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사람에게는 수면을 방해하기도 하는 커피의 핵심 성분은 카페인이다. 카페인은 1819년 스위스
화학자 구스타프 폰 룽게가 처음 발견했다. 그는 독일의 대문호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의 의뢰
로 커피를 분석하여 카페인을 검출해냈다. 괴테 역시 지독한 커피 중독자였는데, 그의 대표작인 「파
우스트」의 주인공 파우스트 박사가 한밤중에 잠들지 못하여 악마와 거래하는 모습은 불면증에 시달
리던 괴테 자신을 형상화한 것이다. 카페인은 수면을 촉진하는 아데노신이 뇌의 수용체로 접근하는
것을 막아 잠을 쫓아낸다. 같은 커피 중독자였지만 괴테는 83세까지 장수를 누림으로써 카페인을 발
자크의 사인으로 진단한 나카르도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카페인은 중추신경계‧심장‧혈관‧신장 등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으며, 약물 과용으로 인한 호흡곤란을
없애주는 해독제와 이뇨제로 사용된다. 운동 수행능력 증가, 피로 감소, 감각기능 및 민첩성 증가와
같은 효과도 있다. 반면에 자극 과민성, 신경질 및 불안 증가, 신경과민, 두통, 불면증 같은 부정적 효
과도 있다. 어느 쪽이든 카페인은 중독성이 강하다. 카페인은 차‧커피‧과라나‧마테차 나무‧콜라 열매‧
카카오 등에 함유되어 있다. 순수한 카페인(트리메틸크산틴)은 흰색 분말이나 침상(沈床) 형태로 추
출되는데, 전 세계에서 매년 12만 톤이 소비된다.
매년 지구상에서 소비되는 12만 톤의 카페인 중 절반은 커피를 통해 인체에 유입된다. 인스턴트커피
한 잔에는 약 60㎎, 에스프레소 한 잔에는 약 120㎎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이를 카페인 소비량으로 환
산하면 지구상에서는 매년 인스턴트커피 2조 잔이나 에스프레소 1조 잔이 소비되고 있다는 뜻이다.

카페인은 원래 식물이 벌거지들에게 파 먹히지 않으려고 만들어낸 방어물질이다. 살충제 역할을 하
는 물질이니 당연히 사람에게도 해롭다. 다만 사람은 덩치가 있다 보니 웬만큼 마셔서는 죽지 않을
뿐이다. 이 책에서는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어 커피 잔에 남아있던 잔류 커피 성분이 하수구를 거쳐
태평양과 대서양에까지 흘러든다고 했다. 그렇다면 가파르게 커피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
의 한강이나 낙동강에도 만만찮은 양의 카페인이 흐르고 있을 듯.
커피는 세계 경제에 석유 다음으로 큰 영향력을 끼치는 기호품이다. 극단적인 차이가 있다면 석유는
생산국으로, 커피는 판매국으로 대부분의 이윤이 흘러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지난 20년 사이에 베트
남은 세계 제2위 커피 생산국으로 떠올랐는데, 고엽제 살포로 베트남을 황폐화시킨 미국이 베트남을
돕는다며 그 자리에 로부스타 커피나무를 잔뜩 심은 덕분이었다. 50여 종의 커피 가운데 로부스타 커
피는 아라비카 커피와 상반되는 가장 싸구려 품종이다. 싸구려 품종이다 보니 베트남은 헐값에 미국
에 커피 원두를 팔고, 미국은 이를 가공하여 비싼 값에 전 세계에 되팔아먹는다. 커피 재배는 노예제
도를 기반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아프리카‧남미‧동티모르 등지에서는 오늘날에도 대부분 베트남과
비슷한 방법으로 수탈을 당하고 있다.


커피와 달리 차의 경우에는 세계 최대 생산국 1위인 인도와 2위인 중국이 소비량에서도 1, 2위 자리
를 차지하고 있다. 덕분에 인도와 중국의 차 생산자들은 적당한 이윤을 남기며 합리적인 가격에 차를
거래한다. 이에 반해 세계 10대 커피 생산국은 모두 제3세계 국가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세계 10대 커
피 소비국에는 달랑 브라질만 포함되어 있다. 구조적으로 약소국인 커피 생산국들이 수탈을 당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들까지 노예로 동원되는 커피 생산국들의 권익을 보호해주자는 목
소리는 세계 어느 인권단체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루왁 커피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는 사향고양이가, 베트남에서는 여우가 커
피 열매를 먹고 배설한 똥에서 골라낸 커피 씨를 갈아 만든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마시는
커피 가운데 하나인 모카커피는 1555년 예멘의 항구도시 모카에서 처음으로 커피가 수출되기 시작한
인연을 기념하여 붙인 이름이다. 가톨릭에서는 오랫동안 커피를 마시지 못하도록 금지시켰는데, 커
피광인 교황 클레멘트 8세(재위 1592~1605)가 자신이 눈치 안 보고 마시기 위해 신도들에게도 허용
하면서 비로소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마이클 맥거 「잃어버린 잠을 찾아서」 소개 끝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첫댓글 곳곳이 그러하듯 삼척 부채길의 풍광 역시 멋진 가을색 이었습니다.동해안을 따라 올라오는 해변길 역시도 가을의 정취가 듬뿍 하였습니다. 만능 재주꾼 손안의 핸드폰으로 맛집도 찾아 다닌 멋 또한 만추의 아름다움과 함께 였습니다. 강릉 호텔에서 이틀째 여정을 풀고 오늘은 원주 지인의 별장으로 갑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