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함께 가는 대구 오래된 맛집

[자비화]

대구에는 3대가 추억을 공유하는 오래된 맛집들이 많다. 엄마 손에 이끌려 가던 집, 이제 내 아이 손잡고 가는 집들이다. 그중에 이곳을 모르면 간첩이라 할 만큼 명성이 자자한 집들을 찾았다. 62년 전 야끼우동이 태어난 중화반점, 백종원도 인정한 54년 전통의 미림 돈가스, 분식계의 터줏대감인 미진분식은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소울푸드다.

엄마 손잡고 가던 집, 이제 내 아이와 함께 가는 집

원조 야끼우동의 품격, 중화반점

동성로 대구백화점 정문에서 맥도날드 골목을 따라가면 오래된 중국집이 하나 있다. 중화반점이라는 한자 간판 아래 검은색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면 넓은 홀에 언제나 손님이 가득하다. 1954년에 개업한 중화반점은 야끼우동이 태어난 집이다. 야끼우동은 '대구 10미'에 선정되어 있을 만큼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대구 10미 중 하나인 야끼우동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고민하는 중국집의 흔한 풍경을 이집에는 보기 힘들다. 자리에 앉으면 가져다주는 메뉴판에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화려한 중국요리들이 있지만, 대부분 야끼우동을 시킨다. 커다란 접시에 담긴 야끼우동이 등장하면 입에 침이 가득 고이기 시작한다. 붉은 양념에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면발 위로 오동통한 오징어와 새우 그리고 채소와 고기가 넘치도록 올라가 있다. 면, 해산물, 채소를 골고루 젓가락에 집어 한입 먹으면 매콤 달콤한 맛이 혀끝을 감싼다. 통통하고 쫄깃한 면발과 싱싱한 해산물과 채소가 어우러져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왼쪽/오른쪽]54년 개업한 중화반점의 원조 야끼우동 / 야끼우동과 잘 어울리는 탕수육

주인장에게 이집 야끼우동의 비밀을 살짝 물어봤다. 좋은 재료를 쓴다는 당연한 이야기가 돌아온다. 가장 좋은 등심만 사용해 고기 잡내가 없고 부드럽다든가, 식초에서부터 단무지며 채소까지 일등급만 쓰고, 해산물도 그날그날 신선한 것만 고집한다는 이야기 속에 재료와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런 뻔한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를 알려달라고 하자, 불맛이라고 귀띔한다. 이집에서 쓰는 화로는 아버지 때부터 사용하던 옛날 화로다. 요즘 화로는 흉내 낼 수도 없는 화력을 가진 화로 덕분에 특별한 불맛을 자랑한다.
아끼우동을 개발했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지금은 아들이 대를 이어 야끼우동의 맛을 지켜가고 있다.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아버지가 해 오신 맛을 그대로 고집한다. 한번 먹으면 잊을 수 없는 그 맛은 대구 사람들에게 대를 이어 찾아가는 맛집이다. 영업시간 11:30~21:00, 매주 월요일 휴무, 야끼우동 8,000원,

대를 이은 맛과 고집

[왼쪽/오른쪽]옛날 화로가 내는 남다른 불맛 / 중화반점 내부

한국식 돈가스의 지존, 미림식당

서문시장 국채보상로 건너편에는 창업한지 54년이 된 돈가스집이 있다. 백종원의 3대천왕 돈가스 편에 나와 온 나라를 침샘에 빠지게 했던 집이다. 방송에 나온 지 6개월째. 안 그래도 밥 때가 되면 복잡하던 집이 이제는 줄을 서지 않으면 먹기 힘들 정도로 유명새를 치르는 중이다.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절대 아깝지 않다.
돈가스는 비주얼부터 남다르다. 제법 도톰하고 큰 돈가스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소스를 끼얹은 돈가스가 등장하면 침이 꼴깍 넘어간다. 입맛을 자극하는 진한 소스 위에 붉은 케첩이 한줄 그어진 포스가 예사롭지 않다. 사각사각 칼질하면 순간 시험 백점 맞던 어린 날의 추억이 눈앞에 스쳐간다. 30대 이상이라면 생일이나 시험 잘 친 특별한 날이면 설레며 먹던 돈가스의 추억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법. 돈가스 한 점 포크로 찍어 입에 넣으면 추억은 더 깊어진다. 부모님과 친구들과 함께 먹던 옛날 그 맛 그대로다.

 

백종원도 인정한 한국식 돈가스

이집 돈가스의 비결은 반세기를 이어온 전통방식 그대로 만든다는 것. 돈가스 다지는 기계가 있지만 여전히 소주병으로 고기를 다지고, 옥수수식빵을 채에 쳐서 빵가루를 내린다. 소스도 54년 전 방식으로 만든다. 소스의 기본이 되는 루는 흔히 버터로 볶지만 이집 소스에는 버터가 들어가지 않는다. 느끼하지 않고 한국 사람들 입에 잘 맞는 이유다. 소스 마지막에는 아버지가 처음 만들었던 씨소스를 넣는다. 54년을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지켜온 씨소스라니, 문화재급 돈가스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왼쪽/오른쪽]입에 꽉 차면서도 살살 녹는 그 맛 / 일자로 그어진 케첩의 포스

미군부대 취사병으로 있던 아버지가 62년에 처음 문을 연 미림식당을 아들 나성현 씨가 이어받은 건 18년 전. 매일신문사를 그만두고 아버지 일을 배우겠다는 아들을 한사코 말렸지만 조리사 자격증까지 따며 의지를 보여 아버지를 설득했다. 그런 아들에게 아버지가 돈가스보다 먼저 가르쳐 주신 건 정성이었다. “음식은 정성이다”라고 귀에 못이 박이도록 해준 말씀 덕분에 지금까지도 아버지의 방식과 정성으로 돈가스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영업시간 11:30~20:00 (브레이크 타임 14:30~17:30), 매주 일요일, 명절 연휴 휴무, 돈가스 7,000원.

옥수수식빵을 채에 쳐서 빵가루를 내린다.

[왼쪽/오른쪽]기계는 노, 고기를 여전히 유리병으로 다진다. / 반세기를 이어온 문화재급 돈가스

소풍가던 날 엄마 김밥의 추억, 미진분식

동성로 미진분식은 40년 넘는 동안 대구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분식계의 터줏대감이다. 학창시절 한 번쯤 미진분식을 안 먹어 본 사람이 없을 정도다. 메뉴는 김밥, 우동, 쫄면, 비빔우동 네 가지가 전부지만, 네 가지가 모두 인기 메뉴다. 두세 사람이 어울려 오면 네 가지 모두 시켜 먹는 것이 이집의 흔한 풍경이다.

최고의 재료와 정성으로 만든 엄마표 김밥

미진분식이 정식으로 간판을 단 것은 78년이지만 장사를 시작한 것은 그 몇 년 전부터라니 40여 년이 훌쩍 넘은 역사를 자랑한다. 지금은 본점은 아들이, 228점은 막내딸이 대를 이어 영업 중이다. 228점을 운영하는 따님 이정미씨는 소풍을 가면 친구들이 김밥이 너무 맛있다며 너도나도 먹어서 정작 자신은 몇 개 먹지 못했던 추억이 있다며, 어린 시절 엄마가 사준 김밥 맛 그대로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생면으로 끓여낸 우동은 옛날 우동 맛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마늘, 생강, 물엿, 고춧가루 등을 잘 배합해서 만든 쫄면장은 일주일동안 숙성해서 고춧가루 풋내를 없애고 칼칼하면서도 깊은 단맛을 살려낸다.

40여 년 이어온 대구 분식의 클래스

[왼쪽/오른쪽]미진분식의 비빔우동 / 일주일 동안 숙성한 양념장에 비빈 쫄면

나이 지긋한 손님들이 ‘엄마가 할 때 맛이 나네.’하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기분 좋다는 이정미씨는 엄마의 솜씨를 물려받은 지 어느덧 10년째. 매일 새벽 6시면 육수를 끓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통영 멸치, 예천 쌀, 영양 고춧가루 등 엄마에게 배운 대로 가장 좋은 재료를 쓰는 것은 기본이다. 단무지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식구들 먹듯이 해라.”는 부모님 말씀을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전 메뉴 포장이 가능해 포장해가는 손님들도 많다.
영업시간 09:00~21:30, 본점은 둘째 주 월요일 휴무, 228점은 설, 추석 전날과 당일 휴무, 김밥 3700원, 우동 3,500원, 쫄면 3,700원 비빔우동 4,000원.

미진분식 외관

여행정보

중화반점

• 주소 : 대구광역시 중구 중앙대로 406-12
• 문의 : 053-425-6839

미림식당

• 주소 : 대구광역시 중구 국채보상로93길 6
• 문의 : 053-554-6636

미진분식(228점)

• 주소 : 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2길 71
• 문의 : 053-431-1120

주변 여행지

• 근대골목투어 : 중구 달구벌대로 2029(의료선교박물관) / 053-661-2621(중구청 문화관광과)
• 동성로 : 중구 동성로 / 053-803-3881(대구시청 관광문화재과)
• 김광석길 : 중구 달구벌대로 2238 / 053-661-2191(중구청 문화관광과)

숙소

• 공감게스트하우스 : 중구 중앙대로79길 32 / 070-8915-8991 / 굿스테이
• 구암서원 : 중구 국채보상로 492-58 / 053-428-9900
• 엘디스리젠트호텔 : 중구 달구벌대로 2033 / 053-253-7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