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출조행기(우럭낚시의 추억)
4월 7일 신진도 세진호 11물,
날씨는 안개가 조금 끼었지만 바다는 장판. 다들 호조과를 잔뜩 기대했지만, 진일님을 제외하
고는 거의 모두 몰황. 저의 조황은 오전에 놀래미 한 마리, 오후에 우럭, 대구(애구), 삼숙
이, 놀래미 각 1마리. 모두 방생 싸이즈를 갓 벗어난 크기. 진일님 등이 잡은 고기로 회맛은
보았지만 조금 실망스런 조과였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왜 어째서 진일님만 대구에 우럭가지 쿨러가 찰 정도로 잡았을까? 재
수일까요? 경험일까요?
선미에서 낚시를 하면서 진일님의 낚시 기법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모두 경험했겠지만 이른
봄에는 입질이 참 간사했지요. 깔짝깔짝하면서 채곤했는데 이게 거의 타이밍이 맞질 않았던
거지요. 올라오다가 떨군 것도 몇 번 있고. 그런데 진일님은 입질이 오면 바로 채질 않고 약
간 내리는 듯하면서 기다리더군요. 조금 있다가 살짝 들어보고. 무게가 느껴지면 그때부터 천
천히 감고. 역시 노련한 고수였습니다. 어차피 깔짝거리는 놈이면 놀래미일 가능성이 많기 때
문에 놀래미를 포기하고 기다리는 거지요. 미끼를 크게 사용하고 때를 기다린다, 이런 전략이
었겠습니다.
활성도가 높지 않을 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방법인 모양입니다. 그것을 터득하고 나서 드디
어 대구를 한 마리 잡았는데 아쉽게도 철수 시간. 많은 것을 배운 하루였습니다.
사실 저는 멀리 나가는 침선이 싫어 본격적인 대구 출조는 아마도 처음인 듯 합니다. 서해안
에서 대구낚시가 시작된 것도 사실 몇 년 되지도 않았지요. 3년 전인가 프로호를 타고서 처음
으로 1미터 가까운 대구를 잡은 게 처음입니다. 그때 대구를 잡아 집에 갔더니 어머니께서 하
시는 말씀, 해방 전에 이만한 대구가 장에 나와서 가끔 한 마리를 아버지(저에게는 외조부)
가 사오시면 온 식구가(20여명) 국을 끓여서 배불리 드셨다는군요. 저의 외가가 경북 선산이
고 보면 그 내륙까지 대구가 팔렸다는 것은 아마도 해방전에는 대구가 무지 많이 잡혔다는 거
겠지요.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대구는 진해만을 중심으로 해서 서부 경남에서 아주 많이 잡힌 고기
일 것입니다. 해방전 백석이라는 유명한 시인의 시에 대충 “경남 통영에 갔더니 집집마다 아
이 머리통만한 대구를 말리고 있더라”라는 내용의 구절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남
획 때문인지 대구는 아주 귀한 고기가 되었고, 일식집에 가면 생대구탕은 귀족 대접을 받았지
요. 얼마전부터 남해안에서 치어 방류 사업이 시작 되었고, 요즘에는 다시 대구가 돌아왔다
고 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여하간에 그날 잡은 대구로 탕을 끓였는데 별로 맛이 없었고, 그 다음에는 가끔 대구를 잡으
면 배에서 바로 해체를 해서 내장과 머리통은 버리고 살만 포를 떠서 명절에 부침개(전) 재료
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시장에 가면 부침개로 사용할 대구는 지천으로 늘려 있고 값도 얼마
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대구낚시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우럭이나 광어는 다른
차원이지요.)
하기야 저의 집 사람이 대구를 가지고 요리를 잘 못해서, 맛이 없었을 겁니다. 삼각지 부근
에 냉동 대구로 대구탕 잘하는 집이 몇 군데 있고, 동아일보 사옥 바로 옆 청계천 쪽에 유명
한 <원대구탕>이라는 집도 있는데, 이들 모두 점심 시간에는 줄을 서지 않으면 맛보기 힘들
지경이기도 합니다. 냉동 대구로 하는데 말이지요. 생태탕 잘 하는 집이야 교보 뒤에 있는 <
안성 또순이집>이나 <마포 진미집>에 가면 또 있지만, 동태로도 기가 막힌 맛을 내는 집이 있
기도 합니다. 종로 4가 보령약국 바로 뒤 <연지동태국>이란 곳엘 가면 역시 줄을 서고 있답니
다. 이 집의 얼큰한 동태국은 속풀이에 그만이기도 하지요. 다 요리하기 나름인 게지요.
저는 진일님의 조언대로 집에 와서 대구를 포를 뜬 다음 약 30분 가량 냉동실에 넣어 살짝 얼
렸다가 썰어 먹어니까,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있더라구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의 숫
자는 세상의 어머니의 숫자와 같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음식의 맛은 개인의 경험이 중요
시 되고 그 다음에는 요리 방법, 그 다음에는 재료, 이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먹느냐
가 중요한 거지요.
사실 안흥이나 신진도의 각 배에서 끓여주는 우럭 매운탕이 저는 맛있는 줄 모르겠습니다.
그 싱싱한 재료로 왜들 그리 맛없게 끓이는지.
어릴 때 저의 어머니는 조기매운탕을 잘 끓였지요. 70년대 초반에는 조기가 흔했습니다. 어물
전에 가면 알밴 싱싱한 조기를 쉽게 만날 수 있었지요. 제가 어머니에게 조기매운탕이 먹고
싶다고 하면 어머니는 저에게 천 원을 주면서 사오라고 했지요. 물 붓고, 끓으면 손질한 조
기 넣고, 양념 다데기 넣고, 파 넣고, 날계란을 풀어서 넣고, 다음에 쑥갓을 넣자마자 상에
내면, 그 맛이야 일품이지요. ‘날계란을 푼다’에서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회원분들도 아마
상당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게 좋아서 지금도 우럭 매운탕을 끓여도 그렇게 합니다.
어머니의 손맛에 대한 입맛의 추억 때문이겠지요.
우럭낚시도 그렇습니다. 제가 처음 바다낚시를 한 게 91년쯤입니다. 통영에 행사가 있어 3박
4일 머무를 일이 생겼는데, 제가 할 일이 별로 없어 무작정 낚시점에 가서 릴대하고 큰 스피
닝릴하고 묶음추 하고 갯지렁이를 사서, 숙소 앞 바다에 무작정 던졌지요. 도다리 두어 마
리, 놀래미, 붕장어 이런 걸 잡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다음해인가 가을에 그 낚시대를 가지
고 덕적도로 갔습니다. 쾌속선이 없던 시절이라 2시간 반쯤 걸렸고, 당일로 돌아오기 위해선
오후에 나와야 했기에 선착장 부근에서 무작정 던졌더니 망둥이가 잡히더라구요. 그날은 햇살
에 햇빛의 알갱이가 만져질 정도로 투명한 가을날이어서 몇 마리 망둥이도 그렇게 즐겁더라구
요. 연안부두에 도착해서 동인천 지하철역까지 택시를 타고가는데, 기사가 묻더라구요. 많이
잡았냐구. 그래서 덕적도 가서 망둥이 몇 마리 잡았다니까,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고 새벽에
남항부두로 가라더군요. 거기서 배타면 하루 종일 낚시한다고. 그래서 그 다음주 일요일 남
항 부두로 갔지요. 그 다음부터는 뻔한 수순입니다. 여러분처럼 우럭낚시 팬이 된거지요. 당
시엔 40인이 타는 철선이었지요. 여러 낚시배를 전전하다가 백마호로 안착했지요. 당시는 거
의 바닥끌낚시 위주였고, 봉돌도 인천에는 50호를 사용했지요.
처음 안흥으로 갔을 때의 일입니다. 친구하고 둘이서 사리 때인데-사리 때가 뭔지도 모르고-
안흥으로 간적이 있었습니다. 신진도 방파제에서 원투나 하려고 했는데 낚시가게엘 갔더니,
우연히 놀러왔던 차선장(지금 바다호 선장이든가?)이 자기배를 타라고 하더라구요. 그때가 오
전 10시쯤 되었는데 몇 시간만 하면 먹을만큼 잡는다고 하더라구요. 5만원인가 내라고 해서
좀 비싸다 생각하면서도 그 배를 탔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지금 생각하면 가의도 바
로 옆인데 넣으면 쌍걸이가 나오더라구요. 서너 시간 낚시했는데 각각 40여마리 잡았던 것으
로 기억이 납니다. 씨알도 좋았지요.(지금 생각하면 꿈같은 시절이지요.)
그리고 세월이 흘러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낚시꾼이 많아지고, 어초낚시가 생기고, 침
선낚시가 생기고, 싱글라인코리아도 생기고, 4-5시간이나 나가도 꽝인 날도 있고, 한 겨울에
도 낚시를 하고.... 한 15년 만에 많은 변화가 생겼지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한 10년 무엇을 하면 그 일에 자부심과 더불어 자만심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번 정출에서 역
시 강호에는 고수가 많다는 사실을 새삼 느낍니다. 깨갱한 거지요. 진일님을 보고 그런 생각
을 했지요. 술 드시고 입심 풀고 낚시하고, 후배들 챙기고 등등. 재작년 봄인가 태권브이님
의 어초낚시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는데 이번에도 많이 배웠습니다. 진일님 고맙습니다. 청출
어람이란 말이 있듯이 다음에는 제가 더 많이 잡겠습니다.
람바다님을 비롯, 여러분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카페 게시글
‥‥365출조 조행기
4월 7일 안흥 세진호 조행기(우럭낚시의 추억)
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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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80
07.04.09 17:29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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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강물님의 조행기를 읽다 보니 잼나는 내용이 많이 있네요.ㅎㅎ 서해 대구도 먹을거리 만들게 많습니다..저는 대구 하나로 살점은 대구포와 샤브샤브를 하면서 국물은 지리탕,머리는 대구 머리찜를 만들어 먹씁니다..한자리에서 4가지 요리를 만들어 보세요...우럭은 튀김으로 시작해서......요리법은 오늘 한시간은 필요 할것 같네요...ㅎㅎ 조행기 잘 보고 갑니다..항상 어복이 가득하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꾸~벅
강물님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뒤에 앉아 묵묵히 낚시 하시는 모습 옆에서 보니 강물님의 내공이 느껴지더군요? 즐낚하시기 바랍니다. ^*^
세월의 향기가 뭍어나는 조행기 잘 읽었습니다. 바다의 심술을 우리가 잡을 수는 없다고 생각 합니다. 단, 같이 가시는 우리휀님들의 정과 사랑이 있기에 빈손으로 와도 이제는 웃으면서 집으로 갈 수가 있게 되었네여
좋은 조행기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어복충만하시길......
강물님의 조행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리없이 전개되는 흐름과 구성이 제가 낚시를 시작했던 때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사진을 보니 진일님만 나와서 다른 분들은 뭐 하시나 했더니 이유가 있었군요. 조기매운탕에 계란을 푼다는 말 이해가 정확히 됩니다. 제 어머니도 조기 매운탕을 그렇게 끓이시거든요. 선상에서 꼭 뵙고 싶은 분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읽었슴니다 저도 조행기한번써볼라고하는데 잘안되는구만요 대리만족함니다 세진호정출에 참여하신 조우님들 고생많으셨슴니다 다음에 선상에서 뵈옵기를 바람니다~~~~^^*
대구....없어서 못먹는디......ㅎㅎ 조행기 잼나게 읽었습니다....함게출조하신분들도...수고하셨구요~ ^^*
생대구탕 맛이 이 글과 같은 맛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아직 대구알탕 맛만 한 번 정도?) 깔끔한 글과 진솔한 내용,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한 수 지도도 받았습니다(낚시 기법), 감사합니다.
요리에도 맛이 있지만 글에도 맛이 있는걸 새삼 느꼈습니다...눈과 머리가 즐거운 맛깔스런 조행기 잘보았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즐낚하세요...
맛 깔스런 조행기 잘보고 갑니다......무슨일이든 선배가 필요함을 느끼게해주는 진국 대구탕~~~~~~얘기~~~즐낚하세요.
조행기 정말 맛나게 잘 쓰셨네요.... 계란을 풀어 끓인 조기 매운탕보다 더 맛나게.. 조행기 잘 읽고 갑니다... 어복충만~!!!! ^^
아~~~ 가슴으로 읽은 조행기 잘 보고 갑니다.
잔잔하면서도 유려한 조행기 잘 읽었습니다. 그 날 재미있었습니다. 저도 처음으로 대구(애구) 잡아 봤고... 배 뒷전에서 진일님의 회파티에 계속 참석했구... 그 재미죠 뭐,,,
강물님 짧은 자서전 같습니다.. 같은 열의 선후미에서 낚시에 집중하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날 오전 조황이 너무 좋지 않아서 어떻게해서든 대구라도 잡아서 매운탕이라도 끓여야겠다는 일념이었지만,,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하루였던것 같습니다. 오후에 대구한마리 딸랑.. ㅋㅋㅋ... 고통스러운 하루였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담긴 조행기 잘 보고 갑니다. ^^
강물님의 조행기 잘 읽었읍니다, 미천한 저의 과분한 칭찬에 새삼 감사드리며 강물님의 조력이면 언제든지 저보다 많은 조과가 있으리라 믿읍니다, 다음에 선상에서 만나면 좋은 경쟁을 한번 하여봅시다, 감사합니다,
역시 강물님의 조행기에는 향기와 깊은 감동과 여운이 남습니다.. 누군든지 장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항상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계심에도 겸손하시어 배울게 너무 많습니다.. 선상에서 뵙기를 바라며~~~ ^^* 조행기 너무 잘봤습니다.. 꾸~~~~~~~~~~~~~~벅
저도 그날 행복한 하루 였습니다.... 진일님이 떠주인 우럭 한쪽을 통체로 쩝.... 처음이었지요...오전에 몰황중에도 기꺼이 내주신 여러고기땜시 모두들 행복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쉽게도 회덮밥을 위해 야채준비하셨던 도우미님들이 안타까워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담엔 꼭 맛있게 먹어드리지요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