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코타키나발루에 갔을 때 햄버거집에서 나온 칠리소스 맛에 마눌이나 나나 문득 옛 맛이 생각나서 동시에 "이거 사가야겠네"했지요. 근래에 서울에서는 이런 칠리소스를 살 수가 없었는데, 해서 슈퍼마켓에서 큼직한 것 두 병을 사가지고 왔는데, 그리 빨리 다 먹을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토요일 저녁 때 결혼식에 다녀오던 버스 안에서 샤브수끼 생각이 났습니다.
토요일 오후 7시 결혼식이 우여곡절(?) 끝에 8시쯤 끝나고 참석했던 목사님들을 위해서 따로 만들어놓은 자리에서 저녁을 잘 먹고 오는 길에 샤브수끼 생각이라니?
그 결혼식은 신기했습니다.
결혼식을 한 주일 앞두고 예행연습을 했다는군요. 지지난 주 중에 신랑 어머니에게서 그 말을 들었습니다. 그 주 토요일에 예행연습을 한다고. 아, 요즈음엔 결혼식도 예행연습을 하는구나!
어제 토요일, 정식으로 결혼식을 하는 시간에 주례 목사님 설교가 끝날 즈음에 결혼식이 중단되었습니다. 신랑이 신부에게 허리를 숙이며 무엇인가를 얘기했고, 주례 목사님이 "그러면 그냥 다 생략하고 축도로 마칠까?"하고 신랑신부에게 말하는 것이 마이크를 통해서 다 들렸습니다.
하객들은 무슨 일인가 궁금해했고, 도우미들이 물 한 컵을 가져다가 신부에게 주었고, 이어서 주례 목사님이 "신부가 너무 긴장해서 서 있을 기운이 없으니까 잠시 신부가 들어가서 쉬었다가 다시 예식을 계속하겠다"는 안내를 했고. 침묵이 흐르다가 순서를 바꿔서 축가를 먼저 하자고 해서 청년부의 축가와 또 한 사람의 축가가 끝날 즈음에 신랑신부가 다시 나왔고, 여전히 편치 않은 모습의 신부가 안쓰러웠습니다. 신랑신부 행진을 할 때 가까이서 보인 신부얼굴이 몹시 창백했습니다. 그런 신부에게 당황하지 않고 자상하게 대하는 신랑의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실은 그 칠리소스를 빨리 소비하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던 중에 수끼소스를 만들면 어떨까를 생각했고, 버스 안에서 검색을 해보니까 수끼소스는 '스리라차'라는 태국 소스라는 것을 찾았고, 미국 쇼핑몰에 보니까 480그램쯤 되는 것이 우리돈으로 4천원 정도.
거기다 핫소스를 넣으면 더 좋다고 하기에 핫소스 대신 칠리소스를 넣으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오늘 저녁에 시험을 했습니다.
미국 쇼핑몰에서 구입을 하면 일주일은 기다려야 하니까 동네 마트에 가서 직구보다 두 배 정도를 주고(3백 몇십 그램에 5천원 정도) 샀고, 야채는 교회에서 늦게 오던 마눌이 사가지고 왔고, 마침 오늘 둘째 누님이 장을 봐서 보내주신 고기가 도착을 했기에 수끼를 해먹었습니다.(내 둘째 누님은 내가 신학공부를 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쌀과 고기, 반찬거리를 장을 봐서 보내주십니다. 오늘도 장을 봐서 보냈는데 오후 3시쯤 도착한다고 아침에 전화를 해주셨습니다.)
수끼에서 제일 중요한 소스는 스리라차와 칠리소스를 1:1로 섞었더니 훌륭했습니다.
스리라차와 칠리소스는 비빔국수에 조금 넣어도 좋다는군요. 비빔국수 양념장의 달콤한 맛은 설탕보다 칠리소스로 맛을 내어도 좋겠다 싶습니다. 그렇다면 비빔밥은? 한 번 시험을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