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부역자들과 동침할 수는 없다

어제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박근혜 대통령계(친박)가 아슬아슬하게나마 살아났다.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에 친박계 후보인 정우택(4선.청주 상당) 의원과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 이현재(2선.경기 하남) 의원이 16일 당선됐다. 정우택·이현재 62표, 비박계 나경원·김세연 55표로 7표 차이였다.   이날 친박 대 비박의 표 대결은 박 대통령을 지키려던 탄핵 반대세력과 당권찬탈에 목을 맨 탄핵 주도세력 간의 진검승부였다. 하지만 친박계는 불리했다. 새누리당 당적을 가지고 탄핵을 주도했던 이른바 배신의 정치인들이자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팔아먹으려던 부역자 패거리들의 숫자가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승리한 것은 박 대통령 탄핵의 잘못을 깨달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는 당선 소감에서도 "우리 당이 분열되지 않고 화합과 혁신으로 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로부터 다시 박수를 받고 보수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사즉생의 마음으로 한번 살려보자.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역설했다.   탄핵 주도인물인 나경원 의원은 경선과정에서 "들끓는 민심 속에서 우리 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궤멸을 피할 수 없다"며 박 대통령 탄핵 사태의 '친박 책임론'을 주장했지만 탄핵 찬성표 의원들조차 모두 끌어들이지 못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사실상 새누리당의 창업주이자 여당의 정점인 대통령을 몰아내겠다고 선언하고 행동으로 옮긴 당 쿠데타세력과 한솥밥을 먹으며 동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2선 후퇴'와 '비주류 추천 비대위원장'을 당내 화합 방안으로 제시하고, 실제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당 최고위 지도부가 예정보다 닷새 앞당겨 즉각 일괄 사퇴를 선언함으로써 비대위 전환의 길을 터놨다.   정우택 원내대표의 립서비스라면 모르되 실제로 비박계 인사가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된다면 새누리당은 더욱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수렁으로 빠질 것은 자명하다. 김무성, 유승민, 나경원으로 대표되는 탄핵주모자들은 여전히 종북좌파세력과 정권찬탈에 혈안인 야당의 촛불시위를 ‘들끓는 민심’이라 말하며 편승하고 있다. 이는 이미 국가안보 최우선과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보수우파의 정체성과는 정반대되는 집단임을 자백한 것이다. 이들과 또 다시 동침을 하겠다면 그것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배은망덕의 극치다. 따라서 대한민국을 종북세력에 헌납하는 최악의 패착이다.   김무성 의원은 "친박 핵심 의원들을 인적 청산하고 당을 해체해야 하는데 수적으로 친박이 더 많아 불가능하다"며 "(다만) 당대표까지 지낸 내가 탈당하는 게 쉬운 일이겠느냐. 어느 것이 옳은지 고민이라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고, 유승민 의원은 "당에 남아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노력, 투쟁을 해보겠다"고 했다. 참으로 파렴치하기 그지없는 자들이다. 대통령을 탄핵하는데 결정타를 날리고 당을 파멸직전으로 몰아온 자들이 어찌 당에 남겠다는 것인가? 하루속이 탈당해 종북세력과 합치하는 것이 그나마 양심적이지 않은가.   새누리당은 이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공고히 지키고 미래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친박도 비박도 아닌 애국 보수우파 인물을 비대위원장에 앉히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부터 국민에게 호소하고 지지를 이끌어야 한다. 정치이해득실이나 따지고 적당히 봉합하려들면 새누리당의 미래는 없다는 사실에 정우택 원내대표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