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도는 남해금산 38경중의 하나다.
금산에서 바라보면 저 멀리 남해바다 수평선위에 점을 찍어놓은 것처럼 작게 보이는 바위섬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섬의 자태는 매우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이름에 걸맞게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남해 미조 항에서 배를 타고 두 시간 정도 가야 닿을 수 있는 먼 거리에 있는 섬이다.
이 섬이 세존도로 이름 붙여진 데는 석가모니와 관련한 전설이 있기 때문이다.
옛날 중국 땅 동해바닷가에 장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이웃나라를 오가며 행상을 하는 장사꾼이었다.
그에게는 슬하에 아들 둘이 있었고, 재처와 함께 살고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본처 소생이었다.
재처는 고약하기로 소문이 나있어 장 씨로서는 보통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한번 장사를 나가면 수개월씩을 집을 비워야 하니 그 동안 자식들이 계모에게 구박 당 할 걸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
재처는 남편이 자주 집을 비우니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이미 딴 마음을 품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 지 장 씨는 다시 장사를 떠나게 되었다.
떠나기 전 재처에게 아이들 잘 보 살펴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어린 아이들을 두고 떠날러니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아니 했으나 눈가에 이슬을 닦으며 봇짐을 지고 길을 떠났다.
장 씨가 가고나자 재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아이들이 잠자는 틈을 타, 외간 남자와 모의하여 아이들을 업어다 배에 실어 몰래 바다로 떠나보내 버렸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라 아이들은 잠에서 깨어나 공포에 떨며 서로 부둥켜안고 울고 또 울었다.
배는 하염없이 어디론가 떠내려가고 있었다.
밤낮이 바뀌기를 몇 번이던가.
아이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치고 먹지 못해 의식마저 잃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해가 떠오를 무릅 배는 어느 조그만 한 섬에 닿아 파도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둘은 정신을 가다듬고 주변을 살펴보지만 섬은 온통 바위뿐이며, 망망대해의 물결만이 출렁거릴 뿐이었다.
이제는 살아갈 희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아니했다.
두 아이는 섬으로 올라가 배가 흘러온 곳을 향해 절을 올렸다.
아버지에 대한 작별 인사였다.
그러고는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태어나면 이런 사람이 되겠노라고 원<願>을 세우고
바위에 새겼다.
작은 아이는 스물다섯가지 원을 세웠고, 큰 아들은 오십 가지 원을 세웠다.
그러고는 자기들을 죽게 한 계모를 용서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한편, 장 씨는 장사길 을 나갔으나 자식들이 걱정이 되어 여니 때 보다 일찍 장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니 아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재처도 도망을 가고 없었다.
이웃사람들로 부터 자초지종을 듣고는 곧장 배를 저어 물결 흐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며칠을 허기를 참아가며 노를 저어 가다가 조그만 섬에 당도하게 되었던 데,
그곳에서 자식들이 나란히 죽어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아이들의 시신을 안고 통곡을 했다.
장사를 나간 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바위벽에는 자식들이 원을 세운 글귀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자식들의 눈물겨운 원을 읽고 장 씨는 악처를 용서했다.
그러고는 자신도 오백 가지 원을 세우고 그 섬에서 세상을 하직했다.
다음 세상에 세 사람이 태어났다.
오백 가지 원을 세웠던 아버지는 석가모니로 오십 가지를 발원했던 큰아이는 보현보살, 스물다섯가지를 발원한 작은아이는 문수보살이 되었다고 한다.
후세사람들은 이 섬을 세존도라 불렀다.
오늘도 세존도는 파도에 부딪히며, 오가는 객들에게 옛날의 전설을 말해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