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법
박윤배
큰물 휩쓸고 내려간 뒤
강의 중심에서 밀려난 흙더미에
떠내려가다 멈춤 씨앗일까
뒤늦게 밀어올린 참외의 싹이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급기야는 둥근 열매 매달고는
넘실대고 있다
곧 무서리가 내리면 제대로 익지도 못할
열매를 맺어서 어쩌겠다는 것이냐
늦게 본 자식 하나 이웃들 걱정해도
바라보는 부모의 눈에는
늘 어여쁨인 개똥참외
척박한 살림에 자식 하나 더 키운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랴 만은
굴곡의 강이 만들어 준 희망 하나가
넝쿨이 되고 잎이 되고 열매가 되고
세상의 낮은 곳을 휘도는 물길 곁에서
다부지게 살아내는 생이길
우연이 아닌 필연의 생이길
낮은 가을 강물 목청을 들려준다
근력 약해진 내 팔을
베게 삼아 품에 밤새 파고들면
웅크린 늦둥이 숨결이 고맙다
무서리 내리기전 잔뿌리 다치지 않게
아이와 삽으로 떠와서
집안에 옮겨 심은 뒤,
베란다를 건너온 아침햇살이
게으른 내 늦잠 깨우기도 전에
나는 씩씩하게 일찍 일어나
사냥을 나선다.
오늘도 수렵도의 사내처럼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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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 박윤배
생년월일 : 1962
연락처 : 사무실 053 640 5588 휴대폰 010 5687 6195
직 업 : 대구상원고 미술교사
등단여부: 1989년 대구매일신춘문예 시 <겨울판화>당선으로 데뷔
1996년 시와 시학 신인상으로 데뷔
활동사항: 1993년 시집<쑥의 비밀 >
2002년 시집<얼룩>
현재: 한국시인협회
대구시인협회
시와시학회원
대구시학회
시문관동인
메일: ybpsss@ 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