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8년여동안 살아왔던 집을 아내가 떠나기 전날인 8월18일
이삿짐 센타에서 이삿짐을 꾸린다..
내가 할일이 없다.
아니 내가 왜 이자리에 있어야 하나 라는 생각만이 있을뿐이다.
이사하고 나면 집안에 남아있는것은 하나도 없을텐데.
왜 내가 있어야하나?
아내의 얼굴을 쳐다본다..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나를 보더니 얼릉 눈물을 훔치더니 나갔다가 나중에 들어오는게
어떠냐고 묻는다..
나의 입장을 배려하는것같다.
인천송도 아암도에를 갔다..
아암도 해변가에서 소주한잔을 마시며 해지는 저녁놀을 바라봤다
지는해가 이리 아름다울수가.
처음느꼈다...
그동안 얼마나 바보처럼 살았는지.지는해도 재대로 못봤다.
내가 이땅에 머물날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을텐데
나또한 이땅을 떠날때 저리 아름답게 갈수가 있을까.
여러가지 상념이 뇌리를 스친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나..
조금은 어둑해질때 집으로갔다..
현관문을 여는순간. 여기가 내집인가 싶을정도로 썰렁하다.
여기저기 포장해놓은 이삿짐.
한쪽에 보지못한 물건이 있다.
선풍기 티브세트 전자렌지 그릇세트 작은 냉장고 그리고 조그만 주머니.
나는 주머니를 열어봤다....안경이 들어있다.
아내가 말한다....당신이 신문볼때마다 눈이 침침하다해서 하나
샀다한다.
아내가 몇가지 새로 준비한것같다..
냉장고 문짝에 메모한 쪽지가 붙어있다.
반찬가게 식당 세탁소 전화번호 집안 어른들 생일 각종 고지서 납부일
등등...
아침이 왔다.
이삿짐이 하나하나씩 나간다.
장롱 문갑 거실장 등등...이삿짐 인부가 피아노를 옮기려한다.
난..피아노옆으로 갔다
딸이 대학에 입학할때 기념으로 바꿔준건데.
그앞에서 딸은 피아노 건반을 뚜드리고 우리는 그 음악에 맞춰
흥얼거리고 좀더 흥이 나면 아들놈은 부르지도 못하는 노래부르고
그러다가 거실커튼을 치고 아내와 같이 부르스 춘다고 했던적이
있었는대..
정신이 멍하다 바보같다...이마에서 땀이 질질난다.
이삿짐이 다 나갔는대.다시 인부들이 집으로 들어온다.
아내가 새로 준비해논 냉장고등을 제자리에 같다논다.
아내가 얼마간의 수고료를 주고 부탁했다한다.
그냥 놔두면 언제 포장을 뜯을지 모른다면서
이제 모든게 끝났다..
아니 지금부터 시작이다..
아들보고도 오늘은 엄마한테가서 도와주고 거기서 자라했다.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너무 편안하다..
허전하고 괴로울줄 알았는대..너무 너무 편안하다
샤워를 하고 맥주를 한잔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네식구가 숨을 죽이며 상대의 동작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는 하였는대.
지금은 아무도 없다 나혼자만이..
그런대 너무 편안하다..
누군가가 나를 흔든다..
마구 흔든다....눈을 떴다 아들과 딸이 내옆에서 나를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고있다..
베란다를 바라본다.
컴컴하다..난..다시 애들을 바라봤다..
애들은 어제부터 몇차례 전화를 했다한다...
어제??
그럼 ..내가 꼬박 24시간을 잔것인가..
그렇다..나는 너무 편안해서 아니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무료 꼬박
24시간을 잔것이다.
몇일이 지났다..
내 생전에 이리 오랫동안 쉬어본적이 없다.
한달쯤 됐나보다..실업자 생활이
그런대 취직하고픈 생각이 없다....
내가 왜 돈을 벌어야하나 이런생각이 들뿐이다.
통장을 들여다본다...78만원 몇천원...이게 총재산이다.
낚시대를 챙겨 승용차 드렁크에다 쑤셔넣는다.
무작정 갔다..
가덕도.,..언젠가 한번 와봤던 곳이다..
장마철이 끝났는대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그냥 비를 맞았다..머리에서 빗물이 흘러내린다..
눈물과 섞여서..
나는 소리쳐 미쳐본다..동물소리도 내본다.
흠뻑 젖어서 민박집으로 들어온다..
민박집 주인이 이상하게 쳐다본다..
거울을 들여다본다..
미친사람이 따로없다..지금의 내모습이 딱 그렇다.
그래도 동안이란 소리를 듣고는 하였는대.
내 나이보다 4.5년은 젊게 봐왔었는데.
지금의 내모습은 영락없는 환갑 앞둔 그 모습이다.
고단한 삶의 흔적인 주름이 깊게 패여있다.
헤여지고 처음 맞는 초겨울이다..
딸이 손에 잔뜩 뭘들고왔다..
김치 김장김치.....아내가 갖다주라했다한다..
난 고개를 갸우뚱했다..아내가..그리 날 미워할텐데.
3월어느날 딸이 음식을 바리바리 싸아갖고왔다.
난.."이게뭐야?" "오늘 아빠 생일이잖아"
아~ 내생일이구나....항상 그랬다..난 내 생일도 몰랐다.
아내의 생일은 음력 1얼14일 대보름 전날이라 기억하기 좋은대
아내의 생일때 장미를 나이별로 사서 보내준적이 있다.
아마 그답례인거같다.
집안에서 이제ㅡ 잊으라한다..
그리고 새 생활을 찾으라한다..
내가 새 생활 ..말도 안됀다..
20년넘게 같이 살을 맞대고 살아온 사람도 제대로 못챙겼는대.
어찌 이제 새로운 사람한테..자신없다.
처남한테 전화가 왔다.
만나자고..
난 싫다고했다...만나야할 이유가 없기에.
왜 만나자고하는건지 알고있기에.
그럼..나는 앞으로 어찌사나.?
모르겠다..그냥 지금다니는 직장이 내 마지막 직장이라 생각하고
그저 애들 결혼할때까지 열심히 사는것외에는..
그 다음은 생각도 하기싫다..
주변에서 다시 합치라한다..
물론 합칠수도 있다..
근대..자신이 없다..
지난..몇개월의 시간 ..악몽의 터널..
아내도 그 기억을 잊기 어려울것이다..아니 평생 못잊을거다..
그 기억이 지워지지않는 상태에서 합친들 ..또다시 상대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꽃히는 말을 안한다고 보장할수 없기에..
그기억이 퇴색하여 가물거릴때 그때는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그것이 아내를 위하는 길이라 생각도 된다.
더 이상 서로에대해 나쁜 감정 같지말아야지..
아내의 경제적인 문제는 거의 없다.
아파트 관리비및 기타 공과금과 애들 학비는 내가 다 부담한다.
아내도 아마 같이 합치는걸 원하지 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