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살아내며, 3월의 일기, 우정의 만남/산유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산천에 붙은 불은
가신 님 무덤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산천에도 금잔디//
김소월의 시 ‘금잔디’ 그 전문이다.
나는 그 시를 중학교 그 학창시절에 접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 이후로 까맣게 잊고 말았다.
그런데 그 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친구가 있었다.
바로 내 국민학교 중학교 동기동창으로, 우리가 ‘색소폰 달인’이라고 칭하는 천송길 내 친구다.
영남대로 제 2관 조곡관에서 전동차를 타고 다시 제 1관 주흘관으로 내려오면서, 전동차 뒷 자리에 같인 타게 된 그 친구와, 내 평소 즐겨 부르는 송민도의 ‘여옥의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에, 내 그 사실을 확인했다.
“영화 ‘산유화’의 마지막 장면에 ‘여옥의 노래’ 배경음악으로 깔리지. 반세기 쯤 전에 그 영화를 본 것 같은데, 그때부터 내 그 노래에 푹 빠져 버렸지. 그래서 툭하면 그 노래를 부르곤 해. 10여 년 전에 내 생전 처음으로 서울에서 반 천리 길인 우리 고향땅 문경으로 닷새 만에 걸어올 때도, 여기 문경새재를 넘으면서 그 노래를 불렀었지.”
내가 ‘여옥의 노래’를 부르게 된 사연을 그렇게 설명했었다.
내 하는 말을 귀담아 듣고 있던 친구가, 내 그 말끝에 입을 뗐다.
“참 좋은 노래지. 나는 그 책을 읽었어. 정비석이 그 원작자이고. 그 책에 보면 소월의 시가 많이 나와. ‘금잔디’라는 시도 그 중 하나야.”
그러면서 그 시를 읊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오래 전에 이미 까마득히 잊어버린 그 시를, 친구는 여태 생생하게 기억하면서 읊고 있다는 것이, 내게는 참으로 경이로웠다.
문득 생각을 했다.
친구가 읽었다는 그 책을 나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생각만 할 일이 아니었다.
곧장 실행을 해야 했다.
곧바로 핸드폰에서 Daum사이트 검색에 들어갔다.
새 책은 없었고, 중고서점 알라딘에 딱 2권만 매물로 나와 있었다.
한 권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1997년 7월에 가리온출판사에서 펴낸 책으로 판매가가 2만원이었고, 다른 한 권은 67년 전으로 거슬러 1956년 12월에 여원사에서 펴낸 초판으로 판매가가 20만원이었다.
주저할 수가 없었다.
20만원짜리 초판은 금액이 부담스러워서 제쳐놓고, 2만원짜리를 배송비까지 부담해서 23,300원을 계산하고 즉시 구입했다.
내가 즐겨 부르는 노래에 특별히 관심을 가져준 친구에 대한 작은 보답의 마옴도 보탰다.
첫댓글 송길이 친구의 자존이 졸라기 쎄다!
싫고 좋음이 명명백백 하니
에지간 맘 비우지 않으면 그맘을
사기 어렵더라~해서 난 나를
송길이친구 앞에 내 던졌었다
다행인지 나의 예술성을 진정
아까워 하던 그의 소양을 읽고
또 내진심을 받아 들여준 그가
그전부터 억수로 고마웠지러^^
왠만하면
까탈시럽다고~배제하고 마는
그 성격에 난 우유같이 부드러움을
느끼게 함 으로서 조금씩 곁에
다가서며 나를 낮추었고 그덕분에
송길이친구는 어려운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주어 요즘은 그 생각만
하면 송길이친구 생각만하면~
내맘 즐겁고 기쁘기 한량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