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1일 연중 제27주간 (금) 복음 묵상 (루카 11,15-26) (이근상 신부)
더러운 영이 사람에게서 나가면, 쉴 데를 찾아 물 없는 곳을 돌아다니지만 찾지 못한다. 그때에 그는 ‘내가 나온 집으로 돌아가야지.’ 하고 말한다. 그러고는 가서 그 집이 말끔히 치워지고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면 다시 나와, 자기보다 더 악한 영 일곱을 데리고 그 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그리하여 그 사람의 끝이 처음보다 더 나빠진다.”(루카 11,24-26)
얼핏 보기에 뭔가 정돈하는 수고, 이를테면 어떤 식의 영적 성장이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복음은 깨어있음, 그것도 자만할 수 없는 깨어있음을 강조할 뿐이다. 깨어있음이란 실로 한순간의 결단이나 고립된 삶의 선택이 아니다. 그건 온 삶이다. 삶의 태도, 방향. 부단히 반복된 삶의 선택이 다다른 지금 이 순간. 물론 자비로운 주님의 은총으로 우린 깨어있음으로 끊임없이 초대되지만 결국 수저를 드는 건 우리의 몫.
멈추지 않는 전진.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불굴의 투혼. 그리고 결국 바다 앞, 물 한바가지로 뭘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막막한 패배 앞에서도 여전히 한움쿰의 선으로 바다와 맞서는... 뭐랄까. 시인의 삶. 그 맑은 가벼움에 마귀도 동동 뜰수밖에.
출처: https://www.facebook.com/simonksyi/posts/pfbid0vcyokWWYsnmuCEF3bukyKWzPBgeY97nQHqKtT3BVqBKb988QqggpKssJVohXJt75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