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학교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는 학생과 가장 못 하는 학생을 만났다. 마침 중간고사가 끝나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이번 시험이 가장 어려웠다고 하고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이번 시험이 가장 쉬웠다면서 엇갈린 평가다. 채점을 해보니 잘하는 학생은 2문제나 틀렸고, 못하는 학생은 무려 2문제나 풀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그 2문제마저 풀었어야 한다면서 못내 아쉬움에 투덜투덜 찜찜한 얼굴로 우그러졌다. 그러나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기껏해야 한 문제를 풀까 말까 했는데 무려 두 문제나 풀었다며 자랑스러워 싱글벙글 대견한 얼굴에 생기가 감돌며 걱정거리 없다는 듯 발랄한 모습이다. 이른 봄에 혹독한 겨울을 나고 꽃이 피면 신비롭고 아름답기만 하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고 하듯 며칠 못 가서 슬금슬금 꽃이 지면 대개는 아쉬워한다. 그러나 조금 멀리 내다보고 생각이 깊은 사람은 다르다. 꽃이 지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그러면 언제 필요한 과일을 얻을 수 있으며 씨앗으로 종족을 번식시킬 수 있느냐고 한다. 이만하면 열매라고 꽃보다 못할 것도 없다고 한다. 마음먹기 따라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아침부터 찡그리고 기분 나쁘면 하루가 지루해지고, 벙글거리면 기분 좋아 하루가 짧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하루가 길고 짧아지는 것이 아니므로 생각의 차이일 수 있다. 예년과는 다소 다르다 싶게 이른 봄부터 수시로 비바람이 심하게 불고, 뒤늦은 5월 초까지 폭설이 내렸다. 춥다가 덥다가 봄인지 겨울인지 며칠 사이로 오락가락하며 헷갈리게 했다. 알게 모르게 혹은 찔끔찔끔 꽃이 피고 슬그머니 졌어도 때가 되니 그 시기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매실이 열리고 수확한다. 자연은 허투루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지 싶다. 다만 사람이 느긋하게 참고 견디지 못하여 서둘러 느끼고 엄살 부려가며 엉뚱한 짓을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아무려면 세월이 거꾸로 가고 자연이 할 일을 잊었거나 일부러 딴청부리겠는가 싶어지면서 이마저 생각의 차이로 여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