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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tsuwan Atomu and Ultraman 책을 들고, 솔로몬은 큰 세단의 뒷자리 선자와 한수 사이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몇살이니?” 한수가 물었다.
솔로몬은 손가락 세 개를 들어올렸다.
“그렇구나. 그 책들 읽을 거니?” 소년의 새 만화책을 가리키며 한수가 물었다. “벌써 글을 읽니?”
솔로몬은 고개를 저었다. “토토가 오늘밤에 와서 읽어줄 때까지 기다릴거예요.” 그는 빨간 가방을 열고 만화책을 넣었다.
“토토가 누군데?” 한수가 물었다.
“아빠의 어릴 적 친구예요. 그는 진짜 일본인 경찰이예요. 그는 살인자들과 강도들을 잡았어요. 태어났을 때부터 그를 알았어요.”
“그래? 계속해서?” 한수가 미소지었다.
작은 소년은 조용히 끄덕였다.
“할머니, 토토를 위해 저녁으로 뭘 만들거예요?” 솔로몬이 물었다.
“생선전과 닭조림” 선자가 대답했다. 모자수의 친구인 토토야마는 오늘 저녁 도착할 것이고 주말동안 머물 것이다. 선자는 이미 모든 식사를 정해놓았다.
“하지만 토토는 불고기를 좋아해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거예요.”
“내일 밤에 만들거야. 일요일 저녁까지는 떠나지 않을 거야.”
솔로몬은 걱정스러워 보였다.
아이를 유심히 살펴보던 한수가 말했다. “나도 닭조림 좋아하는데. 좋은 집안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야. 불고기는 누구나 식당에서 먹을 수 있지만, 오직 할머니만 만들 수 있는...”
“토토 만나고 싶어요? 그는 나의 최고의 어른 친구예요.”
선자가 고개를 저었지만, 한수는 그녀를 모른 척했다.
“난 너의 아빠가 네 나이였을 때부터 알고 지냈어. 너의 집에서 정말로 저녁을 먹고 싶구나. 고맙다, 솔로몬.”
전실에서, 선자는 그녀의 코트를 치우고 솔로몬 것도 도와주었다. 오른손을 들고 왼손을 몸에 붙이고서, 아이는 만화책을 들고 좋아하는 구석자리로 달려갔다. 한수는 부엌으로 선자를 따라갔다.
그녀는 새우칩을 작은 바구니에 담고 냉장고에서 요거트 음료를 꺼내 울트라맨 쟁반에 차렸다.
“솔로몬,” 그녀가 불렀다.
아이는 쟁반을 가지러 부엌에 왔다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조심스럽게 들고갔다.
한수는 웨스턴 스타일의 조식 탁자 옆에 앉았다.
“좋은 집이네.”
선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요코하마의 서양인 구역에 있는 방 세 개짜리 새집이었다. 물론, 한수는 전에 여기를 지나간 적이 있다. 그는 그녀가 살았던 모든 집의 외관은 본 적이 있다. 전쟁 중 농가를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으로 한수가 집안에 들어온 것이다. 가구는 미국 영화에 나온 세트와 비슷했다. 덮개를 씌운 소파들, 높은 나무 식탁, 크리스탈 샹들리에와 가죽 안락의자들. 가족들이 바닥이나 이불보다는 침대에서 잔다고 한수는 추측했다. 집에 오래된 물건은 없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온 물건의 흔적도 없었다. 넓고 창이 달린 부엌으로 이웃집의 바위 정원이 보였다.
선자는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지만, 화난 것 같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등을 돌리고 스토브를 향해 있었다. 한스는 담황색 스웨터와 갈색 모직 바지를 입은 선자의 윤곽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그는 그녀의 한복 저고리 아래로 크고 풍만한 가슴을 알아차렸다. 그는 항상 큰 가슴과 푹신한 엉덩이를 가진 여자를 선호했다. 그는 그녀의 완전히 벗은 몸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밖에서만 사랑을 나누었고, 그녀는 항상 치마를 입고 있었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그의 아내는 가슴도 엉덩이도 빈약하고 스킨쉽을 싫어했으므로, 그는 그녀와 사랑을 나누는 것이 두려웠다. 잠자리전에 그는 목욕을 해야했고, 사랑을 나눈 후에는 어떤 시간이든 그녀는 오래오래 씻어야했다. 세 딸을 낳은 후에, 그는 아들을 포기했다. 심지어 한수가 존경하는 장인도 다른 여자들에 대해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선자가 한국에서의 현지처를 거절한 것이 어리석었다고 믿었다. 그가 일본에 가정이 있는 것이 무슨 상관인가? 그는 선자와 노아를 매우 잘 보살폈을 것이다. 그들은 아이를 더 낳았을 것이다. 그녀는 노점이나 식당 부엌에서 결코 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어린 여자애들이 요즈음 하는 것처럼 그의 돈을 받지 않은 선자를 존중해야했다. 도쿄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프랑스산 향수나 이탈리아산 신발을 사주는 것이 가능했다.
한수가 그녀의 부엌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편했다면, 선자는 그가 조식 탁자에 앉아 있는 것에 다소 불편했다. 그녀가 그를 만났던 순간부터, 그녀는 주변에서 항상 그의 존재를 느꼈다. 그는 그녀의 상상력 속의 원치않는 항수였다. 노아가 사라지고난 후에는 마치 아버지와 아들에게 계속해서 사로잡힌 것 같았다. 한수는 지금 그녀의 부엌에서 끈질기게 그녀의 관심을 원하고 있다. 그는 저녁을 먹으려고 머물고 있다. 요 몇 년간 그들은 함께 밥을 먹지 않았다. 왜 그가 왔을까? 왔다가는 가버리는 것이 그의 방식이며, 뒤돌아보면 그가 사라졌을 거라고, 찻물을 끓이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그러면 어찌될까?
선자는 수입산 버터쿠키가 들어있는 파란 통을 열어서 접시에 조금 담았다. 뜨거운 물을 찻주전자에 붓고 적당량의 찻잎을 띄웠다. 금새 차를 살 돈도, 차를 살 사람도 없던 시절이 떠올랐다.
“매달 1일에 노아가 잘지낸다는 짧은 글과 함께 돈을 보내요. 우체국 소인은 항상 달라요.” 그녀가 말했다.
“줄곧 노아를 찾았어. 그는 발견되기를 원치 않아. 아직도 그를 찾고 있어. 선자야, 그는 내 아들이기도 해.”
어떻게 그게 내탓이라고 하지? 한수는 전에 한번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녀는 그에게 차를 쏟아붓고 미안하다고 했다.
욕실 거울에 비친 모습에 그녀는 실망했다. 그녀는 쉰 둘이다. 동서인 경희는 선자보다 열네 살이 많은데도 기미와 주름을 막으려 부지런히 모자와 장갑을 착용해서, 그녀보다 훨씬 더 어려 보였다. 선자는 그녀의 짧은 회색 머리를 매만졌다. 그녀는 결코 사랑스러웠던 적이 없었고, 지금도 분명히, 어떤 남자도 그녀를 원치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그녀의 삶에서 그런 시절은 모자수의 아버지로 끝났다. 그녀는 평범하고 주름이 많았다. 그녀의 허리와 허벅지는 두꺼웠다. 그녀의 얼굴과 손은 가난하고 힘든일을 하는 여자의 것이었고, 지금 지갑에 돈이 아무리 많다해도, 그녀를 매력있게 보일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래전에, 그녀는 자신의 삶보다 한수를 더 원했다. 심지어 그와 헤어지고 나서도, 그녀는 그가 돌아와서 그녀를 찾아 지켜주기를 바랐다.
한수는 일흔이지만, 그다지 늙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외모는 나아졌다. 그는 여전히 숱많은 백발을 잘 손질하고 향유로 손질했다. 좋은 모직 슈트와 수제구두를 신은 한수는 우아한 정치인처럼, 잘생긴 할아버지처럼 보였다. 아무도 그를 야쿠자 두목이라 보지 않을 것이다. 선자는 욕실에서 나가고 싶지 않았다. 집을 나서기 전에 선자는 거울을 본 적도 없다. 그녀는 외모를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지만, 방에 들고 날 때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하는 여자로서의 삶의 단계에 너무 이르게 도달했다.
선자는 수도꼭지를 열고 얼굴을 씻었다.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한수가 자신을 조금이라도 원하길 바랐다-이런 생각을 당황스러웠다. 그녀의 삶에는 두 남자가 있었다.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걸로 충분하다. 선자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불을 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