 두꺼운 등산양말을 신고 신어보았다. 너무나 따악 맞았다!</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도미노: 마리오! 등산양말 신고 신으니까 따악 맞아~</p><p style="text-align: left; ">마리오: 그래~ 이제 날씨가 추워지잖아. 겨울용 땅고화로는 그만인데! </p><p style="text-align: left; ">도미노: 마리오...</p><p style="text-align: left; ">마리오: 응?</p><p style="text-align: left; ">도미노: 올 겨울 밀롱가는 정말 추웠으면 좋겠어~ 그땐 모두가 날 부러워하겠지? </p><p style="text-align: left; ">마리오: ...</p><p style="text-align: left; ">도미노: ....</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하루종일 집안에서 땅고화를 신고다녔다. 오늘은 피곤해서 오나다에 가지 않을 터이니 땅고화를 신었을 때 춤이 어떻게 달라지나 느껴보고 싶었다. 그런데 정말 내가 이렇게 잘 췄나? 할 정도로 날개를 단 기분이었다. 그동안 마리오가 날 앞선 것은 바로 땅고화 때문이다. 그것도 난 모르고 열등감에 빠져있었다니!!! </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책상에 앉아 글을 쓰려는데 계속 '바꿀까? 말까?' 고민이 들었다. </p><p style="text-align: left; ">그때 내안의 탱신님이 마음의 울림으로 ' LOD라인엔 후퇴는 없잖아... 일단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신어 '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마침 아는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모처럼 저녁을 사줄테니 나오라는 것이었다. 아 피곤한데...나가기 싫은데...생각하면서 "거기 어디예요?" 물었더니 ' 홍대!' 라고 하는 것 아닌가? </p><p style="text-align: left; ">운명일까?</p><p style="text-align: left; ">지금 홍대를 간다면 난 분명 땅고화를 챙겨 갈 것이고 지인과 밥을 먹은 후 오나다로 튀어갈 것이다. 탱신님!</p><p style="text-align: left; ">그래서 땅고화를 챙겨 홍대로 넘어가 지인과 저녁으로 삼겹살과 소주를 먹었다. 지인은 미혼인데다가 일 때문에 좀처럼 여가시간을 내지 못해서 삶이 팍팍하다고 토로하고 있었다. 그동안 땅고를 하는 것을 주변에 좀처럼 말하지 않았던 내가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리고 그분에게 땅고가 얼마나 좋은지 피가 토하도록 설명했다.</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역시나...그분은 쑥스러워서, 몸치라서, 매주 한번 고정적으로 시간을 뺄 수 있을까...하며 이핑계 저핑계 다댔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땡겨하는 눈치였다. 땅고를 하기 전의 나라면 싫으세요? 그럼 말구요~ 넘어갈 터이지만 지금은 리드가 뭔지 알기에 저녁을 먹은 후 그분의 손을 잡고 오나다로 향했다. </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오나다의 맛난 아이스아메리카노 두 잔을 들고 테이블에 앉았다. 먼저 와서 춤을 추던 경금님, 시스, 마리오가 반겨주었다. 난 가방을 열어 땅고화를 꺼내 자랑했다. 마리오는 한번 신어보라고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신을 신고 테이블 앞을 살짝 걸어보니 왠지 내 발에 따악 맞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재차 확인하고 싶어서 선풍기 앞에서 바람을 느끼고 게시는 반띵사부에게 가서 신발사이즈 확인을 했다. 반띵싸부님은 자세하게 체크해주시더니 "이정도면 괜찮아! 신어~" 말씀하셨다. </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그때까지 술과 고기를 먹었으니 오늘은 절대 구경만 해야지...라 생각했던 나인데 이놈의 신발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p><p style="text-align: left; ">그리도 내 의도와 상관없이 땅게라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 놈이 내 몸을 조종해 내 팔을 앞으로 내밀게 하는 것이 아닌가! </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만약 꿈이라면 악몽이 틀림없다. </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두명의 땅게라와 춤을 췄다. 두딴따...</p><p style="text-align: left; ">그리고 오늘 난 밀롱가의 밀림에서 포수가 되어 파랗고 하늘하늘한 '꾀꼬리'와 작고 귀여운 '다람쥐' 를 죽이고 말았다. </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 오늘 밤 두 분의 꿈에 내가 악몽으로 등장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난 어느새 꿈땅?</p><p style="text-align: left; ">공포영화 나이트메어의 '프레디'가 땅고화를 신고 있는 모습이 순간 떠올랐다. </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밀롱가에서 나와 마리오는 내게 마구 화를 냈다.</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마리오: 도미노 정말 실망이야! 지금 몸에서 얼마나 고기냄새가 나는 줄 알아? </p><p style="text-align: left; ">도미노: ㅜ.ㅜ 알아요...어엉...조금 있으면 저 탱고판에서 매장되겠죠?</p><p style="text-align: left; ">마리오: 곧 소문이 쫙 퍼지겠지. 도미노는 육적인 땅게로라고...</p><p style="text-align: left; ">도미노: 아...</p><p style="text-align: left; ">마리오: 이제 나랑 아는 채도 하지마! 다이어리에도 나 등장시키지마! 이제 따로 마리오스 땅고 다이어리 쓸테야!</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정말 돌이킬 수 있다면 ... 돌이키고 싶은 심정이었다. </p><p style="text-align: left; ">내 신념을 믿어서 땅고화를 교환하지 않고 신었고, 그리 크지 않은게 입증되어 너무나 기뻤는데 </p><p style="text-align: left; ">춤추면서 정말 날개가 돋은 듯 예전과 다른 춤을 췄는데 </p><p style="text-align: left; ">내가 만난 지인이 밀롱가를 구경하고 다음 기수에 들어올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을 비추어주셨는데</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거기서 딱 한순간만 되돌리면 완벽한데! </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그건 불가능했다. </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p><p style="text-align: left; ">후회는 말고 반성을 하자...</p><p style="text-align: left; ">인생은 돌이킬 수 없는 법</p><p style="text-align: left; ">오늘의 똥이 내일 돋을 새싹의 비료...</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꾀꼬리님 다람님 죄송해요. 꾸벅 ㅜㅜ </p><p style="text-align: left; ">그 순간을 </p><p style="text-align: left; ">머릿속에서 </p><p style="text-align: left; ">Delete 해주세요. </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아...</p><p style="text-align: left; ">"기억은 그렇다 치고 내 옷에 묻은 고기향은 어쩔거야?" </p><p style="text-align: left; ">라는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춤도 마찮가지겠지</p><p style="text-align: left; ">실수해도 반성하고 다시 잘 추는 것</p><p style="text-align: left; ">인생도 마찮가지겠지</p><p style="text-align: left; ">실수해도 반성하고 다시 사는 것</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그것이 '즉흥'의 매력 아닐까?</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br></p><p style="text-align: left; "><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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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지네요~^^
소고기를 먹고도 마음껏 밀롱가를 즐길 수 있는 기적의 페브리즈가 나오기를 바랍니당..ㅋㅋ진심ㅋ
고기와 밀롱가가 양립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수요일 저녁에도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ㅎㅎㅎ 잘봤어요^^
ㅋㅋ 이번에 순천 가시는 분들 다들 숯불구이 드시고 추시는 거 아니심? 부럽부럽~
ㅋㅋㅋ 셜리도 육적인 땅게라가 되고 싶은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