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술잔엔 눈물이 반이다/시인 이근대
엿가락처럼 늘어져 집에 들어오셨다
별을 품고 나가셨다가
어둠을 짊어지고 녹초가 되어 귀가하신 아버지,
베란다로 나가 혼자서 담배를 연거푸 피우신다
담배 꽁초를 힘없이 깨물고
캄캄한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넋을 잃은 눈빛,
누가 아버지의 꿈을 훔쳐 갔을까!
별도, 달도 숨어버린 나무가지에는
바람소리만 가득하고
아버지가 내뱉은 담배연기는
아버지의 마음을 대변하 듯
허공으로 정처없이 그냥 사라져버렸다
아, 누가
그 누가 구조조정이라는 말을 만들었을까
밥상 앞에 앉은 아버지의 얼굴에는 어둠이 내리고
고요한 밥상에는
아버지의 뼈아픈 한숨소리만 가득하다
"괜찮다 괜찮다"며
"살아있는 사람의 입에 거미줄치지 않는다"며
술잔을 채우는 어머니의 위로
누가 아버지의 술잔에 눈물을 채웠는가!
아버지의 술잔엔 눈물이 반이다
몸이 아프면 병원엘 가고
마음이 아프면
<괜찮아, 사랑이야>를 만나라
<괜찮아, 사랑이야>를 만나
괜찮은 사랑을 속삭인다면
삶은 향기로운 꽃밭이 되리라
첫댓글 아버지 ㅡ가장이라는 이름의 중압감으로 평생을 사느라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