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대전에서 영국과 아이들이 독트리오를 관광태운건 다들 잘 알고 있지. 그리고 독일애들이 러시아 애들을 탄넨베르크에서 존내 패버린 것도 잘 알고 있을꺼야. 근데, 1914년 탄넨베르크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는 러시아 무선통신을 독일애들이 모두 도청하는 걸 모르고 신나게 자기들 부대위치를 무선으로 나불거린 러시아 장군들 책임도 있어. 물론 잘 찾아보면 독일애들도 그런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무선통신에서 마음 놓고 나불대다가는 incoming폴더 내용물까지 들킨다는 걸 잘 몰랐기 때문이지.
한편, 영국과 독일 해군은 무선통신을 잘못 사용하면 어떤 꼴을 당하는지 독일의 순양작전으로 숨바꼭질을 하면서 알게되었어. 그래서 대전중기 이후에는 양쪽 모두 무선전신을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있었는데, 특히 독일측 함대의 행방에 신중을 기해야 했던 영국은 해군본부 구청사 40호에 쪼매난 감청전문 부서를 설치하고 이걸 OB40(old building 40)이라고 불렀어. 근데 얘들한테 러시아 애들이 발틱해에서 주워온 독일 해군 코드북 사본이 전달된거야. 이것만 있으면 독일 해군의 이동을 완벽하게 감청할 수 있었거든. 게다가 칠칠치 못한 독일 애들이 네덜란드 근처에서 흘린 고위 장교용 코드북을 영국 어선이 건져올렸어. 덕분에 영국애들은 남은 기간 내내 독일애들의 움직임을 맵핵 키고 쳐다볼 수 있게 되었고 전쟁이 끝난 다음인 23년에 공식 역사서에서 자신들이 독일애들 암호체계를 작살내고 승리를 거뒀다는 걸 동네방네 불고 다녔어. 독일애들은 얼굴도 못들고 다닐 지경이었지.
이쯤해서 코드북이라는게 뭔지 아리까리한 ?들을 위해서 약간만 설명을 덧붙여보자. 군사적으로 사용되는 암호는 기본적으로 우리편 끼리는 잘 통해야 하는데 존나게 알려고 노력하는 적한테는 절대 비밀이어야 해. 따라서 아무도 풀 수 없는 골때리는 암호를 보내서는 안되는데, 누군가가 풀 수 있다면 풀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시간이 문제지 풀 수 있는게 당연하잖아? 19세기까지 이 문제는 다들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었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이 없었어.
가장 흔하게 사용된게 글자를 숫자나 뭐든 다른 걸로 대치해서, 푸는 건데, 예를 들자면, "ㅆㅔ겨ㅊㄹㅇㄴㅐ차" 라는 암호가 있다고 해봐. 이건 3벌식 자판으로 2차대전갤이라고 적어놓은 건데, 이런 식의 치환법은 한두번은 뭐가뭔지 몰라도 계속 보다보면 도수분석을 통해서 풀리게 되어 있어. 도수분석이란 그 나라 글자 중에 많이 사용되는 글자의 빈도를 조사해둔거고 이걸 보면 특히 알파벳 사용하는 나라 언어는 어느 정도 해석이 가능해.
이런 도수분석을 피하기 위해서 만들어진게 코드북 기법인데 옛날 PC게임, 예를 들어서 페르시아의 왕자를 해본 ?들은 알거야. 게임하다가 첫판 깨고 나면 “32페이지 둘째줄 14번째 글자를 입력하삼”이라고 떠. 즉, 정품을 산 사람은 동봉된 매뉴얼 책의 그 위치에 적힌 알파벳을 입력하면 되는 거였지. 하지만 이건 코드도 아니었어. 암호표가 다 풀려서 돌아다녔으니까. 코에이사 제품 해본 ?들도 알꺼야. 코드북만 있으면 암호 깨는 건 쉽지. 게다가 이런 코드북도 장기간 사용하면 사용빈도를 조사해서 코드의 원전을 조사해낼 가능성이 있었지.
어떻게 하면 무수한 난수를 단시간에 생성해서 메시지를 필요한 사람만 해독할 수 있게할지가 무선통신을 사용하는 군대에서는 어려운 과제가 된거고, 저번 전쟁에서 그것 때문에 쓴맛을 본 독일애들은 그런 코드를 찾을 필요가 있었어.
그런데 예전에 미국의 토머스 재퍼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만들었던 암호생성기를 개량해서 평문을 자동으로 암호화 하는 기계를 만들었어. 근대식 회전판 암호해독기의 선조뻘에 해당하고, 36종의 배열가능한 케이스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했는지 모르면 경우의 수가 경~해 단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풀어낼 수가 없었어.(물론 암호를 받는 사람도 배열이 어떤 건지 모르면 모르지)
그런데 1차대전이 진행되면서 국가 총력전이 이루어지고, 전신의 발달이 암호학의 발전을 가속시키게 되면서 수학이론이 암호학에 끼어들기 시작했어. 그리고, 1차대전이 막 끝난 시점에서 "로터 회전식 암호 시스템"이라는 도수분석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개념을 토대로 암호기를 만들려고 시도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나왔어. 그 중, 실용화에 도전한 사람은 4명 정도를 들 수 있어.
미국의 에드워드 휴 허번은 1921년에 로터 회전식 암호시스템을 만들어서 미군이랑 쇼부를 쳤는데, 너무 성급하게 23만 달러나 들여서 공장을 세웠다가 쫄딱 망했어. 후버 대통령이 “신사는 남의 편지를 읽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정보부서들에 칼날을 날리는 바람에 상황이 완전 변해버렸거든.
허번의 암호기계. 이거 만든답시고 빚졌다가 쫄딱 망했음.
아르비트 게하르트 담 이라는 스웨덴 사람도 비슷한 로터 회전식 암호기계를 만들었는데 일찍 죽어버리고 그의 회사에 투자했던 하겔린이라는 사람이 C-36이라는 암호기를 1935년 프랑스에 팔아치우면서 암호기계로 백만장자가 되었어. 그걸 개량한 C-52는 헤븐의 기계를 제치고 미군에 채용되어 M-209라는 명칭으로 사단단위까지 배포되지.
M-209 한국전쟁때까지 사용된 미군의 암호기계.
이걸로 돈방석에 오른 하겔린. 2차대전이 끝난 뒤에도 냉전시대 붐을 타고 더더욱 돈을 벌었다.
그리고, 이니그마의 모태가 되는 시스템은 네덜란드의 휴고 알렉산드 코흐가 1919년 10월 7일 특허를 낸 제품으로, 그 특허를 양도받은 아서 세르비우스가 이니그마를 만들어낸 거지.
아르투스 세르비우스. 29년에 죽어서 정작 이니그마로 단물은 못빨았다.
이 아저씨가 암호작성자에게 가장 골치거리였던 도수분석을 피하면서도, 받는 사람은 실시간으로 암호를 해독해 낼 수 있는 기계적 장치를 상업화 시켜서 이니그마라는 이름을 붙였어. 디아블로 해본 ?들은 수수갑 기억할지도 모르겠는데 그 수수께기 갑옷의 영문 명칭이 이니그마지. 에니그마라고도 불러. 독일군은 이 기계에 주목하고 1차대전에서 개쪽을 당했던 독일해군이 먼저 도입한 다음, 1928년에는 독일 육군이 이 장치를 채택해서 전군이 사용하게 되지.
이니그마의 구조에 대해서는 다음에 설명하기로 하고, 1차대전의 결과로 부활하신 폴란드 애들은 20년대말 독일애들 통신망이 듣도보도 못한 뻐꾸기를 날리기 시작했다는 걸 눈치챘어. 당시 폴란드는 소련과 독일사이에 끼여서 존내 피말리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폴란드의 생명줄은 엿듣기에 달려있었는데 이게 안통하게 된거야. 지금까지 독일애들 코드는 떠뜸떠뜸 읽어낼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도수분석이 전혀 통하지 않는 얄딱구리한 문서를 접하게 되자 폴란드 애들은 존내 좌절하고 수학이나 암호학을 할 줄 아는 모든 종류의 민간인들까지 끌어모아서 “? 우리 좀 도와줘”라고 애걸복걸했지
1차대전이 끝나고 폴란드가 떡하니 태어나면서 옆동네 소련이랑 한판 뜬건 알꺼야. 유명한 투하체프스키 옹이 모스크바 까지 깔짝대던 폴란드 애들을 쫓아내고 역러쉬 들어가다가 비스와 강에서 꺽였던 것도 들어봤겠지. 폴란드가 비스와 강에서 소련군 우익의 약점을 찾아내서 발라낸 건 우연이 아니었어. 슈테판 마즈키에비치를 중심으로 한 암호해독팀이 소련군 통신을 감청하는데 성공했거든. 이때 맵핵에 맛들인 폴란드는 통신감청 부분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31년에 Biuro Szyfrow(뷰로 쉬프로프, 암호부서)라는 통합정보처를 설립해.
폴란드 정보부. 궁전을 개조한 거라서 존내 멋지다.
그런데 독일측 암호를 간보다가 폴란드 애들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도수분석이 통하지 않는거야. 그때까지만 해도 암호해독부의 주류는 수학자보다는 언어학자랑 고전학자들이었는데, 모두 지지를 쳤지. 심령술사까지 동원해서 어케 좀 해보려고 했는데 안통하니 폴란드 정보국에서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수학자를 20명 고용했는데, 그때 특채된 애들 중에 마리안 레예프스키라는 본좌급이 있었어.
레 본좌.
풀네임은 마리안 아담 레예프스키, 암호해독학에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당연히 들어가실만한 본좌급이지. 옛날 독일령 폴란드 출신이라 독일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었던 레예프스키는 독일의 괴팅옌 대학을 다니다가 1년만에 돌아와서 포젠 대학교에서 조교를 하며 직장 알아보던 중에 28년 육군 참모부 정보과에 특채되었어. 포젠 대학 출신 수학자들을 폴란드 정보부가 대거 기용한 이유는 예전에 독일 지역에 있었던 대학이라 그 곳에는 독일어에 유창한 사람들이 많았거든. 아무튼 이니그마랑 씨름하다가 레예프스키는 암호문의 처음 6자는 다른 암호랑 다르다는 데 주목했어.
전에 글을 쓰면서 레예프스키는 기계의 구조를 모르고 있었다고 적었는데, 그건 엄밀히 말하면 틀렸어. 폴란드 정보부는 상업용으로 시판되던 이니그마의 초기형을 구했기 때문에, 레예프스키는 기계가 기본적으로 어떤 원리라는 건 알고있었거든. 엄밀하게 말하면 레예프스키는 수학적으로 군의 이론을 이용해서 로터의 내부 배선을 추론해낸거야.
여기서 이니그마라는 기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면, 암호기가 있다고 해도 설정상태가 뭔지를 전문을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이 둘다 알지 못한다면 암호가 아니라 그냥 혼자 씨부리는 것 뿐이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처음에는 양쪽이 서로의 설정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걸 추론할 수 있지. 실제로 사용할때는, 3개월마다 중앙에서 전달해주는 표준 지침서(나중에는 1개월 단위로 바뀌게되지)의 세팅으로 맞춘 다음에 자신이 로터 3개를 어디에 맞춰놓았는지를 알려주는 알파벳을 전송해야 해.
중앙에서 하달하는 그 달의 암호표. 잊어버린 샛퀴는 좆된다.
예를 들어서 중앙에서 통제하는 표준설정이 GKD고 자신이 원하는 설정이 AAA로 시작된다면, 먼저 로터 3개를 GKD로 맞춰놓은 다음(다른 설정도 중앙통제설정을 따름) 송달하려는 개인코드를 2번 입력해야 해. 자기 코드가 AAA면 AAA AAA 입력을 하고, 그러면 이니그마가 GKC LOI이런 식으로 암호화를 시키겠지 그럼 그걸 받는 쪽에서는 똑같이 표준설정 GKD로 맞춘 다음 GKC LOI로 입력을 하면 AAA AAA가 나오니까 보내는 쪽이 설정을 AAA로 맞춰놓았고 이후의 암호문은 그 설정으로 맞춰야 해독된다는 걸 아는거야.
이걸 간파한 사람은 레예프스키 한 사람만은 아니라서 레예프스키가 그걸 누구한테 들었을 수도 있고 자기 스스로 그냥 직관적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는데, 아무튼 그건 중요하지 않지만 레예프스키는 그걸 통해서 로터 내부의 선 배열을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
예를 들어서, 같은 날 발송한 암호문을 4개 입수했는데 그 첫머리가 각기 BJGTDN, LIFBAB, ETULZR, TFREII
라고 가정하자.
여기서 우리는 신호를 보내는 사람이 동일한 글을 두번 연속으로 전송했다고 가정하고 있으므로,
>
첫번째 암호에서 B
와 T
가 무언가 연관이 있다는 것,
두번째 암호에서 L
과 B
가 무언가 연관이 있다는 것,
세번째 암호에서 E
와 L
이 무언가 연관이 있다는 것,
네번째 암호에서 T
와 E
가 무언가 연관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
이걸 그림으로 그려보면 이렇게 되지.
이해가 되나 모르겠다.
레예프스키는 여기에 군의 이론을 대입하면 수학적으로 풀 수 있다고 보았는데 여기서 군의 이론을 알아듣기 쉽도록 설명할 능력이 나한테 없기도 하거니와 꼭 알 필요도 없어. 그냥 직감적으로 이런 연관관계들을 계속 연결하면 전체의 형태를 추론해 낼 수 있다는 것만 알면 될꺼야. 이 작업을 반복해서 데이터를 충분히 쌓으면 후보들을 몇가지 마련할 수 있고, 그걸 토대로 로터의 배열 자체를 추론해서 복제할 수가 있는데다가 이니그마의 기초구조를 수학적으로 방정식으로 정리해서 일종의 수학문제로 만들어낼 수 있었어.
레프예스키는 암호학에 수학을 도입함으로써 명확한 체계를 세웠고 그 때문에 독일이 플러보그드를 추가하면서 프랑스나 영국측 첩보부가 완전히 손을 놓게된 상황에서도 기본적인 수학적 구조는 바뀌지 않는 한 무시할 수 있다고 보았지. 글자가 좀 바뀐다 해도 우리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읽어낼 수 있잖아.
위 단락을 다시 읽어보면, 레예프스키와 플러그보드가 바뀌어 있어도 읽어내는 건 확실하지. 인간의 퍼지 처리능력 덕분이야. 게다가 alliveinbelrin이라는 답이 나오더라도 Arrive in Berlin으로 읽어낼 수 있으니까 플러그 보드는 L과 R 사이에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지.
레예프스키가 이니그마를 풀어내었다고 하는 건 이 때문이지만,
이거 말고도 기여한게 많아.
지금까지 설명한 것은 이니그마 사용상 드러난 약점이지만,
이니그마의 구조 자체에도 문제가 있어.
이니그마는 반사자를 사용해서 문자를 치환시켜주는 구조기 때문에 절대로 A
를 암호화하면 A
가 나오지 않아.
실제로,
시험해 봐도 다른 글자는 다 나오지만 절대 A
는 나올 수 없는데,
이 특징을 이용하면
검토해야 할 가능성의 수를 획기적으로 줄여낼 수 있고 이걸 빨리 처리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것이 이른바,
(이 밑에 나오는 것은 일관된 예로써, 암호문 원문과 비교해서 같은 문자가 되는 경우에는 그 위치로 맞춰놓은 게 아니기 때문에 기각되는 과정을 표현한 것. 굵은 글씨가 있으면 기각)
맨 오른쪽이 레예프스키. 키가 좀 작다. 옆의 두 사람은 지갈스키를 비롯한 그의 동료.
그의 덕분으로 폴란드 정보부는 이니그마의 로터와 순번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고 있었지만 독일은 그 세팅을 38년에 전면 개편해버렸고, 그때까지 해온걸 다시 시작해야 했어. 그리고 그 시점에서 폴란드는 정보를 프랑스랑 공유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지. 이쯤해서 글이 너무 복잡해질까봐 빼먹고 넘어간게 하나 있어. 이니그마 라고 뭉뚱그려서 부르지만, 사실은 이니그마는 몇가지 형식의 발전이 있어. 형식의 변화와 채용 및 암호해독상의 변이를 연표로 만들어보자.
1918. 세르비우스가 특허를 출원
1923. 이니그마의 A, B, C, D 타입이 전시회에 출품됨. 그 중 D형이 군에게 주목을 받음
1926. 독일 해군이 이니그마를 채용.
1928. 독일 육군이 이니그마를 채용. G타입
1930. 독일 육군이 개량형 이니그마 I타입을 정식채용하고 이것이 널리 사용되게 됨. 플러그 보드가 채용되었음.
1931. 프랑스의 스파이 “아쉬”가 이니그마의 코드와 구조를 조작도로 만들어서 넘겨줌.
1932. 레예프스키가 이니그마의 이론적 해독에 성공.
1934. 10월부터 독일 해군이 I타입을 채용
1935. 8월부터 독일 공군이 I타입을 채용
1936. 1월부터 이니그마의 표준암호코드가 1개월 마다 갱신되게 함.(이전에는 3개월에 1회)
1938. 9.15, 이니그마의 코드가 전면 개편되고 로터가 5개로 증가되어 기존의 폴란드 군 해독법이 백지화됨. 이에 대응하여 폴란드도 봄베를 만들어 냄.
1939. 1.1. 플러그보드의 숫자가 증가. 로터의 배열도 증가하면서 폴란드 한계에 도달. 7.24, 폴란드 해독 성과가 프랑스에 전달됨. 8.16, 폴란드의 복제 이니그마가 런던에 전달됨. 9.1 2차대전 개시.
아쉬. Hans Thilo Schmidt. 프랑스인에게 독일인의 풍류를 보여주다.
어라 못보던 소리가 있네? 아쉬가 누구지? 먼저 이거부터 시작을 하자. 암호명 아쉬(H의 프랑스 발음) 본명은 한스 틸로 슈미트 (Hans Thilo Schmidt) 이니그마의 채용을 결정한 루돌프 슈미트의 동생으로 형에 비해서 무능했던지 1차대전 이후의 군 감축시기에 해고되어 비누공장을 운영했지만 실패했어. 그러다가 형 덕분에 이니그마 관련된 부서를 관리하게 되었는데 돈 때문에 이니그마 관련 정보를 프랑스에 팔아넘기기로 했어.
당시 프랑스 암호부의 베르트랑이 이니그마 관련 정보를 준다는 말에 2만 마르크를 제공했는데 1주일만에 술과 여자에 다 써버렸다는 전설적인 인물로 그 후에도 7년동안 프랑스 정보부에 꼬박꼬박 암호표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프랑스는 이니그마를 해독하지 못했어. 기계의 초기 설정과 기본 세팅을 알아도 수학자의 도움 없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도 있고, 그만큼 절박하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지. 사실 이 정보는 프랑스와 폴란드 간의 협정으로 폴란드 정보부에도 전달되고 있었어. 프랑스는 그걸 알아도 풀 수 없으니 별로 중요한 정보는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었지만, 레예프스키의 연구와 이 구조도가 합쳐지면 당연히 모든 독일암호를 해독할 수 있었지만 레예프스키의 상사는 만약 그 정보를 구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서 레예프스키가 온갖 개고생 하는걸 모른척 냅두었다는 후문이야.
아무튼, 이니그마에 플러그보드가 채용된 30년에 프랑스와 영국은 독일군의 통신망에 대한 해독을 반쯤 포기해버렸어. 전에 이겼는데 그렇게 아둥바둥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폴란드에게는 사정이 달랐고, 레예프스키는 로터의 설정을 자동으로 체크할 수 있는 봄베 라는 기계를 만들었어. 왜 봄베인가에 대해서는 2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찰칵찰칵 소리를 내면서 지 혼자 작동하는 모습이 시한폭탄같다고 해서 봄베라고 불렀다는 설, 또 하나는 당시 인기있던 봄브 라는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기계구조에 대한 발상이 떠올라서 봄베라고 불렀다는 설.
어찌되었든, 레예프스키는 군이론을 이용해서 봄베 1대가 로터의 순서를 고려하지 않은 경우에 있을 수 있는 17,576(로터 3개의 알파벳이 배열될 수 있는 가능성 26 x 26 x26)가지 세팅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게 했고, 그런 봄베 6개(로터 3개가 배열될 수 있는 순서)를 돌려서 38년까지는 독일측 암호를 그날 그날 해독해낼 수 있었다고 해.
그런데, 38년부터 독일은 로터의 수를 5개로 늘려서 그 중 3개를 선택하게 했고, 이 때문에 파생되는 경우의 수를 다 점검하려면 봄베는 적어도 10개 이상 더 만들어야 했는데 그걸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은 폴란드 정보부 1년 예산의 15배였어. 게다가 이 시점에서 스파이 아쉬도 더 이상의 정보를 전해주지 않았어. 6년 동안 단물 빨만큼 빨았던 모양이지.
폴란드 정보부는 이 시점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벗어났다고 판단하고 이니그마에 관한 정보를 2차대전이 6주 전에 프랑스에 넘겨줬어. 그리고, 아다시피 9월 1일 전쟁이 시작되고 독일과 소련에게 샌드위치 마크를 당하면서 폴란드 첩보부의 남은 인원들은 루마니아를 거쳐 프랑스로 도피하고, 그곳에서 다시 망명 폴란드군 소속으로 암호해독을 이어갔어.
때는 바야흐로 일천구백삼십구년 사월 이십칠일, 독일이 슈테텐란트를 점령하고 폴란드와의 불가침협정을 파기하며 목을 조여오는데, 폴란드는 더 이상 독일의 암호코드를 해독하지 못하게 되자 폴란드 정보국 뷰로 쉬프로프 소장 랑게 소령은 지금까지 연합국에도 비밀로 하고 있었던 암호해독 기술을 프랑스와 영국에 공개하기로 결정해. 7월 24일, 프랑스와 영국의 고위 암호해독 전문가들이 폴란드에 도착하자 랑게르는 자신들이 지금껏 쌓아온 암호해독 관련 기술을 이전해 주었어.
그리고, 폴란드와 프랑스가 차례로 숨이 끊어지자 처칠은 OB-40을 개편하여 버킹엄의 브레츨리 파크에 정부 암호국(GCCS)를 설립하고 암호해독에 필요한 모든 분야의 인재를 모으라고 명령했어.
브레츨리 파크.
그때까지 암호해독을 맡고 있던 언어학자와 고전학자들 외에 수학자, 기계기술자를 비롯해서 영국 체스 챔피언, 도공, 큐레이터, 브리지의 달인, 크로스워드 퍼즐에 뛰어난 목사 등등 온갖 종류의 암호관련 "전문가"들이 모였고, 처칠은 브레츨리 파크를 시찰한 다음, 스튜어트 멘지스에게 어디서 이런 덕후들을 모아왔냐고 짜증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했어. 훗날 처칠은 이들을 “울지않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렀다고 하지.
이니그마 타도의 깃발아래 모여든 각양각색의 인간 중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영국 수학계의 스타, 앨런 튜링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겠지.
그는 14살에 셔븐 학교에 입학허가를 받았는데 첫 등교일이 마침 영국의 대파업 날이라서 학교까지 가는 교통편이 없자 100km를 혼자서 자전거로 달려 학교까지 갔다는 전설적인 일화가 있을 정도로 향학열에 불타올랐고 그 학교에서 튜링은 강압적인 영국의 사립학교 학풍 때문에 괴로워 하긴 했어도 인생의 큰 전기를 맞이하게 되지.
그곳에서 룸메이트 크리스토퍼 모컴에게 반해버린거야. 그렇다고 미트스핀이 나오는 건 아니고 학창시절의 친구에 대한 친밀감이 비정상적으로 커진 형태지만, 아무튼 거기서 그의 유명한 동성애 성향이 싹트게 되지. 게다가 캠브리지 진학을 앞두고 모컴이 결핵으로 사망하자 튜링은 평생을 동성연애자로 살아가게 되었는데, 지금이야 우리는 동성연애를 좀 특이한 취향 정도로 생각할 뿐이지만 당시 영국에서는 법률로 동성연애는 금지되어 있었어. 당시에 전쟁 때문에 아무나 끌어들여도 좋다고 했으니까 튜링도 브레츨리 파크에서 일할 수 있있지만 평상시라면 그는 군대랑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인간이었어.
튜링의 첫사랑.
워낙 브레츨리 파크에서의 일을 비밀에 붙이고, 그저 “군대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고 집에 말했을 뿐이라, 어머니가 더벅머리에 엉망진창인 그의 옷차림새가 단정해지지 않은 것을 한탄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튜링은 깔끔한 복장이나 멋하고는 담을 쌓고 지냈어. 또, 천재들의 공통점이라고 할 만큼 괴짜기질이 심해서 파운드 화가 급락할 것이라고 굳게 믿은 나머지 은을 대량으로 사들여서 은괴로 만들어 녹인다음 브레츨리 파크에 묻어두었는데 어디에 묻었는지 장소를 잊어먹었다던지, 자신의 호흡기가 건초열에 손상될 수 있다며 봄이되면 한사코 가스마스크를 다니고 자신의 머그잔을 노리는 국제적인 음모가 있다고 확신한 나머지 싸구려 머그잔을 라디에이터에 쇠사슬로 묶어놓고 다니는 등, 온갖 기행을 저질렀지. 풍문으로는 밤이 되면 삼엄한 경비를 뚫고 나가서 술집에서 놀았다던지(이건 진짜 미트스핀) 이런 저런 뒷이야기가 많은 사람이지만...
그러나, 연인(모컴)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달래기 위해 미친듯이 공부한 결과 27살에 주목할만한 논문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튜링머신, 유니버셜 튜링머신 등, 컴퓨터의 기초이론을 닦아놓은 공로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지.
그때까지 폴란드가 수행하던 암호해독 방법을 완전히 익힌 튜링은 만약 독일이 이니그마 암호 첫머리에 개인설정을 2회 반복하는 걸 그만두게 되면 암호 해독이 불가능해질 거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형태의 crib을 찾아내서 그걸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암호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어.
예를 들면, 독일은 언제나 정규적으로 아침 6시가 되면 그 날의 기상을 예보했는데, 군대 갔다온 ?들은 다들 알겠지만 군대의 문서라는 건 항상 일정한 형식과 규칙을 따르는 거잖아. 따라서, 한번 해독된 코드의 원문은 그 뒤로도 계속 사용될 수 있었어. 말하자면, 아침 6시 5분에 감청된 독일 암호의 첫머리는 십중팔구, "6시 일기예보"라는 문구로 시작될 수 밖에 없는 거고 전쟁중 브레츨리 파크가 너무나 사랑한 브레스트의 U보트 함대 사령부는 매일같이 어김없이 정각이 되면 그날의 암호 설정에 관한 암시를 제공해 주었지.
1차대전에서 영국과 아이들이 독트리오를 관광태운건 다들 잘 알고 있지. 그리고 독일애들이 러시아 애들을 탄넨베르크에서 존내 패버린 것도 잘 알고 있을꺼야. 근데, 1914년 탄넨베르크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는 러시아 무선통신을 독일애들이 모두 도청하는 걸 모르고 신나게 자기들 부대위치를 무선으로 나불거린 러시아 장군들 책임도 있어. 물론 잘 찾아보면 독일애들도 그런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무선통신에서 마음 놓고 나불대다가는 incoming폴더 내용물까지 들킨다는 걸 잘 몰랐기 때문이지.
한편, 영국과 독일 해군은 무선통신을 잘못 사용하면 어떤 꼴을 당하는지 독일의 순양작전으로 숨바꼭질을 하면서 알게되었어. 그래서 대전중기 이후에는 양쪽 모두 무선전신을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있었는데, 특히 독일측 함대의 행방에 신중을 기해야 했던 영국은 해군본부 구청사 40호에 쪼매난 감청전문 부서를 설치하고 이걸 OB40(old building 40)이라고 불렀어. 근데 얘들한테 러시아 애들이 발틱해에서 주워온 독일 해군 코드북 사본이 전달된거야. 이것만 있으면 독일 해군의 이동을 완벽하게 감청할 수 있었거든. 게다가 칠칠치 못한 독일 애들이 네덜란드 근처에서 흘린 고위 장교용 코드북을 영국 어선이 건져올렸어. 덕분에 영국애들은 남은 기간 내내 독일애들의 움직임을 맵핵 키고 쳐다볼 수 있게 되었고 전쟁이 끝난 다음인 23년에 공식 역사서에서 자신들이 독일애들 암호체계를 작살내고 승리를 거뒀다는 걸 동네방네 불고 다녔어. 독일애들은 얼굴도 못들고 다닐 지경이었지.
이쯤해서 코드북이라는게 뭔지 아리까리한 ?들을 위해서 약간만 설명을 덧붙여보자. 군사적으로 사용되는 암호는 기본적으로 우리편 끼리는 잘 통해야 하는데 존나게 알려고 노력하는 적한테는 절대 비밀이어야 해. 따라서 아무도 풀 수 없는 골때리는 암호를 보내서는 안되는데, 누군가가 풀 수 있다면 풀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시간이 문제지 풀 수 있는게 당연하잖아? 19세기까지 이 문제는 다들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었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이 없었어.
가장 흔하게 사용된게 글자를 숫자나 뭐든 다른 걸로 대치해서, 푸는 건데, 예를 들자면, "ㅆㅔ겨ㅊㄹㅇㄴㅐ차" 라는 암호가 있다고 해봐. 이건 3벌식 자판으로 2차대전갤이라고 적어놓은 건데, 이런 식의 치환법은 한두번은 뭐가뭔지 몰라도 계속 보다보면 도수분석을 통해서 풀리게 되어 있어. 도수분석이란 그 나라 글자 중에 많이 사용되는 글자의 빈도를 조사해둔거고 이걸 보면 특히 알파벳 사용하는 나라 언어는 어느 정도 해석이 가능해.
이런 도수분석을 피하기 위해서 만들어진게 코드북 기법인데 옛날 PC게임, 예를 들어서 페르시아의 왕자를 해본 ?들은 알거야. 게임하다가 첫판 깨고 나면 “32페이지 둘째줄 14번째 글자를 입력하삼”이라고 떠. 즉, 정품을 산 사람은 동봉된 매뉴얼 책의 그 위치에 적힌 알파벳을 입력하면 되는 거였지. 하지만 이건 코드도 아니었어. 암호표가 다 풀려서 돌아다녔으니까. 코에이사 제품 해본 ?들도 알꺼야. 코드북만 있으면 암호 깨는 건 쉽지. 게다가 이런 코드북도 장기간 사용하면 사용빈도를 조사해서 코드의 원전을 조사해낼 가능성이 있었지.
어떻게 하면 무수한 난수를 단시간에 생성해서 메시지를 필요한 사람만 해독할 수 있게할지가 무선통신을 사용하는 군대에서는 어려운 과제가 된거고, 저번 전쟁에서 그것 때문에 쓴맛을 본 독일애들은 그런 코드를 찾을 필요가 있었어.
그런데 예전에 미국의 토머스 재퍼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만들었던 암호생성기를 개량해서 평문을 자동으로 암호화 하는 기계를 만들었어. 근대식 회전판 암호해독기의 선조뻘에 해당하고, 36종의 배열가능한 케이스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했는지 모르면 경우의 수가 경~해 단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풀어낼 수가 없었어.(물론 암호를 받는 사람도 배열이 어떤 건지 모르면 모르지)
그런데 1차대전이 진행되면서 국가 총력전이 이루어지고, 전신의 발달이 암호학의 발전을 가속시키게 되면서 수학이론이 암호학에 끼어들기 시작했어. 그리고, 1차대전이 막 끝난 시점에서 "로터 회전식 암호 시스템"이라는 도수분석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개념을 토대로 암호기를 만들려고 시도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나왔어. 그 중, 실용화에 도전한 사람은 4명 정도를 들 수 있어.
미국의 에드워드 휴 허번은 1921년에 로터 회전식 암호시스템을 만들어서 미군이랑 쇼부를 쳤는데, 너무 성급하게 23만 달러나 들여서 공장을 세웠다가 쫄딱 망했어. 후버 대통령이 “신사는 남의 편지를 읽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정보부서들에 칼날을 날리는 바람에 상황이 완전 변해버렸거든.
허번의 암호기계. 이거 만든답시고 빚졌다가 쫄딱 망했음.
아르비트 게하르트 담 이라는 스웨덴 사람도 비슷한 로터 회전식 암호기계를 만들었는데 일찍 죽어버리고 그의 회사에 투자했던 하겔린이라는 사람이 C-36이라는 암호기를 1935년 프랑스에 팔아치우면서 암호기계로 백만장자가 되었어. 그걸 개량한 C-52는 헤븐의 기계를 제치고 미군에 채용되어 M-209라는 명칭으로 사단단위까지 배포되지.
M-209 한국전쟁때까지 사용된 미군의 암호기계.
이걸로 돈방석에 오른 하겔린. 2차대전이 끝난 뒤에도 냉전시대 붐을 타고 더더욱 돈을 벌었다.
그리고, 이니그마의 모태가 되는 시스템은 네덜란드의 휴고 알렉산드 코흐가 1919년 10월 7일 특허를 낸 제품으로, 그 특허를 양도받은 아서 세르비우스가 이니그마를 만들어낸 거지.
아르투스 세르비우스. 29년에 죽어서 정작 이니그마로 단물은 못빨았다.
이 아저씨가 암호작성자에게 가장 골치거리였던 도수분석을 피하면서도, 받는 사람은 실시간으로 암호를 해독해 낼 수 있는 기계적 장치를 상업화 시켜서 이니그마라는 이름을 붙였어. 디아블로 해본 ?들은 수수갑 기억할지도 모르겠는데 그 수수께기 갑옷의 영문 명칭이 이니그마지. 에니그마라고도 불러. 독일군은 이 기계에 주목하고 1차대전에서 개쪽을 당했던 독일해군이 먼저 도입한 다음, 1928년에는 독일 육군이 이 장치를 채택해서 전군이 사용하게 되지.
이니그마의 구조에 대해서는 다음에 설명하기로 하고, 1차대전의 결과로 부활하신 폴란드 애들은 20년대말 독일애들 통신망이 듣도보도 못한 뻐꾸기를 날리기 시작했다는 걸 눈치챘어. 당시 폴란드는 소련과 독일사이에 끼여서 존내 피말리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폴란드의 생명줄은 엿듣기에 달려있었는데 이게 안통하게 된거야. 지금까지 독일애들 코드는 떠뜸떠뜸 읽어낼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도수분석이 전혀 통하지 않는 얄딱구리한 문서를 접하게 되자 폴란드 애들은 존내 좌절하고 수학이나 암호학을 할 줄 아는 모든 종류의 민간인들까지 끌어모아서 “? 우리 좀 도와줘”라고 애걸복걸했지
1차대전이 끝나고 폴란드가 떡하니 태어나면서 옆동네 소련이랑 한판 뜬건 알꺼야. 유명한 투하체프스키 옹이 모스크바 까지 깔짝대던 폴란드 애들을 쫓아내고 역러쉬 들어가다가 비스와 강에서 꺽였던 것도 들어봤겠지. 폴란드가 비스와 강에서 소련군 우익의 약점을 찾아내서 발라낸 건 우연이 아니었어. 슈테판 마즈키에비치를 중심으로 한 암호해독팀이 소련군 통신을 감청하는데 성공했거든. 이때 맵핵에 맛들인 폴란드는 통신감청 부분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31년에 Biuro Szyfrow(뷰로 쉬프로프, 암호부서)라는 통합정보처를 설립해.
폴란드 정보부. 궁전을 개조한 거라서 존내 멋지다.
그런데 독일측 암호를 간보다가 폴란드 애들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도수분석이 통하지 않는거야. 그때까지만 해도 암호해독부의 주류는 수학자보다는 언어학자랑 고전학자들이었는데, 모두 지지를 쳤지. 심령술사까지 동원해서 어케 좀 해보려고 했는데 안통하니 폴란드 정보국에서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수학자를 20명 고용했는데, 그때 특채된 애들 중에 마리안 레예프스키라는 본좌급이 있었어.
레 본좌.
풀네임은 마리안 아담 레예프스키, 암호해독학에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당연히 들어가실만한 본좌급이지. 옛날 독일령 폴란드 출신이라 독일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었던 레예프스키는 독일의 괴팅옌 대학을 다니다가 1년만에 돌아와서 포젠 대학교에서 조교를 하며 직장 알아보던 중에 28년 육군 참모부 정보과에 특채되었어. 포젠 대학 출신 수학자들을 폴란드 정보부가 대거 기용한 이유는 예전에 독일 지역에 있었던 대학이라 그 곳에는 독일어에 유창한 사람들이 많았거든. 아무튼 이니그마랑 씨름하다가 레예프스키는 암호문의 처음 6자는 다른 암호랑 다르다는 데 주목했어.
전에 글을 쓰면서 레예프스키는 기계의 구조를 모르고 있었다고 적었는데, 그건 엄밀히 말하면 틀렸어. 폴란드 정보부는 상업용으로 시판되던 이니그마의 초기형을 구했기 때문에, 레예프스키는 기계가 기본적으로 어떤 원리라는 건 알고있었거든. 엄밀하게 말하면 레예프스키는 수학적으로 군의 이론을 이용해서 로터의 내부 배선을 추론해낸거야.
여기서 이니그마라는 기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면, 암호기가 있다고 해도 설정상태가 뭔지를 전문을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이 둘다 알지 못한다면 암호가 아니라 그냥 혼자 씨부리는 것 뿐이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처음에는 양쪽이 서로의 설정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걸 추론할 수 있지. 실제로 사용할때는, 3개월마다 중앙에서 전달해주는 표준 지침서(나중에는 1개월 단위로 바뀌게되지)의 세팅으로 맞춘 다음에 자신이 로터 3개를 어디에 맞춰놓았는지를 알려주는 알파벳을 전송해야 해.
중앙에서 하달하는 그 달의 암호표. 잊어버린 샛퀴는 좆된다.
예를 들어서 중앙에서 통제하는 표준설정이 GKD고 자신이 원하는 설정이 AAA로 시작된다면, 먼저 로터 3개를 GKD로 맞춰놓은 다음(다른 설정도 중앙통제설정을 따름) 송달하려는 개인코드를 2번 입력해야 해. 자기 코드가 AAA면 AAA AAA 입력을 하고, 그러면 이니그마가 GKC LOI이런 식으로 암호화를 시키겠지 그럼 그걸 받는 쪽에서는 똑같이 표준설정 GKD로 맞춘 다음 GKC LOI로 입력을 하면 AAA AAA가 나오니까 보내는 쪽이 설정을 AAA로 맞춰놓았고 이후의 암호문은 그 설정으로 맞춰야 해독된다는 걸 아는거야.
이걸 간파한 사람은 레예프스키 한 사람만은 아니라서 레예프스키가 그걸 누구한테 들었을 수도 있고 자기 스스로 그냥 직관적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는데, 아무튼 그건 중요하지 않지만 레예프스키는 그걸 통해서 로터 내부의 선 배열을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
예를 들어서, 같은 날 발송한 암호문을 4개 입수했는데 그 첫머리가 각기 BJGTDN, LIFBAB, ETULZR, TFREII
라고 가정하자.
여기서 우리는 신호를 보내는 사람이 동일한 글을 두번 연속으로 전송했다고 가정하고 있으므로,
>
첫번째 암호에서 B
와 T
가 무언가 연관이 있다는 것,
두번째 암호에서 L
과 B
가 무언가 연관이 있다는 것,
세번째 암호에서 E
와 L
이 무언가 연관이 있다는 것,
네번째 암호에서 T
와 E
가 무언가 연관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
이걸 그림으로 그려보면 이렇게 되지.
이해가 되나 모르겠다.
레예프스키는 여기에 군의 이론을 대입하면 수학적으로 풀 수 있다고 보았는데 여기서 군의 이론을 알아듣기 쉽도록 설명할 능력이 나한테 없기도 하거니와 꼭 알 필요도 없어. 그냥 직감적으로 이런 연관관계들을 계속 연결하면 전체의 형태를 추론해 낼 수 있다는 것만 알면 될꺼야. 이 작업을 반복해서 데이터를 충분히 쌓으면 후보들을 몇가지 마련할 수 있고, 그걸 토대로 로터의 배열 자체를 추론해서 복제할 수가 있는데다가 이니그마의 기초구조를 수학적으로 방정식으로 정리해서 일종의 수학문제로 만들어낼 수 있었어.
레프예스키는 암호학에 수학을 도입함으로써 명확한 체계를 세웠고 그 때문에 독일이 플러보그드를 추가하면서 프랑스나 영국측 첩보부가 완전히 손을 놓게된 상황에서도 기본적인 수학적 구조는 바뀌지 않는 한 무시할 수 있다고 보았지. 글자가 좀 바뀐다 해도 우리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읽어낼 수 있잖아.
위 단락을 다시 읽어보면, 레예프스키와 플러그보드가 바뀌어 있어도 읽어내는 건 확실하지. 인간의 퍼지 처리능력 덕분이야. 게다가 alliveinbelrin이라는 답이 나오더라도 Arrive in Berlin으로 읽어낼 수 있으니까 플러그 보드는 L과 R 사이에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지.
레예프스키가 이니그마를 풀어내었다고 하는 건 이 때문이지만,
이거 말고도 기여한게 많아.
지금까지 설명한 것은 이니그마 사용상 드러난 약점이지만,
이니그마의 구조 자체에도 문제가 있어.
이니그마는 반사자를 사용해서 문자를 치환시켜주는 구조기 때문에 절대로 A
를 암호화하면 A
가 나오지 않아.
실제로,
시험해 봐도 다른 글자는 다 나오지만 절대 A
는 나올 수 없는데,
이 특징을 이용하면
검토해야 할 가능성의 수를 획기적으로 줄여낼 수 있고 이걸 빨리 처리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것이 이른바,
(이 밑에 나오는 것은 일관된 예로써, 암호문 원문과 비교해서 같은 문자가 되는 경우에는 그 위치로 맞춰놓은 게 아니기 때문에 기각되는 과정을 표현한 것. 굵은 글씨가 있으면 기각)
맨 오른쪽이 레예프스키. 키가 좀 작다. 옆의 두 사람은 지갈스키를 비롯한 그의 동료.
그의 덕분으로 폴란드 정보부는 이니그마의 로터와 순번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고 있었지만 독일은 그 세팅을 38년에 전면 개편해버렸고, 그때까지 해온걸 다시 시작해야 했어. 그리고 그 시점에서 폴란드는 정보를 프랑스랑 공유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지. 이쯤해서 글이 너무 복잡해질까봐 빼먹고 넘어간게 하나 있어. 이니그마 라고 뭉뚱그려서 부르지만, 사실은 이니그마는 몇가지 형식의 발전이 있어. 형식의 변화와 채용 및 암호해독상의 변이를 연표로 만들어보자.
1918. 세르비우스가 특허를 출원
1923. 이니그마의 A, B, C, D 타입이 전시회에 출품됨. 그 중 D형이 군에게 주목을 받음
1926. 독일 해군이 이니그마를 채용.
1928. 독일 육군이 이니그마를 채용. G타입
1930. 독일 육군이 개량형 이니그마 I타입을 정식채용하고 이것이 널리 사용되게 됨. 플러그 보드가 채용되었음.
1931. 프랑스의 스파이 “아쉬”가 이니그마의 코드와 구조를 조작도로 만들어서 넘겨줌.
1932. 레예프스키가 이니그마의 이론적 해독에 성공.
1934. 10월부터 독일 해군이 I타입을 채용
1935. 8월부터 독일 공군이 I타입을 채용
1936. 1월부터 이니그마의 표준암호코드가 1개월 마다 갱신되게 함.(이전에는 3개월에 1회)
1938. 9.15, 이니그마의 코드가 전면 개편되고 로터가 5개로 증가되어 기존의 폴란드 군 해독법이 백지화됨. 이에 대응하여 폴란드도 봄베를 만들어 냄.
1939. 1.1. 플러그보드의 숫자가 증가. 로터의 배열도 증가하면서 폴란드 한계에 도달. 7.24, 폴란드 해독 성과가 프랑스에 전달됨. 8.16, 폴란드의 복제 이니그마가 런던에 전달됨. 9.1 2차대전 개시.
아쉬. Hans Thilo Schmidt. 프랑스인에게 독일인의 풍류를 보여주다.
어라 못보던 소리가 있네? 아쉬가 누구지? 먼저 이거부터 시작을 하자. 암호명 아쉬(H의 프랑스 발음) 본명은 한스 틸로 슈미트 (Hans Thilo Schmidt) 이니그마의 채용을 결정한 루돌프 슈미트의 동생으로 형에 비해서 무능했던지 1차대전 이후의 군 감축시기에 해고되어 비누공장을 운영했지만 실패했어. 그러다가 형 덕분에 이니그마 관련된 부서를 관리하게 되었는데 돈 때문에 이니그마 관련 정보를 프랑스에 팔아넘기기로 했어.
당시 프랑스 암호부의 베르트랑이 이니그마 관련 정보를 준다는 말에 2만 마르크를 제공했는데 1주일만에 술과 여자에 다 써버렸다는 전설적인 인물로 그 후에도 7년동안 프랑스 정보부에 꼬박꼬박 암호표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프랑스는 이니그마를 해독하지 못했어. 기계의 초기 설정과 기본 세팅을 알아도 수학자의 도움 없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도 있고, 그만큼 절박하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지. 사실 이 정보는 프랑스와 폴란드 간의 협정으로 폴란드 정보부에도 전달되고 있었어. 프랑스는 그걸 알아도 풀 수 없으니 별로 중요한 정보는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었지만, 레예프스키의 연구와 이 구조도가 합쳐지면 당연히 모든 독일암호를 해독할 수 있었지만 레예프스키의 상사는 만약 그 정보를 구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서 레예프스키가 온갖 개고생 하는걸 모른척 냅두었다는 후문이야.
아무튼, 이니그마에 플러그보드가 채용된 30년에 프랑스와 영국은 독일군의 통신망에 대한 해독을 반쯤 포기해버렸어. 전에 이겼는데 그렇게 아둥바둥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폴란드에게는 사정이 달랐고, 레예프스키는 로터의 설정을 자동으로 체크할 수 있는 봄베 라는 기계를 만들었어. 왜 봄베인가에 대해서는 2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찰칵찰칵 소리를 내면서 지 혼자 작동하는 모습이 시한폭탄같다고 해서 봄베라고 불렀다는 설, 또 하나는 당시 인기있던 봄브 라는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기계구조에 대한 발상이 떠올라서 봄베라고 불렀다는 설.
어찌되었든, 레예프스키는 군이론을 이용해서 봄베 1대가 로터의 순서를 고려하지 않은 경우에 있을 수 있는 17,576(로터 3개의 알파벳이 배열될 수 있는 가능성 26 x 26 x26)가지 세팅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게 했고, 그런 봄베 6개(로터 3개가 배열될 수 있는 순서)를 돌려서 38년까지는 독일측 암호를 그날 그날 해독해낼 수 있었다고 해.
그런데, 38년부터 독일은 로터의 수를 5개로 늘려서 그 중 3개를 선택하게 했고, 이 때문에 파생되는 경우의 수를 다 점검하려면 봄베는 적어도 10개 이상 더 만들어야 했는데 그걸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은 폴란드 정보부 1년 예산의 15배였어. 게다가 이 시점에서 스파이 아쉬도 더 이상의 정보를 전해주지 않았어. 6년 동안 단물 빨만큼 빨았던 모양이지.
폴란드 정보부는 이 시점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벗어났다고 판단하고 이니그마에 관한 정보를 2차대전이 6주 전에 프랑스에 넘겨줬어. 그리고, 아다시피 9월 1일 전쟁이 시작되고 독일과 소련에게 샌드위치 마크를 당하면서 폴란드 첩보부의 남은 인원들은 루마니아를 거쳐 프랑스로 도피하고, 그곳에서 다시 망명 폴란드군 소속으로 암호해독을 이어갔어.
때는 바야흐로 일천구백삼십구년 사월 이십칠일, 독일이 슈테텐란트를 점령하고 폴란드와의 불가침협정을 파기하며 목을 조여오는데, 폴란드는 더 이상 독일의 암호코드를 해독하지 못하게 되자 폴란드 정보국 뷰로 쉬프로프 소장 랑게 소령은 지금까지 연합국에도 비밀로 하고 있었던 암호해독 기술을 프랑스와 영국에 공개하기로 결정해. 7월 24일, 프랑스와 영국의 고위 암호해독 전문가들이 폴란드에 도착하자 랑게르는 자신들이 지금껏 쌓아온 암호해독 관련 기술을 이전해 주었어.
그리고, 폴란드와 프랑스가 차례로 숨이 끊어지자 처칠은 OB-40을 개편하여 버킹엄의 브레츨리 파크에 정부 암호국(GCCS)를 설립하고 암호해독에 필요한 모든 분야의 인재를 모으라고 명령했어.
브레츨리 파크.
그때까지 암호해독을 맡고 있던 언어학자와 고전학자들 외에 수학자, 기계기술자를 비롯해서 영국 체스 챔피언, 도공, 큐레이터, 브리지의 달인, 크로스워드 퍼즐에 뛰어난 목사 등등 온갖 종류의 암호관련 "전문가"들이 모였고, 처칠은 브레츨리 파크를 시찰한 다음, 스튜어트 멘지스에게 어디서 이런 덕후들을 모아왔냐고 짜증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했어. 훗날 처칠은 이들을 “울지않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렀다고 하지.
이니그마 타도의 깃발아래 모여든 각양각색의 인간 중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영국 수학계의 스타, 앨런 튜링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겠지.
그는 14살에 셔븐 학교에 입학허가를 받았는데 첫 등교일이 마침 영국의 대파업 날이라서 학교까지 가는 교통편이 없자 100km를 혼자서 자전거로 달려 학교까지 갔다는 전설적인 일화가 있을 정도로 향학열에 불타올랐고 그 학교에서 튜링은 강압적인 영국의 사립학교 학풍 때문에 괴로워 하긴 했어도 인생의 큰 전기를 맞이하게 되지.
그곳에서 룸메이트 크리스토퍼 모컴에게 반해버린거야. 그렇다고 미트스핀이 나오는 건 아니고 학창시절의 친구에 대한 친밀감이 비정상적으로 커진 형태지만, 아무튼 거기서 그의 유명한 동성애 성향이 싹트게 되지. 게다가 캠브리지 진학을 앞두고 모컴이 결핵으로 사망하자 튜링은 평생을 동성연애자로 살아가게 되었는데, 지금이야 우리는 동성연애를 좀 특이한 취향 정도로 생각할 뿐이지만 당시 영국에서는 법률로 동성연애는 금지되어 있었어. 당시에 전쟁 때문에 아무나 끌어들여도 좋다고 했으니까 튜링도 브레츨리 파크에서 일할 수 있있지만 평상시라면 그는 군대랑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인간이었어.
튜링의 첫사랑.
워낙 브레츨리 파크에서의 일을 비밀에 붙이고, 그저 “군대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고 집에 말했을 뿐이라, 어머니가 더벅머리에 엉망진창인 그의 옷차림새가 단정해지지 않은 것을 한탄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튜링은 깔끔한 복장이나 멋하고는 담을 쌓고 지냈어. 또, 천재들의 공통점이라고 할 만큼 괴짜기질이 심해서 파운드 화가 급락할 것이라고 굳게 믿은 나머지 은을 대량으로 사들여서 은괴로 만들어 녹인다음 브레츨리 파크에 묻어두었는데 어디에 묻었는지 장소를 잊어먹었다던지, 자신의 호흡기가 건초열에 손상될 수 있다며 봄이되면 한사코 가스마스크를 다니고 자신의 머그잔을 노리는 국제적인 음모가 있다고 확신한 나머지 싸구려 머그잔을 라디에이터에 쇠사슬로 묶어놓고 다니는 등, 온갖 기행을 저질렀지. 풍문으로는 밤이 되면 삼엄한 경비를 뚫고 나가서 술집에서 놀았다던지(이건 진짜 미트스핀) 이런 저런 뒷이야기가 많은 사람이지만...
그러나, 연인(모컴)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달래기 위해 미친듯이 공부한 결과 27살에 주목할만한 논문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튜링머신, 유니버셜 튜링머신 등, 컴퓨터의 기초이론을 닦아놓은 공로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지.
그때까지 폴란드가 수행하던 암호해독 방법을 완전히 익힌 튜링은 만약 독일이 이니그마 암호 첫머리에 개인설정을 2회 반복하는 걸 그만두게 되면 암호 해독이 불가능해질 거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형태의 crib을 찾아내서 그걸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암호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어.
예를 들면, 독일은 언제나 정규적으로 아침 6시가 되면 그 날의 기상을 예보했는데, 군대 갔다온 ?들은 다들 알겠지만 군대의 문서라는 건 항상 일정한 형식과 규칙을 따르는 거잖아. 따라서, 한번 해독된 코드의 원문은 그 뒤로도 계속 사용될 수 있었어. 말하자면, 아침 6시 5분에 감청된 독일 암호의 첫머리는 십중팔구, "6시 일기예보"라는 문구로 시작될 수 밖에 없는 거고 전쟁중 브레츨리 파크가 너무나 사랑한 브레스트의 U보트 함대 사령부는 매일같이 어김없이 정각이 되면 그날의 암호 설정에 관한 암시를 제공해 주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