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는 하지, 단오, 망종 절기가 들어있다. 아침 바람이 상쾌하고, 이슬 젖은 풀잎이 아름답다. 그래 아침 산책 좋아하는데, 그중 올봄에 아파트 노인정 근처에 심은 몇 그루 무궁화 묘목 싱싱한 새잎 돋는 걸 보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다. 무궁화 한그루는 노인정 옆에 나란히 있는 어린이집 아이가 호기심으로 뿌리를 두 번이나 뽑은 걸 두 번 다시 심어 가꾼 것이다. 이런 나무 잘 자라는 모습은 더 신기하다.
예전에 근무하던 회사에 만여 명 여사원이 있었다. 3교대로 나르던 통근버스 회사 이름이 무궁화관광이다. 사장은 김*현 사장이란 분인데, 무궁화 사랑이 깊어 가히 무궁화 전도사 같은 분이었다. 나는 그분 덕택에 무궁화를 알게 되고, 그 후 꼭 내 주변에 무궁화를 심어놓곤 했다. 무궁화는 여름 3개월 동안 꽃이 피는, 꽃 중에 개화기간이 가장 긴 꽃이다. 잎과 줄기는 약성을 가진 식물이고, 우리 백두산족은 무궁화나무껍질로 옷을 해 입었고, 하늘에 의식 행하던 신단(神壇)에 심고 사랑하던 꽃이다. 최치원은 당나라에 보낸 국서(國書)에 신라를 근화향(槿花鄕)이라고 썼고, 신라 화랑이 머리에 꽂고 다닌 꽃이 무궁화다. 사관 생도 기르는 학교 있는 태능을 화랑대라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는 김사장이 인품 있어 그를 초빙하려고 회장님과 인터뷰를 주선한 적 있고, 그분은 후에 포천 모 골프장 사장으로 가서 날 골프 초대한 적 있다. 관광버스에 여자 차장이 있던 시절이다. 그 회사 차장 김*화는 입담 좋아서 그랬던지 나중에 개그우먼으로 유명했다.
직장 은퇴한 지 20년 넘어 세상사는 TV 뉴스 보며 가름한다. 맨날 그 모양 그 꼴 정치판 모습 보면 맘 어지럽지만,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 새벽 냇가 하얀 해오라비 보면서 맘 달랜다. 산책길엔 몸매 관리하러 나온 젊은 여인들, 지팡이에 몸 의지한 노인도 있다. 소녀가 머릿결 바람에 날리며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뒷모습 보면, 'I dream of Jeanie with the light brown hair' <금발의 제니>란 노래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