連山의 烏鷄
여름 보양식으로 삼계탕과 보신탕이 있다. 인삼이 들어가는 삼계탕은 쉽게 먹기 힘든 비싼 음식이었고, 보신탕은 서민 음식이었다. 조선 후기 천주교가 박해받고 산간오지로 숨어 다닐 때 연명하던 음식이 보신탕이다. 단백질 섭취의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천주교 원로 신부님들 가운데 보신탕 즐겨 드시는 분을 여러 명 봤다. 누렁개인 황구(黃狗)는 '여름에 걸어 다니는 산삼'이라는 말을 들었다. 보신탕은 이북이 이남보다 훨씬 발달했다.
개고기를 '단고기'라고 부르고, 보신탕을 '개장국'이라고 부른다.
이북의 방식은 개고기 육수에다가 손으로 쭉 찢은 고기를 넣고 다른 재료는 첨가하지 않는다. 이남은 여러 가지 양념을 넣지만 이북은 담백하게 먹는 스타일이다. 이북은 개장국에 조밥을 함께 먹는 것이 궁합이 맞다고 여겼다.
삼계탕은 백제 의자왕이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왕이 먹던 궁중 음식이라는 말이다. 닭은 양기(陽氣)가 강한 성질이다. 용봉탕(龍鳳湯)에서도 닭을 재료로 쓴다. 닭이 오래되면 봉황이 된다고 여겼다.
닭 가운데서 유명한 닭이 충남 연산(連山)의 오계(烏鷄)다. 몸 전체가 온통 검다. 체구는 그리 크지 않다. 비상하는 능력이 일반 닭의 2~3배는 될 정도로 야생 조류에 가깝다.
논산시 연산면 화악리(華岳里)에서 오계 보존을 집안의 가업으로 계승해 온 이승숙(53)씨에 의하면 '오계는 3년을 자라야 약용으로 쓸 수 있다'고 한다. 5대조부인 이형흠(李亨欽•1805~1881)이 철종 임금에게 '연산오계(連山烏鷄)'를 진상한 이래로 오계 키우는 것이 집안의 전통이 됐다. 오계는 현재 천연기념물이다.
'동의보감'을 보면 오계는 골통(骨痛)에 좋다고 나온다. 무릎관절이나 허리 아픈 데에 좋다는 뜻이다.
연산의 지세는 계룡산(鷄龍山) 서쪽 자락과 이어져 있다. 닭 계(鷄)자가 들어가는 이름인 계룡산은 산봉우리들의 모습이 닭 볏과 비슷하다. 그래서 그런지 예로부터 '계룡산 자락 30리를 벗어나면 연산오계가 아니다'라는 말이 전해 온다. 계룡산 일대가 닭을 키우기에 적당한 풍토와 기후를 지닌 모양이다. 오계는 양기가 워낙 강해서 인삼을 쓰지 않고 차가운 성질을 지닌 황기와 더덕을 넣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