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절 원숭이와 하늘아가씨
1 부처님의 배다른 동생인 난타는 일찍이 부처님의 권에 따라 왕자의 지위 권세도 버리고 뛰어난 미인인 부인도 내던지게 되었다. 그러나 난타는 출가한 뒤에도 순다리 부인을 생각하는 추억만은 끊을 수가 없었다. 몸에 누른 옷을 업었지만, 마음은 언제나 가비라성 후궁의 깊숙한 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는 사문의 신분도 잊어버리고 몸을 꾸미고, 부드러운 옷을 걸치고 눈가를 곱게 물들이기도 하였다. 아름다운 바리때를 가지고 거리로 걸식을 다니므로 교단 안에서나 밖에서는 비난의 소리가 자자했다. 부처님은 그것 때문에 걱정하셨다.
어느 날 오후, 부처님은 기원정사에서 나가 난타의 손을 잡고, 향취산에 오르셨는데, 갑자기 큰 바람이 불어 큰 숲이 흔들리고 나무들이 서로 마찰하여 불이 일어났다. 잠깐 사이에 검은 연기가 하늘을 덮으며, 맹렬한 불이 나무라는 나무는 핥아버리듯이 죄다 불살랐다. 그 가운데 수백 마리의 원숭이가 연기에 취하고 불에 그슬리어 울부짖으며 몸에 달라붙은 불을 두 발로 비벼 끄며 미쳐 돌아다녔다. 부처님은 한 마리 암원숭이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난타야, 네가 사모하는 순다리와 이 원숭이의 얼굴은 서로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난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다.
2 그래서 부처님은 난타를 데리고 천상에 올라가셨다. 만다라라는 꽃이 비오듯 하는데, 악기의 음률에 맞추어 춤추는, 비단 소매의 아름다운 하늘아가씨들! 난타는 하늘아가씨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옳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바와 같이, 이 하늘아가씨의 아름다움에 비교하면 절색이라고 하는 나의 아내도, 저 산속 원숭이와 다를 바 없다' 라고 깨달았다. 부처님은 난타를 돌아보시고 말씀하셨다.
"만일, 이 하늘나라의 아름다움을 얻고자 하면, 더욱 도를 닦지 않아서는 안 되리라. 사문의 몸으로선 부드럽게 다듬이질한 옷을 입고 눈가를 물들이고, 투명한 바리때를 가지고 걸어다니는 것이 부당하니라. 숲에 머물러 걸식을 할 때나 길 다닐 때에는 소박한 옷을 입고, 욕심을 생각지 말고, 자기를 억제하는 것이 마땅하니라."
난타는 이 가르침에 자극 받아 숲에 들어가 스스로 욕정을 억제하는 행을 닦아, 얼마 아니 되어 번민이 가시고 마음의 편안함을 얻어 깨달음을 얻고 기뻐하여 노래를 불렀다.
내 생각 비뚤어서 몸치장만 힘썼으며 이 마음 흔들리어 탐욕에 끄당겼네!
온갖 일에 교묘하신 부처님께 인도되어 올바로 수행하여 미혹에서 벗어났네!
3 비사리성에 계실 적이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네 가지의 근본적인 신성한 전통이 있다. 그것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것으로서, 미래에도 없어질 수 없으며, 누구에게도 비난받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무엇인가? 여기 비구가 있어, 어떤 옷을 얻었을 때에는, 그것에 만족할 줄 알되, 그 만족을 칭찬하거나, 그 옷을 얻기 위해 비구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얻지 못할 때에도 괴로워하지 않고, 그것을 얻은 때에도 거기에 집착하거나 슥박되지 않으며, 그것에 따르는 어떤 불행을 보았을 때에는, 곧 그것을 버릴 줄 아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또 자기의 만족에 의해, 자기를 칭찬하거나 남을 비방하지 않는다. 또 이것은 음식에 있어서나 좌구에 있어서도 다름이 없다. 그리고 이 비구는 공부를 좋아하고 악을 버리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것으로써 자기를 칭찬하거나 남을 비방하지 않는다. 이렇게, 진실한 노력, 바른 마음, 바른 생각을 가진 비구는 옛날부터 전해오는 신성한 전통을 지니는 사람이라 불리어진다.
비구들이여, 이 네 가지 신성한 전통을 가진 비구는 어떠한 곳에 살더라도, 불만을 참을 수가 있다. 왜냐하면, 어진 사람은 만족이나 불만의 어느 것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4 부처님이 사위성의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실 적이다. 하루는 모든 비구들을 불러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무릇 비구로서 다섯 가지 마음의 들판과 아직 놓아 버리지 못한 다섯 가지 마음의 속박을 끊어 버리지 못하면 여래의 법이 융성하고 이루어지기를 기약할 수 없다.
다섯 가지 마음의 들판이란 무엇인가?
비구가 스승에 대하여 의심을 품고, 마음이 결정되지 않아 안정되지 않는다면, 그에게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정진하라고 해도 아무런 효과도 없을 것이다. 이것이 첫째 마음의 들판이다.
비구여, 비구가 법에 대하여 의심을 품고 마음이 결정되지 않아 안정되지 않는다면, 그에게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정진하라고 해도 효과가 없을 것이다. 이것이 둘째 마음의 들판이다.
비구가 승가에 대하여 의심을 품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면 그에게 아무리 공부하고 정진하라고 해도 효력이 없으리라. 이것이 셋째 마음의 들판이다.
비구가 계戒ㆍ정定ㆍ혜慧 등 삼학에 대하여 의심을 품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면, 그에게 아무리 공부하고 정진하라고 해도 효과가 없으리라. 이것이 넷째 마음의 들판이다.
비구가 같은 도반에 대하여 의심을 품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면, 그에게 아무리 공부하고 정진하라고 해도, 효과가 없으리라. 이것이 다섯째 마음의 들판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아직 놓아 버리지 못한 다섯 가지 마음의 거친 들판이니라.
5 비구여, 다섯 가지 마음의 속박이란 무엇인가? 비구가 욕심에 아직 탐착을 버리지 못하고 애착하고 갈망한다면, 그는 그 탐착과 애착을 버리지 않는 한 온전한 정진이 되지 못하리라. 이것이 첫째 마음의 속박이다.
그리고 비구가 그 몸에 대하여 아직 탐착을 버리지 못하고 애착과 갈망을 버리지 못하는 한, 온전한 정진이 되지 못하리라. 이것이 둘째 마음의 속박이다.
비구가 색에 대하여 탐착을 버리지 못하고 애착을 버리지 못하는 한, 온전한 정진이 되지 못하리라. 이것이 셋째 마음의 속박이다.
비구가 먹고 싶은 대로 먹고 호화로운 죄상과 침대에 앉고 누워 잠자기를 탐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한다면, 그는 온전한 정진이 되지 못하리라. 이것이 넷째 마음의 속박이다.
비구가 천상에 나기 위하여 어떤 종류의 계행과 고행을 닦아 천상에 나기를 구한다면, 그것은 온전한 정진이 되지 못하리라. 이것이 다섯째 마음의 속박이다.
비구들이여! 비구로서 이 다섯 가지 마음의 들판과 다섯 가지 마음의 속박을 끊어 버리지 못하는 한, 여래의 법이 융성하고 온전히 성취되기 어려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