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장모님 찾아뵙기 약속이 나오자마자
다시 화색이 도시는 엄마!
역시 엄마가 노린것은 할머니 찾아가기였구나.
엄마 아빠를 멍하니 지켜보던 우리는
다시 밥먹기에 열중했다.
"민지율 너는 설겆이 하궁.
다경이 너는 옥상가서 빨래 좀 걷어와라....."
"엄마......왜 내가 설겆이를........."
설겆이라는 말에 발끈한 민지율이 반항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화장실 청소하고 방들 쓸고 닦고 설겆이로 마무리 할래?"
"................."
말없이 고무장갑을 끼는 민지율!
ㅋㅋㅋ
4월이라 아직은 밤공기가 싸늘하구나..
빨래바구니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왔는데.
맞은편 옥상에 꽃미남2가 담배를 물고 있다.
"여어~~~책가방 소녀!"
"켁!"
"대단해......대단해....
빈우녀석이 책가방으로 얻어터진건 세상에
태어나서 첨있는 일이걸랑.........~"
그러게요..
세상살면서 책가방으로 얻어터지는게
흔한 일이겠어여.......휴......
그 싸가지 이름이 비누인가 보네.
세숫비누.....빨래비누.......가루비누.....-_-;;;;
"그 자식이 원래 말이 없는 녀석인데
오늘은 정말 충격이었는지
더 말이 없드라구.....ㅋㅋㅋ"
".........."
"여자 엄청 싫어하던 녀석이
여자한테 책가방으로 얻어 맞았으니
불쌍하기도 하지.......ㅋㅋㅋ"
"........."
이 사람은 또 뭐냐......
"난 서지누라구 해....내 밑에 동생이 나랑 이란성 쌍둥이인데
서마루지......대학교 2학년이야
아....니 소개는 안해도 돼.너랑 니 오빠랑 이름은 너네 엄마한테 들었다."
내 속마음을 읽은듯.....자기 소개를 하기 시작하는 꽃미남2
"형 이름도 궁금하지?"
뭐......별......별로.....^^;;;
"서호두라고 해......."
"넷?"
"엄마가 형 가졌을때 태몽이 호두에 파묻혀서 젤 큰 호두를 잡는 꿈이었따는군....."
".............."
다행이시군요.
감자나...오이가 아닌것이......
혹은 무우이거나................
아니면 계란이던가............
아니면 생강.........아니면 멸치..........아니면 고추.........
온갖 먹거리가 머리속에서 휙휙 돌아가구 있네...
훠어이~~~~~
"앞으로 지누오빠라고 불러라~"
이 인간이 언제???
옥상끼리 거의 붙어 있는지라...
내가 먹거리 삼매경에 빠져 있을때
건너왔나부다.
바로 코앞에서 싱긋 웃어보이며
손가락을 처억 뻗는다.
저건 울 엄마 브래지어......
분홍색 브래지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너 보기보다 바스트가 좀 되나부네........"
"이건 울 엄마 꺼에요........."
브래지어를 황급히 걷어서 빨래통에 던져 넣으며
소리를 지르자..
지누란 인간이 손목 시계로 황급히
시선을 돌리며......
"아......드라마 할 시간됐네......
담에 또 보자.......
민달팽이~~~~"
"으아.........전 민다경이라구요....."
내 이름에 민달팽이란 이름이 떠오르나 부지?
다들.........왜 나보고 민달팽이라고 하냐고오.........
빨래를 거의 걷어갈 무렵
옆집 옥상에 올라온 이가 있었으니
아침에 민지율 데리고 회유하던 젤 연장자로 보였던....
그 '호두'다....
"안녕!"
"안녕하세요!!"
"오빠 얼굴은 좀 괜찮아?
빈우녀석이 킥복싱을 해서 아마도 무쟈게 아팠을건데?"
민지율이 밀린데는 이유가 있었구만.
그나저나 이집 식구들은 다짜고짜 다 반말이네....
"네.....멍 좀 들었는데...괜찮을거에요..."
"그래.........음.....그나저나 빈우녀석이 패혈증으로 죽으면 어떻하지?"
뜬금없는 호두의 말이다.
"네??? 무슨??"
"니가 던진 책가방에 뭐가 잔뜩 달려 있던데.
그거에 긁혀서 피가 막 났었지......
그런데......약도 안 바르고 병원가서 치료받기도 거부하고
세균 간염되지 않을까????
얼마전에 뉴스 못봤어?
아토피 걸린 애기 식초로 치료하다 세균 간염되서
패혈증로 사망했잖아......."
"네...그럼여.....세수나 잘 하라고 하세요.
그리고 밤에 잠들면 그때 연고 살짝 발라주시구요.
반창고 같은거 괜히 발라주시지 마시구요.
환부는 통풍이 잘되야 좋거든여~
그리고 딱지가 앉았을때....혹여 가렵더라도
절대 절대 자다가도 긁으면 안된다고 해주세요
딱지가 제대로 떨어져야 얼굴에 흉이 안 지거든여"
심각하게 일러주자....
호두가 웃는다......
"설마........내가 말한거 다 믿은건 아니지?"
뭐야.........-_-;;;;
나 놀린거야?
처음 등장했던 썰렁함으로 호두가 퇴장했다.
나둥......어여 내려가서 드라마 봐야 하는데.
오늘 중요한 대목인데.......아쒸.......
그때 들리는 옆집 옥상위의 발소리.....
우쒸......이번엔 또 누구야.....
내가 오늘 저집 형제들 다 옥상서 대면해야 하는거냐구.....
이번엔 이란성 쌍둥이라는 세째네.........휴......
나와 눈이 마주친 셋째는 눈인사만 하고 담배를 꺼내들더니
벽에 기대서.....불을 부치고 있다.
왠지......공허해보이는 눈동자다....
왠지......슬퍼보이는 눈동자다...
당신은 또 내게 무슨 말을 해줄려고
여길 올라온거지???
"뭐에요........그집 식구들 이제 다 올라온거에요?
누구 또 올라올 사람 있으면........하나씩 올라오지 말고
같이 오시죠............."
"네??"
담배에 불을 부치다 말고....
반문하는 셋째.....
"무슨 말씀이신지?"
"오늘 거기 형제들이 하나씩 올라와서요.
이제 다 올라온거냐구 묻는건데요....."
약간 신경질적인 내 대답에
그는 차분하게 말한다.......
"빈우녀석이 아직 안 올라왔는데요.
저랑 스파링 연습한다고 했으니 곧 올라올겁니다......"
첫댓글 빈우 잘 못 들으니 비누로 들리는구나 ㅋㅋ
우와~~넘 잼있네염,,100점 드릴께효~~ㅋㅋ
ㅋㅋㅋ재밌다!!
재밌어요^^ 근데 왠지 빈우랑 마루가 다경이 좋아할거 같은 기분이....^^
전태몽이'무'랍니다^0^*오호호호호호호호호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