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 숲 앞에서 Y가 물었다.
'오솔길이 뭔지 알아요?'
나는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건 숲에 난 좁을 길이잖아요.'
그러자 Y가 말했다.
'오솔길은 오소리가 다니는 길 입니다. 그래서 오솔길이라고 부른 거에요.'
언제나 정답을 갖고 질문을 하는 사람이지만, 그때는 그 질문이 좋았다. 물론 답도 좋았다.
며칠 전 지인이 집 근체에서 오소리에 물렸다고, 이 위험을 알릴 방법이 없겠냐고 전화를 해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카톡방에 그분을 초대했다. 잠시 후 그분은 부상당한 자신의 신체부위와
사고 이후 치료과정, 관의 대처 등에 대한 비교적 장문의 내묭을 그 방에 올렸다.
오소리라는 말을 듣고, 상처를 보고 나니, 너무 충격이 컸다. 왜냐하면 나는
숲에 자주 들어가는 사람이고, 숲길을 걷다보면, 멧돼지류의 야생동물이 지난
흔적을 자주 보기 때문이다. 열흘 전 걸었던 객산과 남한산 산줄기에서도 그런
동물들의 흔적을 많이 보고, 이건 멧돼지 흔적은 아니네요. 오소리가 땅을 파헤쳤나보다,
등의 이야기를 하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는 오소리를 실물로 본적이 없다.
급한 일이 있어서 글을 잠시 멈춤
어쨌든, 수십년 다닌 집 근처 산책로에서 오소리에 물려 병원에 실려가고, 흔하지 않은
치료제 때문에 국립의료원에 입원까지 하였다는 경험담을 들으니, 하천 밤길을 자주 걷는 일도
조심해야 하는 건가? 하는 걱정까지 들었다.
그런데, 어제, 그리고 오늘 오전, 나는 사고당한 분과 비슷한 연배의 두 남성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제 만난 분의 이야기다, 나를 보더니,
'그 양반 오소리에 물렸다는 거... 그거 오소리 아니야. 개한테 물린 거야. 거기 오소리 안나와.'
나는 놀랐다. 오소리에 물렸다는 분도 처음엔 발뒤꿈치에 느껴지는 예리한 자극에,
갠가? 했다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얘길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실물 오소리를 본적도 없고, 개라는 종이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니, 뭐라 달리 할 말이 없지만, 당사자가 공격 당하는 와중에,
개가 아니라 오소리라고 판단을 했는데, 경험하지 않은 타인이 그렇게 단정하는 것은 옳은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감일이나 위례에서 (그 지역이 일부 산을 깍아내고 아파트를 지어서) 오소리가 출현해 위협한다는 이야기가
간간히 전해온다. 그런데, 오래된 주택가에서(그 곳도 숲과 멀진 않다) 그런 일이 벌어지니 올라운 것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그 사고 이야기를 내게 들은 분은, '그거 오소리 아니야. 오소리 그런 데 안 살아,' 단정하였다.
쿳시의 소설 한 대목이 생각났다.
차를 몰고 가다 검문에 걸린 남자가 조사를 받는다.
경찰이 묻는다,
- 이름?
남자가 대답한다.
-앤드류(Andrew).
그러자 경찰은 앤드류스(Andrews)라고 적는다.
검문 당하는 남자가 아니요, 앤드류, 라고 하는 데도
경찰은 아니야, 당신 이름은 앤두류가 아니고 앤드류스지, 라고 당사자에게,
다른 이름을 강요한다.
참고.
이 대목이 나오는 쿳시의 소설이 정확하게 뭔지 모른다. 거기 나오는 이름도 앤드류가 아닐 가능성이 99%다.
하지만 스토리의 맥락은 그런 내용이다.
소설은 타인이 부당하게 개인의 의식에 개입하고 간섭하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아주 드문게 아니다.
과연 그 놈은 오소리가 아니고 개였을까?
개였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내가 다니는 숲의 오솔길엔 그런 개는 없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