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문학을 읽어야 하는가
문학을 넘어 세계로 가는 길
이 책에 대한 평가
“세계문학의 예비 독자들에게 유용한 도구가 되는 책. 세계문학의 주요 작품을 소개하고, 원본 형식과 번역 등 세계문학을 제대로 읽는 길을 안내한다. ‘많이 읽고, 더 읽고, 더 많이 읽을 수 있도록’ 이끈다.” _ 브린 모어 클래식 리뷰
지상의 모든 문학을 사유하라
세계의 독자를 대상으로 한, 가독성 높고 명료한 문체의 세계문학 안내서이다. 오디세이아와 길가메시 서사시, 겐지 이야기와 천일야화 등 제목만 알고 있는 세계의 문학작품들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우리의 세계문학 읽기는 혹시 ‘대강의 줄거리 파악’과 ‘불필요한 부분 넘겨 읽기’ 또는 ‘읽지 않고 읽은 것처럼 말하기’로 점철되어 있지 않은가? 이것이 소수의 전문가만이 향유하는 이론서가 아닌, 세계문학 작품을 더 수월하게 만끽할 요령을 찾는 절대다수의 일반 독자를 위한 안내서가 필요한 이유이고, 세계문학사에 희소한 이 책의 존재 이유이다.
세계문학을 읽는 최선의 독서법
이 책의 저자인 댐로쉬는 어느 시대에나 한 인간이 다 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작품이 쓰였고, 이러한 텍스트의 증가가 독서의 태만으로 이어져 선 안 된다고 역설한다. 모레티적인 인식론적 ‘멀리서 읽기’가 아닌, 다양한 작품을 최대한 많이, 미련할 정도로 진득하게 읽어 나가는 경험론적 ‘꼼꼼히 읽기’야말로 작품에 대한 고차원적인 통찰을 추동하는 최선의 독서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이 책 《세계문학 읽기》는 저자가 숙련된 일반 독자와 학부생을 대상으로 집필한 인기 있는 문학 개론서이자, 세계문학의 보급에 누구보다 진력해 온 저자의 세계문학 대중화 노력의 정화精華라 할 수 있다.
비교와 참조라는 나침반
고대 그리스 서사시나 볼테르의 《캉디드》 같은 서유럽 정전부터 수메르 시, 인도 희곡, 일본 인형극, 아랍 구전, 중세 이슬람 법학자의 여행기, 카리브해 시인 데렉 월콧의 운문소설 《오메로스》 같은 비교적 덜 알려진 비서구권 문화의 작품들까지, 70여 권에 이르는 이 책의 논의 도서 목록은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대단히 폭넓고 다양하다. 댐로쉬는 이 광활한 책의 풍경에서 길을 잃지 않을 일종의 나침반으로 적극적인 ‘참조’를 제안한다. 새로운 작품을 읽을 때에는 항상 앞서 읽었던 작품과의 비교를 통해 접근하라는 것이다. 설령 두 작품이 서로 완전히 무관해 보이는 상이한 문화권의 작품일지라도, 세계문학 작품에는 그것이 생산된 문화의 경계를 넘어 연결될 수 있는 초월적인 역능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를 껴안고,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이렇게 문학을, 최대한 많은 것을 아우르는 학문으로, 그것이 속한 시대와 장소에서 수행한 역할을 상상하며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 또는 같은 장소의 혹은 시간의 작품들을 비교해 읽어 보라고 저자는 권한다. 그렇게 시간을 가로질러 읽고, 문화를 가로질러 읽고, 번역을 문체의 손실이 아닌 의미의 증가로 뒤집어 읽다 보면, 문학을 넘어 세계를 번역하는 문학의 기능에 이르게 된다. 문학, 그중에서도 세계문학의 역할을 무엇인가? 바로 다른 세계에 대한 진정한 관심을 유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언어로 글을 쓰는가라는 심히 존재론적인 문제도 세계문학의 주제가 될 수 있다. 세계문학 읽기는 단지 즐거움만을 위한 독서가 아닌, 세계를 껴안고 세계로 나아가는, 현재 우리가 점한 좌표를 확장하고 이동시키는 훌륭한 준비이자 전략인 것이다.
“순문학Belles-lettres”은 “아름다운 말”을 뜻하는 고대 이집트어 ‘medet nefret’를 적절히 번역한 용어로, 시, 이야기, 철학적 담론, 연설을 포함해 수사적으로 고조된 모든 구성 양식을 지칭할 수 있다. 고전적인 한자어 문文은 시와 예술적 산문을 지칭하지만, 패턴, 질서, 조화로운 디자인 등 훨씬 광범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 43쪽
시인의 역할을 대하는 중국과 영국 전통의 근본적인 차이는 시적 관행만큼이나 독서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시인들이 각기 다른 요구를 하고, 독자들도 각기 다른 독서 습관을 가정하기 때문에 그 결과물인 시도 꽤 다르게 읽히는 것이다. 두보의 시는 시인의 삶과 분리될 수 없는 반면에 -75쪽
《오이디푸스 왕》과 《샤쿤탈라》는 수많은 신과 여신이 인간사에 개입한다고 믿었던 고대 다신교 사회의 산물이다. 《오이디푸스 왕》과 《샤쿤탈라》를 함께 읽는 것은 소포클레스와 칼리다사가 오 늘날의 대다수 극작가들과 얼마나 다른 가정假定 아래 작업했는지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서양의 극작가들은 개인의 성격과 판단에 주의를 기울였고, 고대 그리스 비극은 주인공을 파멸시키는 비극적 결함의 측면(고대 그리스적 가치보다 후기 기독교적 가치에 더 부합하는)에서 독해되었다. - 154쪽
당시에도 스파르타인들은 솔직하고 간단한 의사 표현으로 유명했다. “간결한laconic”이라는 영어 단어도 스파르타가 위치했던 “라코니아Laconia”라는 지역명에서 유래했다. 아테네인들은 자신들의 언어는 적절하고 세련된 그리스어로, 스파르타 방언은 투박한 시골 사람들의 언어로 치부했다. 아리스토파네스는 이 고정관념을 《뤼시스트라테》에서 코믹하게 활용했다. -235쪽
《하자르 사전》은 국제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만한 저작이지만, 유행에 부합하는 책이라고 해서 모두 관심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이류 모조품이 걸작으로 선전될 수 있고, 더 괜찮은 책이라도 흥행 요소가 없으면 외면받을 수 있다. 작가들도 세계적 흐름을 외면하기 어려워, 외국인이 생각하는 “진정한” 벵골소설이나 체코 소설에 들어맞는 작품을 생산할지도 모른다. - 3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