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독서
<너희는 길에서 벗어나 너희의 법으로 많은 이를 넘어지게 하였다.>
▥ 말라키 예언서의 말씀입니다.1,14ㄴ-2,2ㄴ.8-10
14 정녕 나는 위대한 임금이다. ─만군의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
민족들은 나의 이름을 경외한다.
2,1 자 이제, 사제들아, 이것이 너희에게 내리는 계명이다.
2 너희가 말을 듣지 않고, 명심하여 내 이름에 영광을 돌리지 않으면,
내가 너희에게 저주를 내리겠다.
─만군의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
8 그러나 너희는 길에서 벗어나 너희의 법으로 많은 이를 넘어지게 하였다.
너희는 레위의 계약을 깨뜨렸다. ─만군의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
9 그러므로 나도 너희가 온 백성 앞에서 멸시와 천대를 받게 하리라.
너희는 나의 길을 지키지 않고 법을 공평하게 적용하지 않았다.
10 우리 모두의 아버지는 한 분이 아니시냐?
한 분이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지 않으셨느냐?
그런데 어찌하여 우리는 서로 배신하며 우리 조상들의 계약을 더럽히는가?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우리는 하느님의 복음을 여러분과 함께 나눌 뿐만 아니라 여러분을 위하여 우리 자신까지 바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테살로니카 1서 말씀입니다.2,7ㄴ-9.13
형제 여러분, 7 우리는 여러분 가운데에서,
자녀들을 품에 안은 어머니처럼 온화하게 처신하였습니다.
8 우리는 이처럼 여러분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느님의 복음을 여러분과 함께 나눌 뿐만 아니라
여러분을 위하여 우리 자신까지 바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여러분은 그토록 우리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9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우리의 수고와 고생을 잘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여러분 가운데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밤낮으로 일하면서,
하느님의 복음을 여러분에게 선포하였습니다.
13 우리는 또한 끊임없이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전하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때,
여러분이 그것을 사람의 말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실 그대로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그 말씀이 신자 여러분 안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3,1-12
1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과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다.
3 그러니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4 또 그들은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
5 그들이 하는 일이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성구갑을 넓게 만들고 옷자락 술을 길게 늘인다.
6 잔칫집에서는 윗자리를,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좋아하고,
7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사람들에게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
8 그러나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
9 또 이 세상 누구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늘에 계신 그분뿐이시다.
10 그리고 너희는 선생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선생님은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
11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12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열정적인 춤으로 사랑을 받던 가수 김완선이 부른 노래 중에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가수는 춤을 추며 부르지만 가사는 철학적인 면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가사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빨간 모자를 눌러 쓴/ 난 항상 웃음 간직한 삐에로/ 파란 웃음 뒤에는 아무도 모르는 눈물/ 초라한 날 보며 웃어도/ 난 내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모두들 검은 넥타이 아무 말도 못하는 걸/ 사람들은 모두 춤추며 웃지만/ 나는 그런 웃음 싫어/ 술 마시며 사랑 찾는 시간 속에/ 우리는 진실을 잊고 살잖아/ 난 차라리 웃고 있는 삐에로가 좋아/ 난 차라리 슬픔 아는 삐에로가 좋아/ 초라한 날 보며 웃어도/ 난 내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가사 중에 ‘우리는 진실을 잊고 살잖아!’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교우들과 만나면 자연스럽게 ‘본당사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교우들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제들이 있습니다. 교우들이 실망하고, 빨리 임기를 마치고 다른 곳으로 가기를 바라는 사제들이 있습니다. 사제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하고, 그리움이 넘치는 사제들이 있습니다. 사제의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나빠지고, 화가 나는 사제들이 있습니다. 32년을 사제로 살면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을까?’ 생각하니 부끄러움이 많습니다.
신자들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제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신자들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제들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가는 사제들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미사를 정성스럽게 집전하고, 고백성사를 성심껏 들어주는 사제를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가난하고, 아프고, 외로운 교우들과 가까이 하는 사제를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좋은 강론으로 위로와 용기를 주고,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주는 사제를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늘 기도하고, 항상 감사하며, 언제나 기뻐하는 사제를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재정에 투명하고, 청렴한 사제를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신자들이 실망하고, 분노하는 사제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저도 부끄럽고, 안타깝습니다. 신자들은 말과 행동이 다른 사제들에게 실망합니다.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하는 사제들에게 실망합니다. 성사에는 관심이 없고 재물만 챙기려는 사제들에게 실망합니다. 준비 없는 강론으로 횡설수설하는 사제들에게 실망합니다. 자주 화를 내고, 남 탓을 하는 사제들에게 실망합니다. 지나친 음주로 자주 실수하는 사제들에게 실망합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처럼 순교하지는 못할지라도,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처럼 열정적인 사목은 못할지라도 신자들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제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여러분 가운데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밤낮으로 일하면서, 하느님의 복음을 여러분에게 선포하였습니다.” 첫 본당 신부가 되었을 때의 일들이 생각납니다. 월요일에는 약수터에서 물통에 물을 담아왔습니다. 그 물을 아이들이 마시고, 어른들이 마셨습니다. 물통에 물을 가득 담으면서 힘든지 몰랐습니다. 주일에는 수녀님과 함께 화장실 청소를 했습니다. 바닥에 묻은 흙을 청소하면서 내 마음도 깨끗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설날과 추석에는 봉고를 몰고 어르신들을 모시러 다녔습니다. 사제가 직접 봉고를 몰고 어르신들을 모시러가니 모두들 좋아하셨습니다. 농사지은 쌀, 마늘, 깨, 오이, 고추도 가져다 주셨습니다. 주일 미사를 마치고 교우들과 함께 마당에 쌓인 쓰레기를 모두 담아 치우면 마음이 홀가분했습니다. 함께 마시는 막걸리는 꿀맛이었습니다. 수녀님과 함께 서울 청계천으로 가서 비디오테이프를 사왔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만화영화도 사고, 종교영화도 사고, 고전영화도 사왔습니다. 아이들이 교리실에서 영화를 보았고, 교우들은 집으로 빌려가서 보았습니다. 주일 미사 후에 교우들이 친교를 나눌 수 있는 ‘식당’도 만들었습니다. 태권도를 시작해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그 아이들이 교리를 배워 세례를 받았습니다. 3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32년 사제생활 중에 가장 행복했던 시간들입니다. 저를 믿어 주는 교우들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는 교우들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교우들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제들 때문에 예수님께서 미소를 짓기를 소망합니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러니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