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를 추모하는 추신수
"지역 감정 사로잡힌 팬, 이해가 안가"
그 분은 제가 그동안 언론과 인터뷰했던 내용이나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일기를 읽으면서 공인 신분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말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애도, 그리고 김병현, 최희섭 선배에 대한 언급 등을 열거하면서 이렇게 물어보셨습니다. ‘혹시 부모님, 조부모님, 아니면 아내가 전라도 출신이냐?’고요. 공인이라는 사람이 지역 감정에 휩쓸려 전라도 사람들에 대해 다소 치우친 감정을 갖고 있다고 하셨고요. 더욱이 그 분은 만약 제 가족 중에 전라도 분이 계신다면 더 이상 팬으로 남지 않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니, 제가 전라도 사람을 좋아한다면 추신수의 팬임을 포기하겠다고 강조했어요.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말씀하신 분이 자신은 지역 감정에 사로 잡힌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친절히 설명해 놓으셨다는 겁니다.
그 글을 읽고 순간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전 부산 출신입니다. 제 가족들 중에 경상도 출신이 있는지, 전라도 출신이 있는지는 언급도 하고 싶지 않아요. 그 분의 주장대로라면 미국 사람들이 단지 흑인이나 아시아인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종차별을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미국 사람들도 유색 인종의 겉만 보고 차별을 하는 것처럼 그 분도 단지 ‘전라도 사람’이라는 겉모습 때문에 무조건 싫다 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외국에서 생활하다보면 한국, 한국 사람들이 모두 내 가족같고 내 이웃같은 정이 느껴집니다. ‘코리언’이란 단어 속에는 지연이나 학연 등이 얽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 국민들, 같은 민족 사람들이란 공동체 의식이 존재합니다. 역사의 흐름과 함께 많은 시간들이 지났고 동서화합이니 뭐 그런 거창한 말들도 오고 가는 지금, 여전히 지역 감정에 사로 잡혀서, 일개 운동 선수를 어디 출신이니 아니니 하면서 팬을 하겠다, 안 하겠다고 말씀을 하시는 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만약 제 팬들 중에 이런 분이 계신다면, 그래서 떠나겠다고 하신다면 전 말리지 않겠습니다. 제가 평소 갖고 있는 소신과 가고자 하는 길이 너무 틀리기 때문에 더 이상 추신수의 팬을 안 하신다고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http://sports.news.nate.com/view/20090914n03089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당시, 추신수 선수가 남긴 애도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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