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약간 늦게 도착했다.
그리고 텅빈 탕수육 그릇만이 쓸쓸하게 남겨져 있었다.
그리고..
소스만 남겨진 탕수육 그릇을 끈질기게 뒤적이고 있는 근원이..
짜장면을 시켰다.
그 집 음식 대부분이 맛이 없는 편이긴 하지만,
그 중 물만두와 짜장면은 단연 절망적이다.
다음부턴 생각을 좀 달리 해야겠다.
분위기가 왠지 스산했다.
누군가 특별히 빠진 것도 아닌데, 왠지 허전하고..
(내 뒤에 온 현정이도 같은 얘길 했던 거 보면 유독
나만의 느낌만은 아니었던 듯 하다.)
2.
닭살 커플.. 치킨 세트..
다들 말이 많지만, 난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한 데 왜 자꾸 딴지들을
거는가.. ~(__~)
오늘 의주의 패션은 튿어진 옆을 끈으로 묶은 카우보이 패션..
앞으로의 모임이 갈 수록 기대된다.
언젠간 정말 파티용 드레스라도 입고 오지 않을까..
3.
20대의 막바지를 질주하고 있는 지민과 현정 동갑내기들은
역시 나름대로의 변신을 안고 참석했다.
갑작스런 헤어 컷으로 의미심장한 변화를 준 지민은 또 다시
먼 길을 달려 설까지 왔고,
(흠.. 지금 문득 혹시 설에 연하의 쌈박한 현지남이라도 박아 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뒷통수에 싸하게 꽂힌다..)
현정은 약간의 염색과 컬로 머리를 다듬은 것 까진 좋았으나..
반 팔티에 잠바를 입은 전위적차림으로 주위를 다소 어리둥절
하게 했다.
(눈치 빠른 영광만이 그게 사우나 갔다오는 차림인 걸 알아챘다.
지금 와 생각해 보니 바지도 츄리닝 비슷했던 거 같다.)
4.
반면 20대 중반을 향해 치닫고 있는 또 다른 동갑내기들..
근원이의 견해에 의하면 필드(컨트리 클럽)에서 바로
달려온 듯하다는 영민의 차림새는 내 생각엔
파이프 담배만 빠진 셜록 홈즈 스타일을 표방하고 있었다.
집에 가는 길에 진한 배고픔을 호소하던 수연은 삼각김밥을
하나 사 갖고 들어가겠다고 선언...
딴에는 집에 가서 라면을 끓여 먹고 자는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으나, 내 생각엔 라면 끓여 삼각김밥이랑
같이 먹고 잤지 싶다.
5.
민수씨도 꽤나 오랜만에 봤던 거 같다.
"정말 오랜만에 나온 거 같애요 ^^"
"전 저번 모임에도 나왔는데요.
그대가 안 나와서 그렇지"
"으음.. " ( __);;
오로라는 지난 모임 때 찰떡 대화를 함께 나누었던 의주가
인태의 짝궁이 되는 바람에 서운했을까.. 아닐까..
영광이는 의외로 정말 맷집이 좋은 거 같다.
그 수많은 갈굼에도 불구하고 끄덕도 안 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는 걸 보면..
아마 근원이랑 정면 충돌하면 영광이 쪽의 우세지 싶다..
흐흠..
6.
무엇보다 그 날 모임은 회장님의 "XX번째" 생신이자,
(이해해주길 바란다. 초를 나이 수대로 꽂으려고 했다가
그녀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흠칫했던 사건이 있어서..
어쨌든 그녀는 30대인 것이다.. 아직은..)
코스 탄생 10주년 기념 축하파티였다.
(근데 생일 축하 열기 속에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가고 말았다.)
문제는..
그녀가 내게 생일선물로 에센스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싼 거 사면 3만원이면 돼~~ 라는 주위의 충격적인 부연설명에
현재 목하 고민 중이다.
지금 유력한 안은 내년 생일에 2년치를 묶어서 한번에 사 주는
방안이다.. 흐흠..
7.
암튼 짧고(?) 재밌게 끝난 즐건 정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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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지하철 희생자를 추모합니다!
카페 게시글
[자유 게시판]
정모 후기 - 외전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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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1
03.03.10 12:2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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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분위기가 왠지 스산했던 이유는 제가 빠졌기 때문이겠죠. 누군가 특별히 빠진 것이 아니라 제가 빠졌기 때문에 왠지 허전하고 그랬던 것이었겠죠
치킨세트...스스로 인정하는구만...
공주치마..오호~ 저도 그런 거 입고 싶은데 안어울려서 꿈도 안꾸는데..하하..;;
뭐라고요?? --;;;;; 뭘 박아놔요??
에센스를 요구하시다니~~더 비싼 아이크림같은거 부르시지~ㅋㅋ;;회사다니는 분들 넘 일 마뉘 시킨다거~ 돈벌어서 쓸 시간 없다고 투덜대던데~~;;;^^;;;
ㅡㅡ+ 돈 쓸 시간이 없을 정돈 아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