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써라, 참을 수 없는 글쓰기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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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어린왕자의 작가와 화산의 상징적 의미를 찾아서/최복현
어린왕자의 별에 화산이라! 그 화산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비행사의 아내 콩쉬엘르는 중남미 엘살바도르란 나라의 산살바도르 출신이에요. 그녀의 나라 엘살바도르는 화산이 제법 있는 나라였어요. 어려서부터 그녀는 그 화산이 타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던 것이지요. 그 모습을 보는 아이에겐 화산은 두려움보다는 마냥 신비로운 대상이었지요. 그녀는 그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려 마치 동화를 들려주듯이 남편에게 자기 나라의 화산들 이야기를 종종 하곤 했어요. 원래 천진난만하고 무엇에나 호기심이 많았던 생텍쥐페리는 마치 동화의 나라에 있는 것처럼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어요.
아내의 이야기를 마녕 신기하게 듣곤 했던 생텍쥐페리는 <어린왕자>를 집필하면서 그걸 떠올린 것이지요. 장미를 아내로 표현하려니 당연히 장미의 집은 그의 별이 되었고, 그 별에 화산이 있다면 당연히 아내의 집엔 화산이 있는 것이고요. 그의 머리에는 화산이란 이미지가 곱게 각인 되었던 거고요. 그 화산을 떠올리면, 그 화산 이야기를 조곤조곤 해주던 아내의 모습이 떠올라, 그 화산들과 아내의 그리운 얼굴이 겹쳐져 보였겠지요. 화산을 보면 아내가, 아내를 보면 화산이 연상되었던 거예요. 그래서 바행사는 어린왕자의 별에 화산을 선사해 준 셈이네요.
이렇게 하여 화산은 아내의 형상이 되었고, 아내는 화산의 모습으로 화한 거에요. 그렇게 보면 별에 있는 화산의 이미지란 아내의 영향을 받은 거란 말이 맞겠지요. 생텍쥐페리라면 충분히 그렇게 연결시키고도 남음이 있는 비유법의 대가니까요. 그의 작품, 그의 한 문장 한 문장이 시적인 의미를 갖게 된 건 바로 그런 상상력을 통한 비유 덕분이니까요. 생텍쥐페리는 그의 작품 곳곳에서 사물이나 자연현상을 표현할 때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상징을 부여하여 비유법을 잘 쓰고 있거든요. 먹구름을 그냥 먹구름으로 표현하지 않고 비행기를 집어삼키려는 용으로 표현하는 것만 봐도 그는 천상 사인이라니까요.
그렇게 하여 그는 그 화산 하나 하나는 아내의 욕망의 모습, 아내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던 거예요. 때로는 뜨겁게 타오르는 열정의 아내, 때로는 꺼진 화산처럼 냉냉한 모습으로 다가오던 아내의 모습 말이지요. 이제 어린왕자가 화산이 솟는 장미의 별로 돌아가듯이 비행사도 화산의 나라 아내에게 돌아가겠지요. 그러면 장미가 어린왕자에게 열정을 갖고 있는 것처럼, 비행사의 아내도 비행사에게 열정을 가지고 있어야겠지요. 그 열정을 살려주려면, 그 사랑을 유지하려면 떠나면서도 사랑을 확인하고 가야겠지요. 그런데 비행사는 그렇게 못하고 일시적인 감정으로 집을 나선 거에요. 그래서 지금 그것을 후회하고 있잖아요. 바보처럼, 순진한 건 그래서 꼭 좋은 건 아니라고요. 까다로운 사람을 사랑할 줄 알아야 했어요. 어린왕자처럼.
별에 세 개의 화산! 비행사의 입장으로만 이야기해 보자고요. 지금 타오르는 화산이란 아내의 열정 중에 아주 유용한 사랑의 열정이다, 비행사와 아내의 열렬한 사랑을 의미한나, 이렇게 말예요. 또 하나의 화산은 타오르긴 하나 그걸 달래주지 못하는 비행사 때문에 불만에 쌓인 열정이라 해두자고요. 실제로 비행사는 친구들과 이야기하기를 좋아하고, 게다가 늘 하늘을 날아야 했으니 아내 입장에선 그럴 만도 하지요. 그러니 나머지 하나는 남편에 대해 냉낸하게 식어버린 열정이라 할 수 있겠지요. 지금 그런 상황에 있는 아내의 세 가지 본질을 잘 돌봐주지 않으면 더는 참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그러니까 우리 모두는 길들인 것에 책임이 있어요. 그 열정을 혼자 애써 참게 해선 안 돼요. 그 열정의 소리들을 들어주어야 하는 거에요. 그 열정이란 욕망의 소리들 말예요. 갈구하거나 식어버린 그 열정의 욕망을 관리해줘야 한다고요. 다른 존재를 향해서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향한 열정이 유지되도록 말예요. 지금 살아 있을 때 그 걸 잘 살려야 해요. 그러니 구구하게 말하지 않을게요. 이 대목을 잘 새겨두면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는 꺼진 화산도 똑같이 청소했어요. 청소만 잘 되어 있으면 화산은 폭발하는 일 없이 조용히 규칙적으로 불타오르게 마련이거든요. 화산 폭발은 굴뚝의 불길과도 같은 거에요."
-최복현 amourcho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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