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3일(토) 서울대학교 교정 한 구석에 두 칸 작은 기와집 ‘하유재(何有齋)’가 들어섰다. 이 한옥은 2008학년 2학기부터 두 학기에 걸친 한국건축사 연구방법론(담당교수 전봉희) 수업에서 진행된 ‘한옥짓기실습’ 과정의 일환으로 지어진 것이다. 이 수업에는 매학기 20명 정도의 학생들이 참여하였으며, 대학원생을 주축으로 매주 하루종일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건축비 4,500만원, 총 작업일수는 약 35일이다. 이날 집들이에는 교내외에서 100여분 이상이 참석하여 학생들이 그간 땀 흘려 지은 한옥을 감상하고 자리에 함께 한 관계자들을 격려하였다. 특히, 집자리를 잡아준 건축학과 김진균 교수, 교내 여론을 다독여 지원을 이끌어낸 국사학과 김인걸 교수, 상량묵서는 물론 현판을 직접 쓰고 각(刻)을 한 자하서당의 김철훈 선생, 실제 목공 작업에 함께 참여하였던 미술대학의 장수홍 학장님 등이 참석하여 소회를 말씀하였고, 이광로 명예교수님과 고려대학의 심우경 교수님이 각각 내 외빈을 대표하여 축사를 해주었다. 이 자리에서는 작업의 초보인 학생들을 지도하며 격조 있는 한옥을 완성시킨 이재호 도편수와 여영대 부편수, 이근복 번와장, 심용식 창호장, 김진욱 미장 등에게 그간의 실습지도의 공을 치하하여 학과장이 감사장을 전달하였다. 이어 서 열린 축하공연에는, 국악과 황나리양이 고수 이진영양의 장구 장단에 맞추어 가야금 산조를 공연하였다. 관악산 자락의 작은 숲 속에 위치한 한옥의 문짝을 모두 들어 올린 대청에서 울려나오는 가야금 산조가락은 자리를 함께 한 모든 이들이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을 몸과 마음으로 한껏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하유재' 라는 당호(堂號)는 [장자(莊子)]에 나오는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에서 두 글자를 따온 것이다. 무하유지향은 무위자연의 도가 행해질 때 도래하는, 생사가 없고, 시비가 없으며, 지식도, 마음도, 하는 것도 없는 참으로 행복한 곳 또는 그런 상태, 즉 이상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첨단의 학문이 치열하게 경연하는 관악캠퍼스의 한 구석에서, 잠시나마 한발 벗어나 먼데를 바라보고 유유자적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철학과 허남진 교수가 지었다. 앞으로 하유재는 평상시 늘 열려있는 공간으로, 오가는 이들의 몸과 마음이 잠시 머물렀다 가는 곳으로 사용될 것이며, 20명 이내의 소규모 모임이나 세미나 등으로의 활용도 기대하고 있다. 집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꾸는 것이라 했으니 앞으로의 활용을 위해서도 많은 동문들의 애정과 관심을 기대한다. |
완공된 하유재 모습과 진행을 맡은 전봉희 교수
영의정 김좌근 고택 서울대에 기증
서울대는 최근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에 있는 조선 후기 세도가 하옥(荷屋) 김좌근(1797~1869)의 고택과 주변 대지 10만1500㎡을 후손들로부터 기증받았다고 12일 밝혔다. 이 건물은 김좌근의 아들 김병기가 1865년(고종 2년)에 지은 것으로 추정되며 애초 99칸 기와집이었지만 지금은 담과 행랑채가 사라지고 안채와 별채 등 42칸만이 남아있다. 서울대는 예전 기록을 토대로 2003년 경기도 지정문화재 민속자료 12호로 지정된 이 고택을 복원할 계획이다. 건축학과 전봉희 교수는 "다행히 1975년에 이뤄진 최초 조사 덕분에 허술하나마 도면과 사진 등 자료가 남아 있어 거의 완전한 복원이 가능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소유주인 전은기(77세)여사는 신문지상에 소개된 건축학과 전봉희 교수와 학생들의 한옥짓기 활동 기사를 보고, 이들이 속한 서울대학교에 고택을 맡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