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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보일까봐] 14
#1. 공원 벤치 (밤)
수현과 나란히 앉아있는 영은. 영은 손 꼭 잡고 있는 수현.
수현 : 떠나는 거...빠를수록 좋아요. 학교 입학 절차는 ...거기 일단 가서 알아보도록 하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가요. 수속 절차,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할께요.
영은 : ...(불안하다)
수현 : 우리 아버지, 그리고 영은씨 어머님... 아마 언젠가는 우리 두사람 용서해주실 거예요.
물론 두분께 죄짓는 거지만...평생 갚아나가요.
갚는 길은...우리가 서로 아끼고사랑하면서, 끝까지 행복하게 지내는 거예요.
영은 : ...(곰곰 자기 생각에 빠져있다)
수현 : 영은씨,
영은 : (놀라) 네?
수현 : 불안해요?
영은 : ...아뇨. 안 불안해요.
웃는다.
#2. 자취방 앞길 (밤)
수현과 나란히 걸어오는 영은.
수현 : 동생들 좀 만나요.
영은 : 아, 아뇨. 늦었어요. 잘 거예요.
수현 : 아버님이 언제 오세요?
영은 : (머뭇하다가 웃고) 곧 오실 거예요. 며칠 안으로.
수현 : (생각한다) 그럼 아버님 오시는대로 바로 출발하는 걸로 하죠.
영은 : ...네.
수현 : 들어가요. 잘자요.
다시 손 한번 잡아주고 돌아서는 수현.
멀어지는 모습 바라보며 아직 멍한 영은.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떨려온다. 돌아서서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영은 모습 사라지면 멀리 골목 끝에 서있는 종수. 시선 떨어뜨린다.
#3. 동 방안 (밤)
들어오는 영은.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서 겁에 질려있는 두 동생들이 보인다.
영은 : 누나가 너무 늦었지? (본다) 왜그래?
은석, 이윽고 울음을 왕 터뜨린다.
영은 : (놀라) 왜그래? 왜울어?
준석 : 주인 아줌마가요...얘 때렸어요.
문이 열리고 중년 여자, 들여다본다.
여자 : 아가씨, 왔구나?
영은 : 무슨 일이세요?
여자 : 방 좀 빼줘야겠어.
영은 : 네?
여자 : 이 방 나갔어.
영은 : 나가다뇨? 왜요?
여자 : 아, 며칠만 세들자면서? 방 나가면 얼른 나간다구 그래놓구 인제 와서 무슨 딴 소리야?
영은 : 언제 이사 오시는데요?
여자 : 이틀 안으루 비워주면 좋겠어.
영은 : 아줌마, 돈 조금 더 드릴테니까 며칠만 더 있으면 안될까요?
여자 : 아유, 나두 그러구 싶지만...벌써 계약 다 하구 갔어. 비워줘요.
영은 : ...예에...
여자 : 글구, 꼬마들이 어찌나 수선스러운지 내가 몇 대 손 좀 봐줬어.
불장난하다 집 다 태워먹을 뻔 했잖아!! 조심해, 이 녀석아!
문 드륵 닫고 나간다.
기죽은 동생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영은. 고개 푹 숙이는 은석.
영은 : (짐짓 분한척) 아니! 세상에 저렇게 나쁜 아줌마가 다 있냐? 누나가 혼내줄께.
은석 : (울먹한다)
안아주는 영은. 점점 난감해진다.
#4. 동 자취방 (시간경과)
불꺼진 방안. 잠든 남동생들. 불안한 시선으로 그들을 내려다보는 영은.
창문에 돌멩이가 탁 부딪치는 소리 들린다. 움찔 놀라는 영은. 일어나 창문을 돌아본다.
#5. 대문 앞 (밤)
밖으로 나오는 영은. 기다리고 있는 종수.
종수 : 꼬맹이들 자냐?
영은 : 왠일이예요?
종수 : ...아까 낮에 들렀다가...대충 들었다. 방 빼달라 그러지?
영은 : (본다)
종수 : 애들 나한테 맡기구 넌 그냥 니네 집으루 들어가.
영은 : (난감한데)
뒷춤에서 포장된 선물을 하나 쓱 건네는 종수.
영은 : 뭐예요?
종수 : 뭐긴 뭐냐. 선물이지.
영은 : ...
종수 : 로션 하나 샀다. 하루종일 물에 손 담그구 일하는데...뭐냐...피부에 되게 좋은 거랜다.
비싼 거야. 오늘 일당 받은 거 뚝 잘라서 큰맘 먹구 샀어.
영은 : ...(착잡해진다)
종수 : 아, 뭐 그렇게 감동할 거까지는 없고...
영은 : ...저어...(결심) 저랑 동생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요...인제 제가 알아서 할께요. 여기 이제 그만 오면 좋겠어요...
종수 : ...(무표정)
영은 : (그 표정에 점점 미안해지며) ...그러니까, 그게요,
종수 : (툭 치고) 간다!
머쓱 웃더니 돌아서서 간다. 곤혹스레 지켜보는 영은.
#6. 영은집 외경 (낮)
#7. 동 마루 (낮)
지은과 마주 앉아 식사하는 인옥.
인옥 : 앞으로 그 아저씨 전화 오면 무조건 엄마 없다 그래.
지은 : ...
인옥 : 엄마 이제 그 사람이랑 안 만나. 연락 오면...
지은 : (OL 한숨) 엄마,
인옥 : (본다)
지은 : 왜요? 영은이 때문에? 그 기집애 뭐하러 신경 써? 아버지랑 살든 그쪽 애들이랑 살든...인제 내 딸 아니다, 그럴 땐 언제구?
인옥 : 그런 거 아니야.
지은 : 뭐가 아니예요? 엄마 너무 결벽증이예요. 혹시 영은이가 그 애들 데리구와서 다같이 살자 그럴까봐?
그 아저씨 부담스러울까봐?
인옥 : 다같이 살긴! 말두 안되는 소리 한다.
지은 : 그래, 말두 안되죠. 영은이가 맡았으니까 영은이가 책임지라 그래. 눈 딱 감으세요.
인옥 : ...
지은 : 그애들은 그애들이구...엄마 결혼은 결혼인거지. 신경 쓰지 말구 결혼하세요.
아버지가 양심이 요만큼이라두 있으면 찾으러 오시겠지. 왜 신경 써요?
인옥 : 결혼은 무슨 결혼이야. 다신 그런 얘기 입에 담지마.
지은 : (좀 의아한데) 엄마, 혹시 무슨 다른 이유 있어요? 두 분 다른 일로 싸우셨어요?
일어나는 인옥.
울리는 전화벨. 놀라는 인옥.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지은 : 여보세요? ...(인옥 눈치 보다가) 엄마 가게 나가구 안계신데요...
#8. 두식집 거실 (낮)
전화하고 있는 두식.
두식 : 느이 엄마 집에 있는 거 다 안다. 바꿔봐라...
이층에서 내려오는 수현. 착잡하게 바라본다.
두식 : 그러지말구 받으라 그래봐라...(한숨) 알았다...그래, 나중에 다시 전화하마.
전화 끊고 수현과 눈 마주친다. 당황하는 두식.
수현 : 출근하겠습니다.
두식 : ...오, 오냐.
밖으로 나가는 수현. 지켜보는 두식.
#9. 파인유통 본사 건물 앞길 (낮)
들어오는 두식 승용차.
한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종수. 승용차 앞을 막아선다. 급정거하는 승용차.
기사 : 뭐야!
종수 : 사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두식 : 누구야?
종수 : ...(머뭇한다)
무시하고 그냥 가는 승용차. 차문을 잡고 쫓아가는 종수.
종수 : 잠깐이면 됩니다! 아드님 문제로 의논 드릴 게 있습니다!
승용차 이윽고 멈춰 선다. 다가가서 두식에게 꾸벅 인사하는 종수.
종수 : 첨 뵙겠습니다. 유종수라고 합니다.
#10. 근처 커피숖 (낮)
두식과 마주 앉아있는 종수.
두식 : 수현이 문제라니? 무슨 일인데?
종수 : (긴장하다가) 저어...
두식 : 무슨 일이야?
종수 : ...혹시...김영은이라는 여자애 아시죠?
두식 : (멈칫)
종수 : 저랑 영은이랑 서로 사랑하는 사입니다.
두식 : (이거 또 뭔가)
종수 : 아드님이 나타나기 전에는 저희들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그런데 영은이가 아드님 만나구부터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두식 : 그래?
종수 : 네. 사실 저...사장님 레스토랑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부모형제 하나 없이 어렵게 컸어두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볼려 그랬습니다. 사장님이 자수성가 하신 분이라는 얘기...어디선가 들었습니다.
저도 장래 사장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두식 : ...
종수 : 제가 그동안 힘겨워두 버틸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영은이 덕분입니다.
그런데...아드님이 나타나면서 제 꿈, 제 인생 다 파탄 났습니다.
두식 : (진지해진다) 사실이야?
종수 : ...
두식 : 그래서?
종수 : 요즘 영은이가 집에서 나와있습니다. 어머님 몰래 아버지쪽 배다른 남동생들하구 같이 지냅니다.
두식 : (멈칫) 그래?
종수 : 도움을 좀 주십시요. 살만한 방하나 얻을 돈만 빌려주십쇼.
그럼 제가 영은이랑 영은이 동생들 데리고 열심히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아드님 때문에 걱정하시는거 잘 압니다. 앞으로 그 일로는 걱정 안시켜 드리겠습니다. 도와주십쇼.
두식 : (본다) ...
이왕 이렇게 된거...결연해지는 종수.
#11. 돈까스 가게 안 공중전화 부스 (낮)
통화하는 영은.
영은 : 안녕하세요? 또 전화 드렸습니다...김성호씨 딸인데요...혹시 연락 없었어요? ...(실망) ...네...알겠습니다.
전화 끊는다. 고민하다가 다시 수화기를 든다. 수첩 열고 번호 누른다.
영은 : 안녕하세요, 아저씨? ...혹시 저 기억하세요? 저 김성호씨 세째 영은이예요...(듣다가) 네, 잘계셨어요?
뒤에 다가오는 수현. 듣고 있다.
영은 : 아저씨 혹시 아버지 소식 모르세요? ...예에, 동생들 맡겨놓고 잠시 어디 가셨는데요...
(듣다가) 그렇게 됐어요...네에...(한숨) 언제쯤 오실지 궁금해서요...전혀 연락이 안 닿을까요?
꼭 좀 부탁드릴께요. 좀 알아봐주시면...(무안) 네, 알겠습니다...안녕히 계세요.
전화 끊고 기운없이 돌아서다가 수현과 눈 마주친다. 깜짝 놀란다.
#12. 공원 (낮)
나란히 앉아있는 영은과 수현.
수현 : 왜 진작 얘기 안했어요?
영은 : ...
수현 : 아버님 함자가 어떻게 되죠? 내가 수소문 해볼께요.
영은 : 걱정마세요.
수현 : ...
영은 : 곧 돌아오실 거예요. 열흘 뒤에 오신다고 약속하고 가셨어요.
수현 : ...(착잡해지며)
영은 : 저 떠날 거예요.
수현 : (본다)
영은: (본다) 꼭 갈 거예요.
#13. 자취집 앞길 (낮)
승용차에서 내리는 두식과 종수.
종수 : 여깁니다.
두식 : (둘러본다)
안으로 안내하는 종수.
종수 : 들어오십쇼.
#14. 동 방안 (낮)
엎드려 구슬 치기 하는 준석, 은석. 문 열리고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종수와 두식.
준석, 은석 : 아저씨!
종수 : 뭐하냐? 점심 먹었어?
두식 : ...
은석 : 아저씨, 들어와요. 구슬치기 해요. 들어와요.
종수 : 임마, 나 바뻐. 이따 올께.
두식 : (본다)
준석 : (눈치 보며) 누구세요?
두식 : ...(꼬마들 얼굴과 방안을 번갈아 착잡하니 둘러보다 돌아선다)
종수 : (초조해진다)
#15. 집 앞길 (낮)
대문 나오는 두식과 종수. 종수 내려다보는 두식 시선. 아직 긴가민가 하다.
두식 : 자네...이름이...
종수 : 유종숩니다.
두식 : 유종수...자네 말이야...
종수 : (본다)
두식 : 자네가 한 말 다 믿어두 되는 거야? 한 점 거짓이 없는 거지?
종수 : ...네.
두식 : 좋다...저녁에 우리 사무실로 다시 들르게. 그때까지 나 나름대로 정리를 좀 해볼테니까. 나중에 다시 얘기하세.
종수 : ...네.
황망히 차에 오르는 두식. 인사하는 종수.
#16. 까페 (낮)
들어오는 정희. 한쪽에 앉아있는 수현.
정희 : 왠일이야? 날 다 찾구...
수현 : 점심 한 끼 대접 할려구요.
정희 : 점심 좋지...(본다) 얼굴이 말이 아니다. 꺼칠해졌다.
수현 : (웃고) 그래요?
정희 : 밖에...나가기로 했다면서? 마음 접느라구 고생했다.
수현 : ...(씁쓸히)
정희 : (한숨) 어떻게 원하는대로 다 가지면서 살겠어. 가서 빨리 잊고 새 출발해.
사장님이나 너나...보기 참 딱하다. 이게 무슨 황당한 인연이야.
수현 : 실장님.
정희 : 왜.
수현 : 돈 좀 빌려주세요.
정희 : 돈?
수현 : 네. 급한 일이 생겼어요. 가기 전에 갚고 가겠습니다.
정희 : 무슨 일인데?
수현 : 말씀 드리기 곤란합니다. 아버지한테는 비밀로 해주시고 좀 만들어주세요.
정희 : ...얼마나?
수현 : (본다)
#17. 청과물 상회 (낮)
인옥과 마주 앉아있는 순금.
순금 : 세상에...이 일을 어쩌면 좋아...어쩌면 그런 일이 다 있니...
인옥 : 내가...영은이 그 기집애랑 악연은 악연인 모양이야.
순금 : 불쌍한 것...(혀 차고) 요새 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겠다.
인옥 : (본다) 뭐가 불쌍해.
순금 : (본다)
인옥 : 지 팔자 지가 만드는 거야. 못난 기집애...즈이 아버지 애들 끌어안구 사는 거 봐. 그게 제정신이니?
연애두 꼭 지같이 한다.
순금 : (한숨) 아이고, 인옥아...
인옥 : 헤프기 짝이 없어가지구...(흥, 웃으며 눈물 훔친다)
순금 : 그나저나 그애들 어쩔거니...애들 아버지 영 안오면...
인옥 : (일어난다) 나는 모르지 뭐. 영은이 지가 알아서 잘 키운단다.
순금 : (어이없어) ...
#18. 영은집 현관 (낮)
열쇠로 문 열고 들어오는 영은. 아무도 없는 것 눈으로 확인하고 뒤를 돌아본다.
영은 : (문 밖 향해) 들어와.
아이들, 들어온다. 가방 메고 들어오는 준석, 은석. 신기한 듯 안을 둘러본다.
각오한듯 표정 결연해지는 영은. 아이들을 돌아본다.
영은 : 인제부터 우리들끼리만 사는 거 아니야. 다른 누나랑 아줌마랑 다같이 사는거니까 집에 가고 싶다 졸라두 안되구,
장난두 심하게 치면 안돼. 그럼 정말 안돼. 알았어?
은석, 준석 : (눈치 보는데)
영은 : 알았어?
준석 : 네.
영은 : (쓰다듬고) 착하다.
가방 내려놓으며 점점 불안해지는 영은.
#19. 동 집 앞길 (저녁)
퇴근해 들어오는 인옥.
#20. 동 마루 (저녁)
상에 둘러앉아 티브이 만화 보는 준석과 은석. 마루 쓱쓱 걸레질 하는 영은.
들어오는 인옥.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란다. 얼른 일어나는 영은.
인옥 : 이거 뭐야.
눈치 살피는 두 꼬마.
인옥 : (떨리며) 뭐야...
영은 : ...준석아, 은석아, 누나 방에 좀 가 있을래?
티브이 끄고 일어나는 두 꼬마. 방으로 간다.
각오한듯 가만히 인옥 앞에 무릎 꿇는 영은.
인옥 : 너...
영은 : (고개 푹 숙이고) 죄송해요, 엄마...갈 데가 없었어요.
인옥 : (할 말이 없다)
영은 : 아버지 오실때까지만... 아버지 제가 찾을께요. 꼭 찾을께요.
인옥 : 나가.
영은 : ...
인옥 : 쟤들 데리고 나가!
가방을 현관으로 내동댕이 치는 인옥.
그대로 무릎 꿇고 앉아있는 영은. 영은 팔을 잡아끌고 일으키는 인옥.
인옥 : 안 나가?
영은 : ...(꿋꿋이 버틴다)
인옥 : (당황하며 떠민다) 나가! 당장 나가! 안 나갈래?
그대로 꿈쩍않고 고집스레 앉아있는 영은.
인옥 : 영은아,
어이없이 보다가 울음 터뜨리며 풀썩 주저앉는 인옥. 눈물 글썽하는 영은.
#21. 까페 (저녁)
두식과 마주 앉아있는 종수. 봉투를 내려놓는 두식.
종수 : 감사합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두식 : ...
종수 : 돈 버는대로 바로 갚겠습니다.
두식 : 내가 첨 보는 자넬 뭘 믿구 이러는지 스스로두 황당하지만...자네 그토록이나 애절하게 매달리는 걸 보니까,
꼭 내 젊을 때 생각이 나서 주는 거다.
종수 : (본다)
두식 : 가서 방 한칸이라두 제대로 얻어서 애들 거둬줘라. 자네 마음이 가상해서 도와주는 거니까...
그애들...영은이 에미 앞에 안 나타나게 잘 돌보다가 애들 아버지 오면고이 넘겨주라구.
종수 : 고맙습니다.
두식 : 그리구...여자 친구 뺏긴 거는 내가 대신 사과하지. 우리 아들놈 탓에 엉뚱한 피해자가 난 줄은 꿈에두 몰랐네.
이걸로 둘이 화해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잘 지내봐. 참, 그리구 수현이 그놈 곧 유학간다.
종수 : (멈칫 본다)
두식 : 세월 지나면 서로들 웃으면서 얘기할 날이 있겠지 뭐. 미운 마음 풀어라.
종수 : ...(일어나며 굽신) 감사합니다.
두식 : (복잡해진다) ...
#22. 거리 (저녁)
희미한 미소 띠며 걸어오는 종수. 가슴에 품은 봉투를 한번 툭툭 두드려본다.
건널목 앞에 서서 신호대기 하는데 어지럽다. 걸어 나가다가 휘청하더니 주저앉는다.
다시 일어나 간신히 걸어가는 종수. 왜이러지? 하는 얼굴로 목덜미를 탁탁 두드려본다.
몇걸음 가다가 다시 휘청하며 길 가운데 푹 쓰러진다.
#23. 병원 외경 (밤)
#24. 응급실 (밤)
누워있는 종수. 눈을 뜨면 내려다보는 젊은 의사.
의사 : 정신 드세요?
종수 : 여기 어딥니까.
의사 : 길에 쓰러져 계셔서 길가던 분이 업고 오셨어요.
종수, 후다닥 일어나더니 속주머니를 만진다. 그대로 들어있는 봉투를 확인하고 반갑다.
의사 : 검사 좀 받아보셔야겠는데요. 몸 상태가 좋질 않습니다.
종수 : (본다) 검사는 무슨 검삽니까. 사는게 피곤해서 그럽니다.
일어나 신발을 신는다.
종수 : 여기...얼맙니까?
의사 : 예?
종수 : 참, 그런 거 아니지...그럼 수고하십쇼.
#25. 영은집 마루 (밤)
은석, 준석, 상 앞에 앉아 밥 먹고 있다.
쪼그리고 앉아 밥 먹는 아이들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지은. 눈치 보는 준석과 은석.
지은 : 니네 외갓집 주소나 연락처, 그런 거 몰라?
준석 : ...네.
지은 : 왜 몰라? 니네 엄만 하늘에서 떨어졌대? 도대체 어떻게 된 여자니? 웃기지두 않는다. 기가 막혀 욕두 안나오네, 증말.
울먹하는 준석과 은석. 수저를 멈춘다.
지은 : 다 먹어! 왜 깨작거려?
겁내며 다시 먹기 시작하는 은석, 준석.
방에서 나오는 인옥.
인옥 : 지은이 너 방에 들어가. 애들 체한다.
들은 척 않고 아이들 얼굴을 번갈아 뚫어져라 보는 지은.
인옥 : 뭐해?
지은 : (일어난다) 아버지 얼마나 닮았나 한번 봤어.
인옥 : 들어가.
싸늘히 방으로 들어가는 지은.
착잡하게 꼬마들을 내려다보는 인옥. 아이들과 눈 마주치자 시선 피한다.
#26. 영은방 (밤)
책상 앞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영은. 들어오는 지은. 쥐어박는다.
지은 : 이 사고뭉치 꼴통아,
영은 : ...
지은 : 어쩌자구 이렇게 일을 치구 다녀? 어쩌자구 저것들을 여기까지 끌구 들어와?
영은 : ...
지은 : 어떻게 엄마 속을 이렇게까지 뒤집니...
영은 : ...
지은 : 내가 너 이러지 싶어서 조마조마했는데 기어이 일을 치는구나, 기어이.
영은 : ...언니,
지은 : 듣기 싫어. 부르지두 마.
영은 : (시선 다른 데 두고 혼잣말처럼) 언니, 쟤들 좀 부탁해.
지은 : 허이구, 천사 났다, 천사 났어.
영은 : 부탁하자, 언니.
지은 : (허, 웃고) 넌 어디 가냐? 쟤들을 왜 나한테 부탁해?
니가 책임져. 니가 돈벌어 다학교두 보내구 옷두 사다 입히구 밥두 먹여. 책임두 못 질거 왜 떠맡어?
영은 : ...
지은 : (다시 쥐어박고) 못살아, 못살아...(침대로 가서 눕는다) 나 증말 시집이나 확 가버릴까보다.
영은 : ...
#27. 자취집 앞길 (밤)
들어오는 종수. 안으로 들어갔다가 잠시후 도로 뛰어나온다.
황당한 얼굴로 주위를 살핀다. 허탈하게 주저앉는다.
#28. 두식집 외경 (밤)
#29. 동 거실 (밤)
찻잔 놓고 마주 앉아있는 부자.
두식 : 언제 떠날 거냐. 좀 알아봤어?
수현 : 학교는 일단 도착해서 알아볼 생각입니다. 되는대로 빨리 출발할려구요. 내일이든 모레든 최대한 빨리 떠날까해요.
두식 : ...잘 생각했다.
수현 : ...
두식 : 가서 한 몇 달 아무 생각말구 여행두 다니구 쉬어라.
수현 : ...네. 그럴 겁니다.
두식 : 그 아이...남자친구 있는 거 알구두 덤볐냐?
수현 : (본다)
두식 : 사람이 그러면 못 쓴다.
수현 : 누가 그럽니까. 혜경이가 그래요?
두식 : 혜경이까지두 아는 사실이냐? 허, 거 참.
수현 : ...
두식 : 아무튼...얼른 떠나라. 그래야 걔두 정리하구 제자리루 돌아가고, 전부다 제자리로 간다.
일어나는 두식. 뭔가 이상한 수현.
수현 : 누구 만나셨어요?
두식 : 됐다. 변명하지마라. 다 끝난 일이잖냐!
수현 : ...
#30. 영은방 (밤)
불꺼진 방안. 지은 침대에 아무렇게나 엎어져 잠든 준석과 은석.
스탠드 앞에 앉아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고있는 영은.
수건으로 얼굴 닦으며 들어오는 지은. 마뜩찮게 보더니 이불과 자기 베개를 챙겨 나간다.
지은 : 나 오늘부터 엄마방에서 잔다.
영은 : (무안한듯 본다)
문 닫고 나간다. 전화벨 울린다.
영은 : ...여보세요,
#31. 언덕 (밤)
다가오는 영은. 기다리고 있는 종수. 나란히 앉는 두사람.
종수 : ...가면 간다구 말을 해야지.
영은 : (본다)
종수 : 그것두 모르구 헛걸음만 쳤잖냐.
영은 : ...
종수 : 어떻게 된거야? 니네 엄마가 애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됐냐?
영은 : (각오한듯) ...할 얘기가 있는데요.
종수 : 알아. 다 안다. 맞춰볼까?
영은 : (본다)
종수 : 그 자식 외국 간다며?
영은 : 어떻게 알았어요?
종수 : 그 정돈 기본이지 뭐. 기운내라. 세월 지나면 다 잊는다.
영은 : ...저,
종수 : 나부터 얘기 하자.
영은 : (본다)
종수 : 저번에...내가 한 얘기 장난 아냐. 나 잘할 수 있다. 맘에 안 드는 거 뿐이겠지만 하나씩 고쳐나가면 되잖아.
(창피한듯 외면하는데) 아, 날씨 되게 덥네...
영은 : 저 말이예요.
종수 : (본다)
영은 : (결심) 저도 이번에 같이 떠나요.
종수 : !
영은 : 그동안 정말 친오빠처럼 잘 대해줘서 고마워요. 제동생들한테두 잘해주고, 제 어려운 사정 이해해준 것도 다 고마워요.
종수 : ...(멍하니)
영은 : 인사 안하고 떠나면 두고두고 미안할 거 같아서 얘기하기로 했어요.
종수 : ...
영은 : 맘에 안드는 거 없구요...늘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종수 : ...
영은 : 그동안 고마웠던 거...언제까지나 잊지 않을께요.
종수 : ...(비참해진다)
#32. 영은집 마루 (밤)
들어오는 영은. 인옥방쪽을 바라본다.
인옥(E) : 오빠...제발 전화하지 마세요...이제 다 끝난 얘기라고 몇번을 말씀 드려야 알아요?
지켜보는 영은. 마음이 내려앉는다.
#33. 인옥방 (밤)
통화하는 인옥.
인옥 : 남자친구는 무슨 남자친구예요...(눈물 훔친다) 남자친구 같은 거 필요없습니다...
오빠, 우리가 그동안 안 만나구 살았던 걸 생각해봐요...그냥 그전으루 돌아가는 거뿐인데
무슨 세상 다 끝난 거처럼 그래요? 우리 나이 몇이예요...점잖게 삽시다. 제발 애들 앞에 부끄럽게 이러지 마세요.
#34. 두식방 (밤)
수화기 들고 있는 두식.
두식 : 내 나이 열 여덟이다. 그래! 어쩔거냐...이것아, 그렇다구 매정하게 전화구 뭐구 다 끊냐?
독하다, 독해...내 너 독한 거 진즉에 알았지만...이렇게까지 모질게 나올 줄은 몰랐구나.
눈시울 젖어온다.
#35. 영은집 마루 (밤)
인옥방 앞에 앉아있는 영은.
방에서 나오는 인옥. 눈시울 훔치다가 영은을 발견하고 움찔 놀란다.
인옥 : 안 잤니.
영은 : ...(당황) 네.
인옥 : 자거라.
화장실 쪽으로 가는 인옥.
영은 : ...엄마,
인옥 : (돌아본다)
영은 : (머뭇하다가) ...죄송해요.
외면하고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는 인옥. 화장실 문 닫힌다.
이윽고 눈물 떨구는 영은.
#36. 커피숍 (낮)
마주 앉아있는 영은과 수현. 서류봉투 건네는 수현.
수현 : 출국에 필요한 서류예요. (웃고) 급히 만드느라 아주 고생했어요. 다음 주말에 출발이예요.
영은 : (놀란다)
수현 : 왜요, 빨라요? ...늦으면 늦을수록 가기 힘들어져요.
영은 : ...
수현 : 그리고 동생들은...내가 지금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예요. 위탁모 같은 분을 구할까하는데...
(본다) 아버님 오실 때까지 잘 돌봐주실 분을 찾아볼께요.
믿을만한 데다 부탁을 해놨으니까 맘 놔두 돼요. 곧 구해질 거예요.
영은 : ...동생들...지금 집에 있어요.
수현 : (본다)
영은 : 엄마랑 같이 있어요.
수현 : ...(뜻밖이다) 그래요?
영은 : ...네.
수현 : 잘됐네요. 어떻게 된 거죠?
영은 : (대답 못하고)...
다행스러운 듯 환히 웃는 수현.
서류봉투 물끄러미 바라보는 영은. 점점 불안해진다.
#37. 종수 창고 안 (저녁)
어두운 실내. 누워있는 종수. 한쪽에 놓인 라면부스러기를 집어들고 씹다가 물병을 집어들고 마신다.
새우처럼 구부정하게 몸을 굽히더니 눈을 붙인다. 이마에 식은땀이 맺혀온다. 어지럽다.
눈 지끈 감았다 뜬다. 문득 무슨 생각 들었는지 부스스 일어난다.
#38. 까페 (저녁)
앉아있는 종수. 곁에 와서 앉는 혜경.
반가운듯 씩 웃는 종수.
혜경 : 뭐니.
종수 : 술 한 잔 사구 싶어서 불렀다.
혜경 : (피식) 니가?
종수 : 그래...그동안 얻어먹기만 했는데...나두 한번은 사야지. 내가 요새 가진게 돈 뿐이다.
혜경 : 너 뭐 이상한 거 먹었니?
종수 : 지난 번엔 미안하게 됐다. 기분 나뻤음 내가 사과한다.
혜경 : 그런 걸루 기분이 왜 상해. 내가 니 수준이니.
종수 : 물론 내가 너보다 수준이 높기야 높지.
혜경 : 허,
종수 : 한 잔 해라.
술 따라준다.
혜경 : 안 그래두 나두 작별인사하고 싶었어. 잘됐다. 오늘 이별 기념으로 한잔씩 하자.
종수 : 어디 가냐?
혜경 : 수현씨 따라 외국 나가. (한숨) 여기 와서 겪은 일들, 만난 사람들...다 진저리가 난다.
종수 : (멍하니 본다)
혜경 : (피식 웃고) 왜? 섭섭하니?
종수 :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혜경 : 뭐가?
종수 : 그 자식이랑 같이, 어딜 나가? 너 걔들 또 따라붙냐?
혜경 : 무슨 소리야?
종수 : 관둬라. 너 제발 그렇게 살지마라.
혜경 : ?
종수 : 둘이 도망가게 좀 내비둬라. 인제 그만하면 됐다. 기어이 또 떼놓구 싶냐?
혜경 : 무슨 소리야? 도망?
종수 : ...
혜경 : 도망?
종수 : 모르냐? (당황) 모르면 계속 모르는 걸루 해라.
#39. 영은집 마루 (밤)
욕실에서 은석과 준석을 씻겨 나오는 영은. 수건으로 머리 닦아주고 은석 옷을 갈아입힌다.
혼자 옷 갈아입는 준석.
준석 : 어디 가는데요?
영은 : 놀이공원! 바이킹 타러!
준석 : 정말요?
영은 : 그럼! 누나가 거짓말 하는 거 봤어?
은석 : 맨날맨날 거짓말만 하잖아요.
영은 : 흠, 살다보면 거짓말두 좀 할 수 있는거지.
은석 : 아빠 언제 오세요?
영은 : 금방.
은석 : (큭 웃고) 거봐요, 거짓말하잖아요!
웃으며 은석 엉덩이 툭툭 두들겨주다가 뽀뽀해주는 영은.
외출차림으로 들어오는 지은.
지은 : 어디...놀러 가니?
영은 : (주눅들며 머쓱 웃고) 어어,
방으로 들어가는 지은.
지은 : ...다녀와라.
#40. 영은집 앞 정류장 (낮)
동생들 손 잡고 버스 기다리는 영은. 멀찌기서 지켜보는 종수.
은석 : (발견하고) 아저씨!
종수 : (당황) 어, 잘지냈냐?
준석 : 예!
종수 : (다가온다) 나 안 보고 싶었냐?
은석 : 보고 싶었어요!
영은 : (본다)
종수 : 어디 가냐?
준석 : 놀이공원 가요.
은석 : 같이 가요, 아저씨.
종수 : ...
영은 : ...같이 갈래요?
종수 : 아, 나 좀 바쁜데...
#41. 놀이공원 (낮)
기구 타고 즐겁게 노는 네사람. 영은, 제일 신났다.
몽타쥬.
#42. 파라솔 (낮)
둘러앉아 아이스크림 먹는 네사람.
영은 : 흘린다.
은석 입가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닦아주는 영은.
그런 모습을 가만히 보는 종수. 시선 마주치면 눈길 돌린다.
종수 : 언제...떠나냐?
영은 : ...다음주에요.
종수 : 그렇게 빨리 가냐?
은석 : 누나 어디 가요?
영은 : 아냐!
종수 : 잘살아라. 건강하구.
영은 : ...
종수 : 그 자식한테두 안부 전해주라. 너한테 잘못하면 죽는다구 전해라.
영은 : (본다)
종수 : 내가 가끔 들러가지구 얘들하구 놀아주구 그럴테니까 걱정마라.
영은 : ...고마워요.
종수 : 짜식들...복두 많아. 누나 복, 아저씨 복이 터졌네.
준석 : 누나 진짜 어디 가요?
영은 : 안가. (웃고) 아이스크림 다 녹아요. 얼른 먹어요. (종수 수저 쥐어준다)
손길 스치자 움찔 피하는 종수. 묵묵히 먹기 시작한다.
#43. 영은집 앞길 (저녁)
들어오는 인옥. 지나다 멈칫 돌아본다. 한쪽에 서성거리고 있는 성호.
성호 : (움찔 놀라다가) ...잘지냈어?
인옥 : (결국 나타나셨군 비웃고) 누구세요?
성호 : 은석이랑 준석이...잘지내나?
인옥 : 누구? 은석이 준석이?
성호 : 미안하다. 애들 맡기구 제대로 인사도 못했다.
인옥 : 애들이라니? 무슨 애들?
성호 : (진짠가 싶어) 영은이가 ...안 데리구 왔어?
인옥 : 영은이가 누굴 데려와?
성호 : (멈칫)
인옥 : 무슨 소리 하는 건지 모르겠네.
집으로 들어간다.
성호 : 경은 엄마,
인옥 : (떠민다) 가봐요. 당신같은 사람 몰라.
성호 : 이봐, 정말 애들 몰라?
#44. 동 마루 (저녁)
들어오는 인옥. 뒤따라 들어오는 성호.
인옥 : 여기가 어디라구 들어와! 나가요!
방에서 나오는 지은. 질린다.
성호 : 애들 정말 몰라?
인옥 : 애들이라니! 무슨 애!
지은 : ...
성호 : (지은보고 당황) 지은아...오랫만이다.
얼굴 하얘지며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지은.
인옥 : 나가! 당장 나가요!
떠민다.
#45. 집 앞길 (저녁)
성호를 떠미는 인옥. 들어가려고 실랑이 하는 성호.
인옥 : 가요! 여길 무슨 낯으로 나타났어!
성호 : 여보, 내 꼭 할 얘기가 있는데...
인옥 : 할 얘기는 무슨 할 얘기!
들어간다. 붙잡는 성호.
성호 : 애들 정말 몰라? 말해 봐!
인옥 : 놔요, 이거!
두식(E) : 당장 그 손 못놔!
승용차에서 급히 내리는 두식.
놀라서 돌아보는 성호와 인옥. 허둥지둥 달려오는 두식.
두식 : 이거, 이거...순 인간 안되는 놈이구만!
성호 : 뭐야?
성호 멱살을 움켜쥐는 두식. 대뜸 한 대 후려친다.
두식 : 니놈이 여기 어디라구 나타나! 니가 인옥이 인생을 이만치나 망쳐놓은 주제에!
(다시 멱살 잡고) 이 뻔뻔스런 놈! 또 와서 지금 뭐하자는 거야?
인옥 : (당황) 오빠, 이러지 마요.
일어나는 성호. 다시 인옥을 향해 덤벼든다.
성호 : 애들 어딨어!
두식 : (막아서며) 애들은 무슨놈의 애들이야! 마누라 딸년들 다 버려놓구 무슨 애를 여기 와서 찾아?
성호 : ...
두식 : 저 귀한 인옥이 얼굴에 근심걱정 가득 만든 놈이 누군지...내가 만나서 패줄려구잔뜩 벼르구 별렀다, 이놈아.
성호 : (멱살 잡는다) 이 영감...순 깡패 아냐?
두식 : 영감? 깡패? (뿌리치고 발로 찬다) 죽구싶냐!
인옥 : (떼놓는다) 그만해요! 제발 가요, 오빠. (떠민다) 가요!!
두식 : (고함치며 글썽) 누가 우리 인옥이 눈에 눈물 나게 하냐! 누가!
성호 : ...
눈물 훔치는 인옥.
인옥 : 제발 가요! 전부다 가! 가!
#46. 두식 사장실 (저녁)
초췌한 얼굴로 들어오는 두식. 기다리고 있는 혜경. 일어난다.
혜경 : 어디...다녀오세요?
두식 : 어, 왔냐.
혜경 : 무슨 일 있으셨어요? 혈색이 안 좋아보이세요.
마주 앉는 두식.
두식 : 아니다. 언제 왔냐?
혜경 : 방금요.
두식 : 왜.
혜경 : 저어...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두식 : ?
혜경 : (고민하다가) 혹시 알고 계세요? 아무래두...수현씨 이번에 혼자 떠나는게 아닌 거같은데요.
두식 : 뭐!
혜경 : 아주...확실한 건 아닙니다만...제 육감이란 것두 있고...어디서 얘길 들었어요. 둘이 같이 떠나는 모양이예요...
미리 일러드리는게 좋을 거 같아서요...나중에 아버님 받으실 충격이 크실 거 같아서...고민하다가 왔어요.
두식 : (일어난다) 어떻게 알았냐? 그놈이 직접 그래?
혜경 : ...
두식 : 내 이놈을...
#47. 파인 앞길 (밤)
승용차에서 내리는 두식.
#48. 파인 홀 안 (밤)
들어오는 두식. 인사하는 종업원들 뒤로하고 성큼 안으로 들어간다.
막 점장실에서 나오는 수현과 맞닥뜨린다.
수현 : (무슨 일인가 멈칫) 오셨어요?
두식 : 이 자식...니가 이럴 수 있냐?
수현 : ?
두식 : 혼자 가는 거 아니라면서!
수현 : (굳는다)
두식 : 어떻게 된거야,
수현 : 누가 그럽니까.
두식 : 누가 그러긴 누가 그래!
수현 : 영은씨 만나셨어요?
두식 : 허, 묻기두 전에 실토를 하는구만.
수현 : ...
두식 : ...
수현 : ...잘못 아신 겁니다. 혼자 갑니다.
주먹 대뜸 휘두르려다가 떨면서 꾹 참는 두식. 분노스럽다.
두식 : 인제 니가 무슨 소릴 지껄이더라두 안 믿는다!
착잡한 듯 바라보는 수현. 쏘아보는 두식.
두식 : 그렇게 죽구 못살겠냐.
수현 : (본다)
두식 : 말해봐라.
수현 : 네.
절망 어리며 한쪽 의자에 털썩 앉는 두식.
두식 : (허탈한듯 넋놓고 허허 웃는다) ...
수현 : (맘 아프게 본다) ...
#49. 영은집 마루 (밤)
눈물 훔치며 홀로 앉아있는 인옥.
방에서 나오는 지은. 곁에 앉으며 따지듯.
지은 : 아버지 왜그렇게 보내셨어요? 애들 어쩔려구요.
인옥 : 걱정마라 내일 또 온다. 두구봐. 틀림없이 또 온다.
지은 : 엄마,
인옥 : 오늘 한번 속 잔뜩 끓여보라구 그랬어. 그러다가 정신 차리면 그동안 뭘 잘못하구 살았나 한번은 생각을 하겠지.
지은 : 엄만 아직두 아버질 모르시네...그런 생각 할 분이면 애초에 그러지두 않았어.
인옥 : ...
지은 : 지금두 마찬가지야. 아버지가 걔들 데리구 갈려구 온 거 같애요? 그냥 잘있나 보러 오신거야. 그러다 들킨 거예요.
인옥 : (본다)
지은 : (뾰로통해서 심술) 만약에 다시 오시면 애들 당장 보내요,
인옥 : ...
들어오는 영은과 동생들. 눈치보며 서 있는 그들.
물끄러미 보는 인옥.
영은 : (애써 씩 웃고) ...우리요...저녁...밖에서 먹었어요.
지은 : (일어나 방으로 가며 한숨) 누가 물어봤니?
영은 : ...(고개 숙인다)
인옥 : (준석 은석 보고) 들어와. 얼른 씻어라.
영은 : (본다)
주눅들며 들어오는 꼬마들. 화장실 쪽으로 간다.
인옥 : 영은이 나 좀 보자. (일어난다)
#50. 인옥방 (밤)
인옥 앞에 앉아있는 영은. 잠시 서먹하다가.
인옥 : ...그 친구하구 정말 끝냈지? 조두식씨 아들하구...분명히 끝냈지?
영은 : (멈칫)
인옥 : 니가 아무사이 아니라구 암만 우겨두 엄마 다 안다. 엄마랑 이자리에서 분명히 약속하자...
우리 둘다 이번 일은 없었던 일이야. 우리 둘다 잠깐 꿈꾼 거야. 알겠어?
영은 : (본다)
인옥 : 다신 만나지마. 더이상 그집에 풍파 만들지 말자. 나두...다신 안 만난다.
영은 : ...(떨군다)
쓸쓸히 바라보는 인옥.
인옥 : 영은아,
영은 : (본다)
인옥 : 그동안 엄마한테 섭섭한 게...그렇게 많았니?
영은 : (멈칫 본다)
인옥 : 미안하다.
영은 : (당황)
인옥 : (허탈한듯) 애들 떠맡느라구 그동안 고생했다. 그래, 니가 무슨 죄냐.
영은 : 엄마,
인옥 : 다 내 죄다. 내가 죄인이다. 니가 에미 애비 잘못 만나 고생한다.
영은 : (본다)
인옥 : 엄마 이렇게 사과할테니까 그 청년 깨끗이 잊어라. 잠시 맘 아프겠지만 시간 지나면 다 아문다.
언제 그랬냐 싶게 싹 잊혀진다. 잊자. 우리 둘다 다 잊자.
영은 손을 잡는 인옥. 두려워지는 영은.
영은 : ...(글썽하며 바라본다)
#51. 종수 창고 안 (밤)
소줏병 들고 대자로 누워서 큰소리로 노래 부르는 종수.
온갖 동요와 가곡, 가요를 짬뽕 메들리로 불러제낀다. 목이 터져라 꽥꽥 부른다.
들어오는 사내1, 2.
사내1 : 팔자 좋다.
종수 : ...(잠깐 긴장하지만 그대로 누워있다) 왔냐.
사내1 : 이번에 만나면 숨통 끊어놓는다구 분명히 경고했지? 내놔.
종수 : ...
사내1 : 돈 내놔,
종수 : (귀찮다는 듯 피식) 야...숨통 한번 끊어봐라. 제발 좀 죽여주라.
사내1 : 뭐?
종수 : 나는 임마, 무서울 거 없어. 죽여 봐. 니가 죽여주면 무척 고맙겠다. 안그래두 살고 싶지 않은데 마침 잘왔다. 고맙다.
발로 차는 사내1.
종수 : 하나두 안 아퍼. 그렇게 하면 죽냐? 제대로 죽여!
눈 딱 감고 대자로 누워있는 종수. 어이없는 듯 마주보는 두 사내.
종수 : (고래고래 고함) 얼른 죽여! 죽일램 확실히 죽여 봐!
눈물 흘리며 다시 노래를 꽥꽥 부르기 시작한다. 마침내 발로 마구 차는 사내들.
#52. 돈까스 가게 안 (낮)
출근하는 영은. 민식, 가게 청소 하다가 올려다본다.
영은 : 안녕하세요!
민식 : 인제 나오냐?
영은 : 네. (빗자루 빼앗으며) 제가 할께요.
민식 : 됐다. 관둘 사람한테 청소는 뭐하러 시켜.
영은 : (멋적다) 주세요.
쇼핑백 하나 내미는 민식.
영은 : 뭐예요?
민식 : 그녀석이 주구 가드라.
영은 : 누가요?
받아서 열어보는 영은. 깜짝 놀란다.
영은 : 왠 돈이예요?
민식 : (휘둥그레) 돈이냐?
함께 들어있는 메모 한장. 펼쳐서 읽는다.
종수(E) : 글재주가 없어서 짧게 쓴다. 이거 경비에 보태라. 가지구 가서 그 자식 앞에 꿀리지말구 당당하게 써라.
그리구, 가기로 했으면 돌아보지말구 무조건 가라. 행복하게 잘살아라. 오빠가 씀.
#53. 종수 창고 앞길 (낮)
쇼핑백 들고 다가오는 영은. 안을 살핀다. 문을 두드린다.
영은 : 계세요! 안에 없어요?
#54. 동 창고 안 (낮)
들어오는 영은. 어지러운 실내를 둘러본다.
라면 봉지 여러개, 생라면 부스러기, 흩어진 컵라면 그릇, 술병, 담배꽁초 등 비참한 생활의 흔적들이 어지럽게 흩어져있다.
영은 : 종수씨 안에 없어요?
주위 둘러보다가 도로 나가는 영은. 순간, 놀라서 발길이 딱 멈춘다.
구석에 웅크리고 쓰러져 있는 종수. 전신에 식은땀 흘리며 떨고 있다.
영은 : 자요?
다가가 가만히 툭 건드려본다. 힘겹게 눈 뜨는 종수.
영은 : 어디...아파요?
종수 : ...
영은 : 여태 자고 있었어요?
종수 : ...(기운없이 다시 눈 감는다)
영은 : (돈봉투 내밀고) 이거 말인데요...(이상한 느낌에 유심히 보다가 가만히 건드려본다)
종수 : (고개 꺾이며 푹 꼬꾸라진다)
영은 : (멈칫 물러나다가 다시 막 두드린다) 정신차려요! 정신 차려봐요!!
#55. 병원 외경 (저녁)
#56. 병실 (저녁)
3인실 정도 되는 병실. 누워 잠든 종수.
그 앞에 난감한듯 서있는 영은. 들어오는 간호사.
간호사 : 유종수씨 보호자세요?
영은 : 네? 아, 네.
간호사 : 진료실로 가보세요.
#57. 진료실 (저녁)
들어오는 영은. 슬라이드 놓고 앉아있는 중년 남자 의사.
영은 : 저... 유종수씨 보호잔데요.
의사 : 앉으세요.
영은 : 무슨 병인가요?
의사 : 뇌를 어디서 심하게 다친 것 같네요. 조금씩 혈액이 고여서 응고 돼있는 상태예요.
누구한테 머리를 많이 맞거나 어디 부딪쳤거나...그런 일 있어요?
영은 : (머뭇하다) ...자,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의사 : 자세한 결과가 다시 나와봐야 알겠지만 지금으로선 그리 낙관적이질 않네요.
영은 : 네에?
의사 : 일단 수술은 해야될 거 같아요. 검사 결과 나오면 다시 얘기하죠.
영은 : 수술 받으면 낫는 거예요?
의사 : ...두고 봐야죠.
영은 : (창백해진다) ...
#58. 돈까스 가게 안 (밤)
들어오는 수현.
수현 : 안녕하세요?
민식 : 아이구, 오셨어요?
수현 : (둘러보며) 장사 잘 됩니까?
민식 : 뭐 그럭저럭 하구 있습니다. 다들 잘지내죠?
수현 : 네, 잘지내요. 박선생님 떠나구 나니까 주방이 텅 빈 거 같습니다.
민식 : 거참...당연한 말씀을 하시네...왠일이세요?
수현 : ...영은씨 좀 만나러 왔습니다.
민식 : (본다)
수현 : 어디... 갔나요?
#59. 병실 (밤)
눈 감은 종수 앞에 앉아있는 영은.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다.
잠시후 눈 가만히 뜨는 종수.
영은 : 정신이 들어요?
종수 : (기운없이 바라본다) ...어디냐?
영은 : (환해지더니) 병원이지 어디예요?
종수 : ?
영은 : 좀 어때요? 어지러워요?
종수 : ...(눈 부신듯 감싸고) 내가 왜 여깄어? 누가 나 여기 데려왔냐?
영은 : 제가요.
종수 : 왜.
영은 : 쓰러져 있었잖아요. 휴, 사람 고생 그만큼 시켜놓구 시치미 떼면 분하죠.
종수 : (어지러운듯 눈 다시 감았다 뜬다) 나 어디가 안 좋대냐?
영은 : ...(둘러대는) 영양실조래요.
종수 : (피식) 그러냐?
영은 : 여기서 한 며칠 잘 먹고 잘 놀면 괜찮아진대요. 무조건 쉬세요. 안하던 일을 갑자기 하니까 아픈 거예요.
종수 : ...(허탈하게) 그런가보다.
영은 : 누구 여기...와볼 사람 없죠?
종수 : ?
영은 : ...(당황하며 웃음) 아뇨.
종수 : (힘없이) 가봐...알아서 누워있다가 갈께.
초라하게 돌아눕는다.
바라보는 영은. 점점 마음이 아파온다. 한참 그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가만히 팔을 잡는다.
영은 : (머뭇하다 작게)...종수 오빠,
종수 : (움찔 돌아본다)
영은 : 기운 내요.
씩씩하게 환히 웃어보이는 영은. 뒤쪽에 다가와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는 수현.
세사람 모습에서 ENDING.
제14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