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숲이 희망이다’ ① 산림녹화 성공 나라
전 국토가 황폐된 후 최단기에 복원된 첫 사례
박정희 대통령의 결단이 큰 역할… 경제 효과 연간 59조원
“우리가 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땀흘려 심는다는 것은 바로 우리의 희망을 심는 것이요, 또한 이를 정성껏 가꾸어 나가는 일은 곧 나라의 힘을 길러 나가는 것이요. 우리 후손에게 ‘발전과 번영’의 우람한 거목을 영원토록 물려주는 것입니다. 우리 다같이 나무를 심읍시다. 우리 다같이 희망을 심읍시다.“(75년 박정희 대통령 식목일 담화문)
박정희 대통령은 생전에 식목일 때마다, 벌거벗은 산을 볼 때마다 산림녹화의 중요성을 입이 닳도록 말하고 다녔다. 환경분야의 세계적 저술가인 미국의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장은 올해 출간한 '플랜B 2.0'이라는 책에서 "한국의 산림녹화는 세계적 성공작이며 한국이 성공한 것처럼 우리도 지구를 다시 푸르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운 소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결단이 큰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한국을 세계 최단기 녹화 성공국으로 평가하고 개도국에 성공사례로 전파하고 있다.
풀도 자라기 어려웠던 민둥산들
1950년대 초반 한국의 산림은 최악이었다. 일제의 산림수탈과 광복이후 6?25전쟁 등 혼란기를 틈타 도·남벌이 횡행하면서 우리 산림은 극도로 황폐해졌다. 1950년대 당시 ㏊당 임목축적은 현재의 9% 수준인 5.7㎥에 불과했다. 광복 전인 42년 남한의 나무총량(입목축적)은 6500㎥이었지만 52년에는 3600만㎥로 줄어들었다.
피란민들의 땔감 소비는 늘었으나 전력?석탄 부족은 심했다. 낙엽도 연료로 이용하기 위해 갈퀴로 긁어가서 산과 들은 드러났다. 민둥산은 풀도 자라지 못할 정도였다. 비가 오면 곧바로 흙이 쓸려 내려와 사태와 홍수를 유발했다. 여름에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홍수가 나는 것이 연중행사였고 이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막심했다. 전문가들은 "당시의 상황이 10년만 방치됐으면 전국은 민둥산이 되고 산림녹화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55년 한해 국내 산림의 17%가 아궁이 속 땔감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60년대 들어 산림법을 제정하고 산림청이 발족(67년)하는 등 산림녹화 기반을 다졌다. 박정희 대통령은 62년 제1차 경제개발계획을 세우며 민수용 석탄 공급계획을 포함시켰다. 64년에는 35개 도시에 민수용 석탄을 공급하면서 땔감 사용을 막았다. 그해 12월 박정희 대통령의 서독 방문은 산림녹화 사업의 분수령이 됐다. 서독의 울창한 산림에 충격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산림 관계자들에게 "산이 푸르게 변할 때까지는 유럽에 안 가겠다"고 선언했다.
65년부터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산림녹화 사업이 진행됐다. 화전(火田)을 정리하고 식목일마다 대통령부터 나서서 나무를 심는 행사를 했다. 전국 관공서와 학생들도 산으로 나무 심으러 갔다. 73년엔 산림청을 내무부로 이관, 새마을운동과 산림녹화를 연결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73년 시작된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은 6년 만에 달성됐다. 73년부터 2001년까지 황폐한 산림 407만㏊에 100억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나무를 심었다
도시나 마을 근교의 산 울창한 나무 사이에는 숨은 계단식 축대가 많다. 1960~70년대 돌과 흙을 쌓아 사방공사를 했던 흔적이다.
“70년대 포항 흥해 바닷가 위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일본을 오가던 사람들이 민둥산이던 흥해 오도리 야산을 두고 입방아를 찧자 박정희 전 대통령이 '무조건 나무를 심으라'고 지시했습니다. 세계 최대규모 사방사업의 시초가 된 것이죠.” 포항 흥해읍 부읍장을 지낸 이상훈(69?흥해읍 약성리)씨는 1971~1977년 황폐한 야산을 울창한 숲으로 바꿔놓은 포항 흥해읍 오도리 사방사업 시작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이상훈씨는 "아기를 돌보는 심정으로 나무를 가꾸라"는 박 대통령의 말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있으며, 이런 기억들이 오늘날 산림녹화 성공의 믿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사방사업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수종을 가리지 않았다. 무조건 나무를 심어 벌건 산에 녹색 옷을 입히자는 목표달성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상근(59·전 흥해읍 총무과장)씨는 "빨리 잘 크는 속성수를 우선 심으려고 리기다?산오리?아카시나무 등이 당시 주종이었다“고 회고했다.
2005년 한국의 나무 총량은 5억638만㎥, 산림 1㏊당 나무 양은 79.2㎥로 1952년(5.6㎥)과 비교하면 14배이다. 치산녹화 원년인 73년 11.3㎥에 비교하면 7배로 늘었다. 벌거숭이 산이 다시 푸르게 된 적이 없다는 상식을 깨뜨리는 기적을 일구어냈다. 경기도 양평의 한 독림가는 “40년 전 우리는 곯은 배를 움켜쥐고 산에다 나무를 심었다. 앞장 선 지도자가 있었고 뒤따르는 국민이 있었다”며 “전 세계를 통틀어 국토 전체가 헐벗었다가 성공적으로 복원된 첫 사례”라고 말했다.
경기도 포천군 소흘면 직동리 국립수목원에는 황폐된 국토를 녹화하는데 큰 공로가 있는 인물이나 단체를 기리는 ‘숲의 명예전당’이 있다. 조림실적?사방사업공헌도?수종개량 공적 등을 기준으로 5명이다. 헌정된 사람은 ▲박정희 대통령 ▲세계적인 육종 학자인 현신규 서울대교수 ▲모범독림가 임종국씨 ▲천리포수목원 민병갈 대표 ▲전문임업인 김이만씨 등이다.
숲의 경제효과 2010년 100조원
잘 가꾸어진 산림은 경제적인 효과가 높다. 숲은 그 자체가 산촌소득의 원천이다. 목재 생산은 물론 각종 먹거리와 약초를 생산하여 산촌주민의 생활의 터전이 되고 있으며, 그 금액은 3조 2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숲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고용효과까지 더하면 연간 4조원 이상의 소득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허경태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직접적 경제효과 외에 숲을 잘 관리하면 연간 59조원에 이르는 간접적 경제효과를 가져온다. 홍수피해 방지 등 물관리 효과가 14조원, 물과 공기를 깨끗하게 정화하는 효과가 18조원, 토사유출과 토사붕괴를 방지하는 효과가 15조원, 산림휴양과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효과가 12조원”이라며 “아름다운 경관이라는 시각적 효과와 건강증진 및 정서안정 효과까지 더하면 연간 100조원에 이르지 않을까 추정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허경태 국장은 “숲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정서적으로 이어준다. 숲은 녹색의 시각적 안정효과와 피톤치드의 생리 활성화 작용으로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안정시켜 준다. 산에서는 마음이 편하고 누구나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라며, “숲은 사회를 안정시켜 준다. 숲이 잘 보존되어 있는 국가는 일반적으로 사회적으로도 안정되어 있으며, 숲이 황폐한 국가는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국가가 많다. 선진국은 대부분 울창한 숲을 유지하고 있으며, 후진국은 대체로 숲이 황폐화되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서승진 산림청장은 "숲다운 숲가꾸기 사업을 지속해 산림자원을 지속적으로 육성하면 현재 59조원에 달하는 산림가치를 2010년까지 100조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림청은 지난 2004년부터 국유림 개방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말까지 접근이 용이한 국유림 120곳, 2만㏊를 일반인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체험의 숲'은 개인 등이 나무심기 등을 직접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산림레포츠의 숲'은 레포츠 동호인에게 국유림을 개방한다. '사회환원의 숲'은 민자유치로 산림휴양시설 조성을 원하는 개인, 단체, 기업 등에 문호를 개방한 형태다.
이와 함께 국유림 대부용도 제한도 폐지하고 사용범위 확대를 계속 추진하며 지자체 등이 국유림을 이용해 지역발전 소득증대 사업을 할 경우 산림청과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할 예정이다.
서 청장은 "건강한 숲과 풍요로운 산을 통해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산림가치를 2배로 높이고 국민들이 산림을 누리고 이용하는 서비스 기능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일현 기자 사진 문장혁 기자
자료 협조 산림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