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전진단 비용 지원 결국 무산되어 시와 구청 예산 없다.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22. 9. 20.
서울시가 재건축 단지에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토록 하는 방안이 결국 무산됐다. 구청이나 서울시가 안전진단 비용을 전액 부담할 경우 10년간 1487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자치구 재정 자립도를 고려하면 예산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1. 필요 예산 '10년 간 1487억' 서울시 난색, 25개구 중 15개구도 부담 불가능하다.
9월 20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314회 임시회 주택공간위원회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을 서울시나 구청이 지원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4건 발의돼 논의됐으나 보류 결정됐다.
현행 서울시 조례는 '안전진단 요청자가 비용 전부를 부담해야 한다'고 강제하고 있다. 반면 상위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안전진단 비용을 '요청하는 자에게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임의규정한다. 서울시 의원들(허훈·서상열·서준오·최재란 의원)은 상위법에 맞게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재건축 추진 속도를 높이려는 취지로 개정 조례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예산이 걸림돌이었다.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안전진단 비용을 자치구가 전액 부담할 경우 10년간 1487억원, 연간 149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자치구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실제 부담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25개 자치구에 의견을 물어본 결과 7개구만 안전진단 비용 일부를 부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부 부담할 수 있다고 밝힌 곳은 노원구 한 곳이다. 나머지 15개구는 '부담 불가능하다'고 회신했고, 2개구는 의견 제시를 하지 않았다.
서울시도 자치구별 재정 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 예산을 확보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창수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자치구별 재정 자립도가 지난해 기준 평균 29%에 불과한 상황에서 안전진단 비용 지원을 자치구가 부담하게 할 경우, 재건축 정상화에 따라 향후 10년 간 약 1500억원의 재정이 소요돼 재정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악화뿐만 아니라 안전진단 비용을 이미 자체적으로 마련한 단지와의 형평성 논란이 나타날 수 있고, 무분별한 안전진단 비용 신청이 쇄도할 경우 구청이 적기에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오히려 안전진단 실시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2. 세대당 부담 비용 12만원 수준, 연내 안전진단 기준 완화되면 해소될 것이다.
안전진단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주민들이 모금을 해야 하면서 절차가 늦어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로 진단했다. 서울시의회 전문수석위원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3월 구조 안전성 기준이 강화된 이후 정밀 안전진단에 착수하기까지 평균 18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기준 강화 이전에는 평균 6개월이었다.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많지 않았다. 최근 5년간 실시한 연평균 안전진단 비용은 단지당 약 1억4000만원으로, 세대당 약 12만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연내에 구조 안전성 기준 완화를 예고한 만큼 이런 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다.
대신 서울시는 안전진단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단지별로 적립한 장기수선 충당금을 안전진단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을 지난달 정부에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개정 조례안을 발의한 최재란 의원은 "서울시가 대안으로 내놓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은 이미 2017년에 적합하지 않다는 답변이 왔다"며 "안전진단이 무분별한 개발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였던 만큼, 재건축을 정상화하고 현실에 맞게 제도·규제 개선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