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인천공항에서 있었던 일이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여자인가보다. 3살 쯤 되는 아이를 업고 있는데
사람들에게 뭔가 물어보는데 모두들 그냥 지나친다.
내가 다가갔더니 어설픈 한국어로 다급하게 묻는다.
“하노이 가는 비행기 이쪽으로 가는 것 맞아요?”
이곳이 고속버스터미널도 아닌데 방향을 물어 보다니
하노이 방향이 이쪽이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모른다고 하지....게이트를 찾아야지
보딩 패스를 보여 달라고 했더니 게이트가 108번. 건너편 터미널이었다. 그 아래 보딩 시간을 봤더니 탑승시간은 이미 지났고 비행기 문 닫는 시간, 10분 전이었다.
“아줌마. 여기서 이러면 안돼요. 빨리 가요.”
아무래도 안되겠다. 난 모녀를 데리고 황급히 셔틀트레인을 함께 탔다. 다시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는데 이미 여기서 5분을 잡아먹었다. 에스컬레이터 위에서는 공항 직원이 하노이 승객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여기 아줌마 올라가니 비행기 좀 잡아주세요.” 외쳤더니 늦었다고 포기하란다.
상황이 급박해지니 아줌마는 안절부절 못한다.
“아줌마. 아이 나한테 주세요. 내가 업고 갈께요.”
그런데 그 아이가 낯선 사람이 안으니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고 마구 울어 제킨다.
이걸 보고 지나가는 사람이 한 마디 던진다.
“아빠 말 잘 들어야지.”
졸지에 난 이 베트남 여인의 남편이 되어 버렸다. 짧은 시간이지만 난 남편의 역할을 하기로 결심했다. 아줌마는 아이를 안고 난 짐 2개를 대신 들고 마구 뛰기 시작했다.
“Tm발~~하필 108번 게이트는 제일 끄트머리야”
상황이 다급하니 입에서 욕이 튀어나온다.
아무래도 내가 빨리 가서 비행기를 잡아야했기에 더 빠른 걸음으로 달렸다.
힐끔 뒤를 돌아보니
베트남 엄마는 아이를 안은 채 20미터 뒤에서 헐떡거리며 뛰어오고 있다.
게이트 앞에서 (이러면 안 되는데) 아줌마 가방을 뒤져 승무원에게 보딩 패스를 보여주고 비행기 출발을 막았다. 조금 있다가 아줌마가 다가 왔다. 게이트 입구에서 가방을 건네주며
“아줌마. 비행기 잡아 놓았어요. 고향 잘 다녀오세요.‘
그제야 난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20대 초반 앳된 얼굴이다. 땀과 눈물을 범벅이 되어 연신 고맙다는 말만 연발한다.
“울 시간이 없으니 빨리 들어가세요.”
모녀가 기내로 들어가니 비행기 문이 철컥 닫힌다.
그제야 내 몸도 땀으로 범벅이 된 것을 알았다.
3살 쯤 된 아이를 보니 고향 간지 최소 5년은 넘은 것 같다. 왜 그녀가 남편도 없이 아이와 베트남 비행기에 올랐는지 난 모른다. 분명 어렵게 고향을 가는 것만은 분명할게다. 만약 비행기마저 타지 못했다면 그 여인은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을까.
한국에서 좋은 인연을 가졌으면 좋았을텐데 설사 그러지 못했다면 최소한 한사람쯤은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연초부터 좋은 일 해서 그런 가, 괜히 발걸음이 가볍다
첫댓글 졸지에 국제 결혼남이 되었네요ㅋㅋㅋ 좋은 일하셔서 복받으실거에요
역시 어딜가시나 배려하시는 마음
화이팅입니다..
여행지님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의 가슴속에 항상 ....
이 대목에서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않이구먼
애기 엄마는 도와주려고 애기를 안고 뛰신게 아니고 빼앗겼다고 느꼈겠죠ㅎㅎ
순간은요,,
연초에 좋은 일 하셨네요,,
그 아기 엄마 뱅기 놓쳤으면,,맨붕 100%왔을거어요..지금 베트남에서 모놀님 애기하고 있겠네요ㅎㅎ
나중에 한국 오거든 틀림없이 님을 찾으실 겁니다. 혹여 그녀가 님을 찾는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 글을 읽은 회원 누군가 연락을 취해 주리라 믿습니다.
오랜만의 느껴보는 감동의 울림!!
나도 착한 일 해야지!!
좋은일 하셨네용 뿌듯하셨겠어용
고생하셨습니다...제 맘이 다 뿌듯 하네여...^^
역시 대단하십니다.^^
젠틀맨을 찾는 프로가 있던데 ~~~모놀님도 젠틀맨으로 닉네임 개명을......^^
쓰발~~ 졸지 아빠~ 읽으면서 배꼽잡음 . 주모(?)와함께. 지금 목포로 이동 중 . 세발낙지 잡으러^^
참 한국인이 아니면 볼수없는 ~~아무튼 잘~~~`하셨습니다.^^
와우 눈물이 나네요, 그리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