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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사목, 기초체력부터 다져야 선교에서 승리" | |
월드컵 열기와 태릉선수촌 경당 설립 1주년 즈음에 본 한국교회 스포츠사목
조용한 선수촌, 타 종교에 비해 선수층 얇아 경당찾는 선수 많지 않아 김연아 선수의 묵주반지 등 파급효과 톡톡, 스포츠사목 새롭게 부상 한국교회 스포츠사목 걸음마 단계, 각 교구별 전담사제 임명 등 필요
월드컵 열기가 뜨겁다. 출전국 경기 결과와 선수들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화젯거리다. 스포츠가 단순한 운동경기를 넘어 국민 생활과 문화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현실에서 한국교회 스포츠 사목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달 17일 서울 태릉선수촌 성 세바스티아노경당(담당 이준호 신부)을 찾았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세바스티아노경당에서는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에 미사가 봉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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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서울신문, CNS | #성 세바스티아노 경당 체육과학연구원 필승주체육관 2층에 자리한 선수촌경당. 미사 시간이 다가오자 서울 태릉본당 레지오 마리애 '신비로운 장미' 단원 10여 명이 청소를 하며 미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체육인을 위한 기도'로 시작된 미사는 여느 미사와 다를 게 없다. 다만 이준호 담당신부가 공지사항 시간에 경기 일정을 알려주며 신자들에게 선수들의 선전을 위한 기도를 요청한다. 이날 미사 참례자 15명 가운데 볼링 국가대표 황선옥(안나, 23, 볼링)씨가 유일한 선수다. 초등학생 때 세례를 받은 황 선수는 "오늘 오전 6시부터 체력훈련을 하고 6시간 정도 실전훈련을 했다"며 "고된 훈련을 마치고 나면 피로를 풀고 마음의 안식도 얻을 겸 경당을 찾는다"고 말했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황 선수는 2009년 홍콩 동아시아대회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따고, 2008년 전국체전 여자일반부 개인전 1위를 하는 등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선수촌에서 황 선수처럼 경당을 찾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경당 담당부서인 서울대교구 직장사목부에 따르면, 지난 1년여 간 선수촌경당에 한 번이라도 다녀간 신자 선수는 황 선수를 포함해 14명(10개 종목)에 지나지 않는다. 쇼트트랙 선수가 3명으로 가장 많았고, 카누ㆍ피겨스케이트 선수가 각각 2명, 육상ㆍ사격ㆍ펜싱이 각 1명씩이었다. 신자 선수들 발길이 뜸했던 이유는 지난 1년여 간 동계올림픽이나 볼링대회 등을 제외하고 국가대표 선수를 소집해야 하는 국제대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목에 따라 국제대회에 참가하거나 지역 곳곳에서 대회와 훈련에 임하고 있기 때문에 선수촌이 조용한 것은 당연하다. 또 천주교는 타 종교보다 선수층이 얇다. 또 선수촌 입소 선수들은 종교에 관계없이 자신의 신앙을 별로 드러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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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대표 볼링선수인 황선옥(오른쪽 두 번째) 선수가 이준호 신부와 선수 생활과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이제는 스포츠 사목에 관심 둬야 지난 2월 25일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스텔라) 선수가 경기시작에 앞서 십자성호를 그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금메달 시상식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던 그의 손에서는 은빛 묵주반지가 반짝였다. TV로 그를 지켜보던 신자들은 더없는 자부심으로 가득 찼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 김 선수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등 곳곳에서 열띤 성원이 이어졌다. 금메달 이후 김 선수 누리방과 미니홈피에는 "나도 언니 따라 성당에 가고 싶어요"라는 네티즌들 댓글이 쇄도했다. 국제대회에서 선수들의 선전은 그만큼 파급효과가 크고, 신자 선수의 선전은 선교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한국교회 스포츠 사목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교구나 지역, 종목에 따라 전담사제를 임명하고 후원회를 결성해 그들 신앙을 북돋아주면 자신의 신앙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제2의 김연아'를 더 자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촌경당 선교사 정성숙(엘리사벳)씨는 "타 종교는 선수촌 설립 때부터 교회와 법당을 중심으로 선교에 나서 선수층이 두터운 데다 유망주들에게는 장학금도 주고 있다"며 "천주교도 신자 선수를 육성하려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준호 신부는 "서울대교구는 선수촌경당 설립 이후 대한체육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에서 월례미사를 봉헌하며 영세자를 배출하는 등 긍정적 결실을 거두고 있다"며 스포츠 사목에 대한 관심을 요청했다. 문의 : 02-773-1132 서울 직장사목부, 02-979-0385 선수촌경당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운동선수 수호성인, 성 세바스티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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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드레아 만테냐 작 '성 세바스티아노'. 15세기께. 캔버스에 유채. 루브르 박물관 소장. | 운동선수의 수호성인은 성 세바스티아노(Sebastianus, ?~288?)다. 3세기 말 로마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교회를 박해할 때 신자들을 위해 저항하면서 보여준 용기와 인내 덕분에 운동선수와 군인, 페스트와 전염병의 수호성인으로 공경받게 됐다. 화려한 삶을 포기하고 283년께 감옥에 갇힌 그리스도인들을 돌보고자 자원 입대한 세바스티아노 성인은 황제를 호위하는 친위대 지휘관이 되는데, 붙잡혀 온 신자들을 비밀리에 돕다 황제에게 발각돼 궁수들에게 넘겨져 온몸에 화살을 맞는다. 기적적으로 회생한 성인은 다시 황제의 불의에 대항하다 몽둥이에 맞아 순교한다. 혹독한 박해 시기에 성인의 순교는 많은 신자에게 감명을 줬고, 4세기께 그를 공경하는 신심이 로마와 밀라노 등지로 퍼져나갔다. 680년께 로마에 페스트가 유행했을 때 성인 유해를 모시고 장엄한 행렬을 거행하자 병이 사라지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전해진다.이힘 기자 lensman@pbc.co.kr체육인을 위한 기도
사람들이 질병에서 해방되어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시는 주님, 저희가 스포츠를 통하여 체력을 증진하며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축복하여주소서. 경기에 임할 때나, 고된 훈련 중에도 정정당당하게 당신께서 선물로 주신 재능을 맘껏 발휘하게 하시며, 승리나 패배의 결과를 겸허하고 깨끗하게 받아들이게 하소서. 1등이나 금메달에 대한 압박을 주님 안에서 슬기롭게 극복하고 능력이나 결과에 따라 자신의 삶을 평가하지 않으며, 경기장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도 아름다운 경기정신을 지닌 체육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신앙생활을 하게 하소서. 주님, 인생이라는 경기가 끝날 때 당신께로부터 불멸의 월계관을 받을 수 있도록 지금 여기 이곳에서부터 다투어 사랑을 실천하고 믿음의 길을 달려 희망하던 당신을 뵈옵게 하소서. 성 세바스티아노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한국의 순교자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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