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아는가 저 남쪽 나라를
그대는 아는가 저 남쪽 나라를. 석류꽃 붉게 핀 촉석루 언덕에서 개천예술제가 열리고, 의암 옆에서 남녀 학생들이 유등 띄우던 곳을. 유등이 별처럼 깜박이며 다리 밑을 지나 아득히 디벼리 절벽으로 흘러가면, 낭만적인 시민들 모두가 시인이 되던 곳을.
수많은 거리의 포장마차는 일제히 불 밝히고, 남인수의 <추억의 소야곡> <애수의 소야곡> 젖가락 장단 흘리던 곳, 서장대 언덕에서 누군가가 이봉조의 <밤안개> <떠날 때는 말 없이>를 섹스폰 연주하던 곳. 이슬 젖은 백사장 거닐던 연인들이 늦은 밤 호국사 종소리 듣고 집으로 돌아가던 곳.
그대는 아는가. 그때 진주의 달빛은 얼마나 고요하고, 인생은 얼마나 아름답던가를.
그대는 아는가. 저 남국의 미녀들을. 목소리가 도동의 고당도 햇배처럼 사근사근 하고, 성품이 쫀득쫀득 차지면서 결로 찢어지는 단성감 같던 진주의 아가씨들을.
남강에서 물장구 치고 빨래하면서 자라서 그런가. 칠암동 아가씨 모습은 순결한 하얀 탱자꽃 같고,
너우니 들마을 아가씨 마음은 토란처럼 부드럽고,
본성동 성곽 아래 아가씨 성품은 복숭아꽃처럼 수줍고, 판문동 아가씨 기질은 새콤달콤 풋자두 같고, 섭천 아가씨 부드러운 속마음은 무화과 같고, 봄바구니 들고 나물캐던 신안동 아가씨 노래는 보리밭 위를 높이 날라가던 종달새 노래처럼 명랑했다.
그러나 아! 지금 진주에 가면, 남강도, 다리도, 대밭도, 촉석루도 그대로지만, 한번 흘러간 강물은 돌아오지 않고, 한번 가버린 사람은 만날 수 없다.
그대는 아는가. 그 시절 진주의 달빛은 얼마나 고요하고, 인생은 얼마나 아름다웠던지를.
첫댓글 아름다운 도시가 이젠 썩어 가는 군요?참으로 안타 까울 따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