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민족끼리' 트위터를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었던 박정근 씨는 1심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받았고, 현재 2심에서 징역 2년 구형을 받은 상태로 오는 23일 나올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박정근 씨가 구속된 사유는 검찰에 따르면 트위터가 "네 명만 팔로우해도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검찰 측은 법정에서도 "아니 그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트위터에 누가 이유 없이 그런 글을 쓸 수 있느냐"고 말하기도 했으며, 더불어 "깨진 유리창 이론"(가벼운 범죄를 방치하면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이론)을 소개하며 중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정근 씨 사건 이후 리트윗으로 국가보안법 혐의를 받고 압수수색과 경찰 조사를 받는 사례는 점점 늘고 있습니다. 심지어 피해자들에게 박정근 씨의 혐의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생각을 묻는 등,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단순한 행위마저 수사 범위에 넣고 있습니다. 심지어 피의자들에게 배우 김여진 씨의 글을 리트윗한 이유를 심문하거나 "간첩들이 당을 만들고 국회의원을 하고 있다", "전교조는 빨갱이, 광우병 대책위는 체제 전복 단체"라는 등의 정치 편향적인 훈계를 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파악된 관련 피의자는 박정근 씨를 포함해 8명(1명은 정보통신법)이며, 박정근후원회는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련 혐의로 조사를 받은 당사자들의 연속 기고를 <프레시안>에 게재해 이러한 사건들에 대해 알리고, 한국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치졸할 정도로 협소한가에 대해 고발하고자 합니다. 2011년 9월 21일, 집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직장(그러니까 내 사진관) 문을 열고 컴퓨터를 켜 그날 뉴스를 보고 있었다. 얼마 안 지나 양복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뒤엔 예닐곱 명쯤 되는 남자 무리가 있었다. 경기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에서 왔다며 국가보안법 7조 위반 혐의 때문에 압수수색을 잠깐 하겠다고 했다.
영장 앞부분엔 트위터가 4명만 팔로우해도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매우 파급력이 큰 매체이며, 이 트위터를 이용하는 나는 '대학을 중퇴하고 사진업에 종사하다 최근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를 다녀왔고 (지금은 없어진) 사회당이라는 정당의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홍대의 두리반, 홍대 청소 노동자 농성 등에 참여하기도 한 무려 지식인(!)'이라는 수사 기관의 친절한 설명이 들어 있었다.
주된 혐의는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을 수행하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트위터 계정 '우리민족끼리'의 트윗을 다수 리트윗하고, 북한의 주의·주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글을 수차례 트윗했다는 것. 또 해당 트위터 계정에 멘션도 보낸 것으로 보아 이미 북한과 접촉을 하였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도 함께 있었다. 영장을 다 읽고 건네주자 남자들은 가게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
ⓒ박정근후원회 |
일주일이 지난 후부터 나는 한 달에도 몇 번씩 집에서 한 시간 반은 걸리는 수원 모처의 보안수사대에 출석해야 했고 스트레스로 인해 살은 급격히 찌기 시작하였으며 듣기 싫은 질문들을 수차례 들어야 했다. 질문들은 대개 이런 식이었다.
"이날 우리민족끼리 계정이 이런 글을 올렸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죠, 이 글을 리트윗한 의도와 목적은 무엇입니까?"
"이런 글을 올리셨는데 이것은 북한의 주의·주장에 동조하는 것이 아닙니까?"
"사회주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 정권의 대북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보십니까?"
"이런 글들을 사리 분별 없는 일반 시민들이 보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박정근 씨가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사회당은 조선노동당 반대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사회주의 정당 아닙니까?"
"NLPDR(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론)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국가보안법이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본인의 사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본인은 북한의 이런 표현들이 단순히 우스워서 리트윗했다고 하시는데 이것이 말이 되나요?"
이런 질문들이 수차례, 많게는 수십 차례 있었고 아침에 출석하면 해질녘이 되어서야 밖으로 나올 수가 있었다. 나는 서울 사는 사람인데 왜 경기도까지 와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고 조사관들에게 물어봤으나 시원한 답을 주진 않았다. 조사관은 잠깐 쉬는 시간에 나에게 자기들도 사람이지만 그래도 일이니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이따금 했다. 가게 문은 당연히 닫고 조사를 받으러 온 나는 그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9월에 시작된 조사는 11월이 훨씬 지나서야 끝이 났고 해가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동안 나는 많은 언론과 인터뷰를 했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자리에 나가거나 했다. 자족적이고 무력했지만 할 말은 하고 싶었다. 그저 억울했기 때문이었다.
이듬해 1월이 되어서야 보안수사대에서 연락이 왔다. 담당자는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받아야 하니 내일 아침 일찍 수원지법으로 나오라는 말만 하고 끊었다. 다음 날 변호인 접견실에서 "나는 도대체 여기에 왜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을 변호사에게 했다. "도주 우려도, 증거 인멸 우려도" 없음에도 결국 나는 그날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검찰의 논리는 "우리민족끼리는 방통위에서 막을 수 있지만 트위터 자체는 막지 못하니 재범의 우려가 있어 박정근 인신의 구속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논리는 그대로 구속영장에 적혀 있었다. 변호사는 실질 심사 끝에 "이 사람이 구속되면 세상은 난리가 날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나의 구속에 대해 외신과 언론에서 떠들기 시작했지만 난리까지는 아니었다.
|
▲ 국제앰네스티가 "한국은 김정일 관련 트윗으로 고발된 활동가를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김정일을 암세포로 비유한 내가 북한을 찬양했다고요?40일 동안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끝에 2월에 보석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 3월부터 열린 재판은 개그콘서트가 되었다. 검찰 측은 내가 북한을 찬양할 목적이 분명히 있었다고 열변을 토했고 변호사는 "세상에 김정일을 암세포로 비유하고 북한 정권을 가망 없는 자들이라고 하거나 심지어 김정일 카섹스라는 의미 불명한 말을 꺼내며 이른바 북한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사람이 무슨 북한을 찬양하느냐"는 논리로 맞섰다. 방청객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판사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2012년 11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의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트위터는 그만큼 위험한 매체가 맞으며 박정근은 북한의 주의·주장에 놀아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항소했다.
그 일이 시작된 지 2년이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은 재판이 어떻게 되는지, 국가보안법 7조의 문제가 무엇인지, 당신의 혐의는 도대체 무엇인지, 검찰의 구형량이 어떻고 왜 서울 사는 사람이 수원까지 가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지 등에 대해선 물어보지 않는다. 물어봐도 간단하게 답할 뿐이다. 이런 재판 이야기는 복잡하고 어려우니까 답하기도, 물어보기도 좀 불편하다. 몇몇 사람들은 아직도 내가 당시에 호소했던 문제들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한다. 이를테면 구속 후에 감퇴하였다던 나의 성욕은 이제 어떤지, 압수수색 이후 가게의 매출은 어떤지, 수면유도제 따위의 약은 아직도 복용하고 있는지 등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다. 성욕은 원래 있다가도 없고 그냥 그런 것이었다. 예전부터 그것에 목매어 사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압수수색 이후 사진관의 매출? 요즘 불경기 아닌 가게가 있는가. 사진관 옆 식당은 거의 석 달에 한 번씩 주인이 바뀌고 있다. 압수수색과 매출은 별 관계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연애? 그냥 때가 되어서 끝난 거 아닐까. 넓어진 이마? 유전이다. 수면유도제나 신경안정제? 밥 잘 먹고 잘 돌아다니니 굳이 챙겨 먹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냥 그런 일들이었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여러 가지 평소 안 했던 것을 하게 된다. 2012년 말까지는 그랬다. 혹여나 싶어 법원에 가기 전엔 항상 밥을 챙겨 먹었고 몸과 얼굴에 온갖 손질을 하고 속옷을 갈아입고 가방에 이것저것 집어넣었다. 다른 국가보안법 판결문들을 거의 매일 읽다시피 했고 재독학자 송두율이 나오는 다큐멘터리 <경계도시 2>도 몇 번씩 돌려봤다. 긴 글은 쳐다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오는 내가 긴 글을 붙들고 읽고 있었다. 140자 안에서 놀던 사람이 최후 진술서며 모두 진술서를 써야 하니 A4 용지 몇 장짜리 글을 쓰게 되었다. 안 쓰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다른 범죄로 들어온 수감자들도 매일같이 장문의 반성문을 쓰고, 장문의 편지를 가족은 물론이고 같은 방에서 생활했다가 이감된 수감자들에게도 보내며 엄청나게 어려운 책들을 읽고 있었다. 하긴 매일같이 반성문을 써서 제출해야 재판부에서 반성의 기미가 보인다고 할 테며 조금이나마 형량을 줄일 수 있을 테니 그 사람들한텐 절실했을 것이다. 물론 나도 절실했기에 모두 진술서며 최후 진술서며 다 쓸 수밖에 없었다. 이젠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2심 선고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오는 23일이면 2심 선고가 나온다. 큰 기대는 없다. 나는 그동안 두 명의 검사들에게 논고를 들었다. 이른바 정치범들에게 하는 논고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들은 논고는 실은 파렴치범에 가까웠다. 현충원에 모셔져 있는 호국선열들을 생각도 안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나 박정근이 '깨진 유리창'이 되기도 했다. 북한의 대남 적화 야욕이나 화전 양면 전술 등의 무시무시한 단어들을 사용하긴 했지만, 검찰 측이나 변호사 측이나 국가보안법 재판을 할 때마다 하는 이야기니까 그 부분은 그저 고장 난 라디오 소리에 가까웠다. 정확히는 더러운 이물질을 닦든지 숨기든지 하자는 이야기였다.
그동안 그들은 트위터 이용자들 몇 명을 더 추가로 조사했다. 나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집도 털고 책도 뒤지고 트위터도 다 모아놓았다. 아는 사람도 있었고 일면식 없던 사람도 있었다. 착하게 살자는 의미로 만든 "교정본부"라는 밴드를 나와 함께 하고 있던 친구도 불시에 영장도 없이 찾아온 경찰에게 트위터 하지 말라는 훈계를 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이 항상 묻거나 미리 이야기하는 건 "박정근과 무슨 사이냐" 혹은 "박정근 건이랑은 엮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였단다. 이쯤 되면 이 사람들 입장이 좀 궁금해진다. 내가 정말 이 사람들 입장에선 정말 나라를 뒤집을 거물 간첩이든지, 아니면 국가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보기는 흉한 정말 거대한 귓밥 같은 이물질이든지.
법정은 의견서, 추송서, 공소장 등을 이미 서로 나누고 있는 검사, 변호사, 피고인이 나와서 재판부 앞에서 말을 하는 하나의 무대라고 들었다. 내 무대는 이미 다 끝난 상태지만 몇 명일지 모르는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대본으로 대기실에 앉아 있다.
/박정근
--------------------------------------------------------------------------------------------------------------------------------------------------------------------------------------------------------------------------------------
어떤 경찰이 말하길, 트위터에서 김정일을 암세포라고 부르면서 리트윗을 하면 국가보안법 위반이랍니다. "트위터가 4명만 팔로우해도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매우 파급력이 큰 매체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어떤 경찰이 말하길, 국정원에서 대선에 특정 후보가 당선되어서는 안된다고 스스로 규정하고 그걸 막는게 임무라고 멋대로 정의내린 후 악플을 달면 선거 개입이 아니랍니다. 그래봐야 그걸로 대선을 좌지우지할만한 파급력은 없기 때문이랍니다.
우리 까페에서 댓글을 달거나 글을 올리는 건 얼마나 파급력이 있을까요?
첫댓글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사건이라는 것밖에는...
CNN 뉴스까지 뜨면서 한국의 인권 수준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위대한 역할을 했습니다.
본격 정치한류
본격 국정원 종북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어? 그러고보니?
이나라가 전주김씨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