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7:00>
출근. 전날 나이트를 선 조와 하이파이브 한 번 하구 임무 교대를 하다.
불과 12시간 만에 나온 응급실인데도 환자가 많이 turn over된 상태였다.
<AM 8:30>
딱히 폴리클 쌤들이 할 일이 없어서 여유가 좀 생겼다.
실습학생 방에 들어가 Q.T를 했다. 조금 바뀐 장소, 시간이었지만 여전히 감사한 시간이었다.
<AM 9:00>
아침에 blood sampling을 두 개나 했다.
전주에 임상 병리사에게 잘 배웠기 때문일까?
두번째 환자는 젊은데도 혈관이 숨어있었는데 비장의 전수 비법 "포뜨기"로 무사히 끝냈다. ^^v
<AM 9:30>
전날 TA(traffic accident)로 입원한 환자가 갑자기 vital sign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CPR까지 했으나 결국 expire하고 말았다. 조금 심난하고 우울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그런 곳에서 인간이 할 수 없다는 일에 새삼 놀랬다.
<AM 10:30>
조원들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하구 안디옥 교회에 지원이랑 예배를 드리러 갔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동휘 목사님 말씀. 여전히 목사님의 말씀은 도전 그 자체였다.
나도 늙어서도 저렇게 영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잠시 가져봤다.
<AM 11:50>
12시까진 다시 응급실에 와서 조원들과 턴 해주기로 약속했기에 점심을 빵으로 때웠다.
늘 식사 대신할 때 먹는 세븐 일레븐의 샌드위치와 초코 우유. 기덕원 짜장만큼 슬슬 질리기 시작한다.
<PM 1:00>
어린이날이어서 애들이 많이 먹어서 그랬나..아님 뛰어놀다가 그랬나..
소아과 환자가 더운 날씨에 팽창하기 시작하는 수은주의 눈금처럼 몰려 들기 시작했다.
어떤 보호자는 자기 아이의 순서가 밀린다며 간호사에게 떠나갈 듯이 항의하고 눈을 부라렸다.
문득 어렸을 때 생긴 과는 달리 허약했던 내 모습이 떠 올랐고 우리 부모님도 그랬으리란 생각을 해봤다.
부모님의 사랑. 노래 가사 그대로 '가이 없어라"이다.
<PM 2:40>
환자는 많은 데 폴리클들이 할 일은 거의 없었다. 응급 구조사가 쏙쏙 ABGA를 해버렸기 때문 같다. --;
사실 응급실에서 폴리클의 역할은 미미하다.
ABGA, sampling, nebulizer, enema, L-tube & irigation, FBS, EKG, dressing 정도?
할 일도 없구 해서 체력 증진을 위해 잠을 청하러 본관 학생 실습실로 갔다.
<PM 3:00>
별로 잠을 청하진 못했다. 다른 학우가 실습실에 들어오는 바람에.
조금 쉴 겸 가방 속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꺼내 들었다.
요새 시간 없다구, 공부 한다구 책을 너무 멀리한 느낌이 들어서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
오랜만에 독서를 해서일까? 장소가 그래서였을까? 엄청 눈에 안 들어왔다. --;
<PM 4:00>
아뿔싸.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아직 직접 해보지 못한 FCT order가 4개나 있었다구 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역시 삶은 요령을 피우면 안 되나 보다. --;
그러나 우울해하진 않으리라. 아직도 12일이나 실습 일정이 남아 있으니.
<PM 5:00>
전날부터 alcohol 금단 증상으로 매우 irritable, aggressive한 환자의 ABGA order가 있었다.
그러나 침대에 묶여 있던 환자는 여전히 complance가 좋지 않았구 결국 ABGA를 응급의학과 쌤에게 넘겼다.
그 환자 하루 2 홉들이 소주를 수 년간 마셨다구 한다.
술마신 이유가 뭔진 알 수 없었지만 문득 그 영혼이 하나님을 알았더라면...하는 생각이 들었다.
술이란 물질 하나에 찌들은 인간의 모습.
그 모습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그분껜 죄송한 표현이지만 금수의 모습이었다.
<PM 6:00>
다시 아침에 하이파이브 했던 나이트 조원들이 나타났다.
6시까지만 오면 되는데 한 15분 일찍 나타나서 피곤하지 않느냐며 교대를 자청한 병재형이 고마웠다.
그래.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합리화를 위해 타인을 비방하구 책임을 전가하구 그러지.
병재형은 그렇게 친하진 않지만 항상 베풀고, 섬기고 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그런 생각과 함께 이미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구
어느새 난 더위와 피곤이 꽃혀있는 가운을 내 육신에서 털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