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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모임 다녀온 아내는, 지쳐서 집으로 돌아온 나한테 어디 갔느냐며 채근했다. 탄천변을 따라서 모란역까지 걸었다고 말했다. '걷는 병이 도졌군요. 당신은 당뇨병환자여요. 당 떨어지면 어떻게 하려고요?' 점심밥 혼자 먹은 뒤에 송파구 잠실아파트를 벗어나서 탄천1교를 건너서 강남구 학여울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탄천1교, 탄천교, 광평교, 숯내교, 대곡교, 둔전교로 걸어서 남하하였다. 탄천은 잠실 올림픽 경기장 뒷편으로 흘러서 한강과 합류하는 지천이다, 용인지역, 성남지역, 장지역 등의 빗물이 합류하여 흐르는 천변의 넓이는 무척이나 넓었다. 천변 가생이에는 버드나무, 산뽕나무 등 잡목들이 많았고, 오염된 물을 정화시키는 수생식물인 갈대등도 많았다. 물 비린내도 났다. 수십 킬로미터나 되는 천변을 활용하여 만든 산책로는 푹신거리는 고무제품으로 포장했기에 냄새가 독하고 심했다. 산책로에는 남녀 시민들이 자건거로 신나게 달리고, 천천히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폭이 좁은 구간에서도 질주하는 자건거에 조심하세요'라는 여자분의 말을 듣고는 천천히 걷는데 마주오는 자전거 핸드링에 내 오른쪽 팔뚝을 심하게 부딛쳤다. 내 신음소리에 건장한 사내가 멈춰섰다. 팔뚝을 움켜쥐고는 얼굴을 찡리면서 사내한테 원망의 눈초리를 보냈다. 내가 참을 만했기에 무어라고 말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곳곳에 '자전거 조심'하라는 경고판이 서 있었다. 지하철 복정역 부근 천변에서 성남시 모란역 천변까지는 산책로가 넓게, 직선으로 난 구간이 있었다. 성남비행장의 야외 비상활주로인 듯 싶었다. 천변 왼쪽 넓은 터에는 코스모스와 샛노란 유채꽃이 피기 시작했다. 아주 넓게, 길게, 많이도 심어서 가을을 더욱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었다. 코스모스가 일제히 피면 장관을 이루겠다. 잠실 아파트에서 모란역 전철에 오르기까지는 무려 세 시간 48분이 걸렸다. 지하전철을 타고서야 숨 한 번 길게 내쉬였다. 앉아서 잠실역까지 올 수 있기에. 13 : 48 집에서 출발, 광평교 14 : 58, 대풍교 15 : 46, 수진 생태원 도착 15 : 46, 생태원 끝 16 : 54, 둔전교 17 : 00. 둔전교 아래 넓은 쉼터에서는 음악애호가들이 합동연주를 하려고 무대를 설치하고 있었다. 둔전교 아래로 내려가가다가 모란시장이 어디인지를 묻고는 되돌아 나와서 시내 쪽으로 걸었다. 모란시장 입구 17 :15, 모란역 도착 17: 35. 모란시장은 5일장이다. 재래시장은 남쪽으로 이전했다는 소문대로 새로 지은 상가 건물이 비었다. 4일, 9일 장날이 아니라서 그럴까? 상가분양한다는 광고문이 많이 붙어 있었다. 구 모란시장 안에는 주차장이다. 자동차도 별로 없고. 새로 이전한 재래시장을 한번 구경해야겠다. 오늘은 거의 네 시간이나 훨씬 넘게 걸었다. 귀가까지의 시간을 보태면 더욱 먼 거리이다. 연골이 닳아서 무릎이 아픈 나로서는 무리이다. 다음에는 잠실역에서 전철을 탄 뒤 복정역에 내리고. 복정역 부근 천변으로 나가서 성남 모란시장까지 걸어야겠다. 복정역 부근의 천변에서 모란시장 부근의 천변까지는 천천히 걸으면 한 시간 반쯤 걸릴 것 같다. 또 비행기 비상활주로를 겸한 산책로 폭이 넓어서 질주하는 자전거에 부딛칠 염려가 적을 듯 싶기에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 탄천변 오른쪽은 성남비행장. 군비행장 이전설이 끊임없이 나돈다. 커다란 군용 비행기들이 이따금 낮게 날아와서 귀청을 찢고는 담벽 친 활주로 안으로 들어갔다. 시골 산골 태생이라서 그럴까? 나는 달리고 걷는 데에는 그다지 어려운 줄 모르고 살아왔다. 예전 삼각지 직장 다닐 때에는 이따금씩 통근버스를 타지 않고 한강변을 걸어서 잠실로 귀가했다. 북쪽 제1한강교 아래 강변을 타기도 했고, 때로는 남쪽 동작교 아래 한강변을 걸어서 잠실로 돌아오기도 했다. 이따금 밤 자정에 가까울 때에서야 귀가할 때도 있었다. 퇴근 뒤 평균 5 ~6 시간은 예사로 걸었다. 예전 서해안 시골집에 내려갔을 때에는 무창포해변가를 따라서 서천군 마량포구, 동백정으로 남하하기도 해고, 때로는 용머리해수욕장을 거쳐서 대천해욕장쪽으로 북상하기도 했다. 혼자서 해변가를 따라서 도보여행하는 게 좋았다. 아무런 간섭도 없이, 간척지인 부사지구 들판을 헤매고... 내륙의 산인 성주산, 오서산으로 헤매고... 모두 무릎이 성성했을 때의 일이다. 50대에 막 들어와서는 공연히 허무한 생각이 들어서 도보여행을 자주 많이 했다. 명청도 출신이라서 그럴까? 직장 승진에서 자꾸만 밀리는 아픔을 달래려고 걷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걸으면 10시간 이상이나 걸었다.
직장 퇴직한 날부터 시골로 내려가 그때까지 고시랑거리면서 살던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내 고질적인 도보여행은 끝났다.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도 없어졌고, 아흔 살인 어머니가 혼자 계시었기에 장거리 도보여행을 할 수도 없었다. 예전, 쉬지 않고 장시간 걸은 탓일까? 지금은 무릎연골이 많이 달아서 뼈가 욱식거릴 때가 많다. 내 나이 일흔 살인 오늘, 한 번 시도했다. 장시간 걷는 것도 병이다. 연골이 닳아서 무릎이 아픈 지금 다시 걷는다면 큰 병이 도진 셈이다. 이런 버릇을 아는 아내는 '걷는 병이 도졌군요' 하면서 오랜 만에 지청구를 했다. 2017. 10. 15. 일요일. |
첫댓글 ㅎㅎ...그거 큰병이 도지셨구료
그런데 걷는 병이라면 나뿌지는 않은 병인 듯 싶소
그러나 잠실에서 모란까지라면 난 못 걷겠겠오
너무 멀잖은가?
고작 네 시간 정도?
예전 해변가를 돌 때에는 하루 10시간 정도는 우습게 다녔는데...
어미 돌아가신 뒤 서울 아파트 방안에 쳐박혔더니만 무릎이 무척이나 약해졌소.
아픈 듯 싶더라도 노작노작 걸어서 근육을 키웠더라면...
정형이야 원정하면서 사진 찍으니 무척이나 다리가 튼튼할 것 같은데...
눈/ 시력도 좋아지고...
오늘은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몇 시간 걸었소이다.
평일인데도 제법 사람이 많더이다.
오는 10월 19일까지 축제기간이고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