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한국 최대 수출시장 대중 수출 20% 급감 / 5/22(수) / 중앙일보 일본어판
'중국=최대 수출시장'이라는 과거의 공식이 무색해지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이 그 신호탄이다.
한국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23년 기업특성별 무역통계 결과(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 무역수지는 175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31년 만에 적자로 전락했다. 대중 무역수지는 1992년부터 2022년까지 30년 연속 흑자를 내왔다. 전성기인 2003~2018년에는 거의 매년 한국이 무역에서 최대 흑자를 낸 나라가 중국이었다. 하지만 흑자 규모가 2021년 247억 달러에서 2022년 17억 달러로 쪼그라들었고, 지난해에는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중 수출액은 1245억 달러였다. 1년 전보다 19.9% 줄었다. 전체 수출 6308억 달러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19.7%로 201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적었다. 수입액은 1420억 달러였다. 1년 전보다 7.6% 감소했다. 수출이 수입보다 크게 줄어 무역수지 적자를 냈다.
대중 수출기업도 2만 8181개로 같은 기간 0.7% 줄었다. 전체 수출기업 9만 7231개에서 대중 수출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9%로 역시 2010년 이후 가장 적었다. 지난해 반도체 시장이 부진한 영향으로 최대 수출 상대국인 대중국 수출이 부진한 것이 1차적 원인이다. 이에 비해 대중 수입기업은 1년 전보다 7.7% 늘어난 16만1399개로 가장 많았다.
반도체뿐 아니라 중국의 산업 경쟁력이 한국을 급격히 따라잡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내구재나 소비재도 중국 시장에서 힘을 잃기는 마찬가지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점유율 20%로 1위였던 삼성전자 휴대전화는 중국 업체에 밀려 점유율이 1% 안팎으로 떨어졌다.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2016년 114만대에서 지난해 24만대까지 줄었다.
한은은 지난해 말 내놓은 보고서 '중국 성장구조 전환 과정과 파급영향 점검'에서 대중 무역구도 반전을 두고 "중국이 중간재의 자립도를 높이고 기술 경쟁력을 키우며 우리 경제는 과거와 같은 중국 특수를 누리기 어려워졌다"고 경고했다.
대중 무역은 적자를 지속할 전망이다. 과거와 같은 대중 무역 흑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1월 16억 9000만 달러, 3월 8억 8000만 달러, 4월 19억 6000만 달러로 잇달아 적자를 냈다. 흑자를 낸 것은 2월의 2억 3000만 달러가 유일했다. 지난달 적자 규모는 지난해 4월의 22억 7000만달러 이후 최대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에도 20일까지 대중 무역수지는 4억 99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 전망은 어둡지만 핵심 소재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핵심 원자재 중국 공급망 의존도는 19%를 기록했다. 주요국의 9%와 비교해 2배 이상이다. 일반 소비재도 알리익스프레스나 템이 상징하는 중국발 EC 사이트를 통한 수입이 심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에서 중국발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8.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해외 직구 1위를 지킨 미국은 27.5%로 중국이 처음으로 앞섰다.
국제금융센터 김기봉 책임연구원은 중국의 기술력이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을 추월하면서 애국 소비 열풍까지 겹치면서 수입품을 자국산으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에서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고 미중 패권 경쟁 사이에서 실익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