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영화를 남자 캐릭터들 위주로 봤어
김지영이란 캐릭터와 수많은 여성캐릭터는
너무도! 현실적이고, 너무도! 통계과 뉴스기사들이 전해주는 정말 여성들이라면 다 아는 완벽한 우리의 현실이거든
그런데 나는 이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 생각한 이유가 바로 여성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뿐 아니라
남성캐릭터들을 정말 잘 보여주어서야
왜 굳이 여성영화에 남자캐릭터들을 주목하냐?
그들의 자기합리와, 자기연민, 자기변명을 가감없이 보여주기 때문임 난 한국영화에서 이렇게 잘 표현한 상업영화는 처음봄
정대현 (김지영 남편)
많이들 아는 장면 포인트는 짧게 넘어갈게
아픈 지영이의 손목을 입으로 걱정하지만 자기 손 놀려 가사노동 할 생각은 전혀 없는 은은한 개새끼
부인이 힘들어 하는걸 알아도 무의식적으로 집에서 하는 가사노동과 육아를 낮잡아 생각하는 남편
제 부인편을 들줄은 알아도 결국 새벽에 일어나서 노동하는 엄마를 한 사람의 사람이자 여성으로 생각하진 못하는 아들
흔히 일반적인 평균 남편보다는 낫지만 ~ 하는 말로 이 캐릭터를 많이 설명함
- 과연 정대현은 과연 남들보다는 조금 더 나은 남편일까
정대현과 동료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두번 등장해
1) 정신병 걸린 아내를 돌려 말하는 정대현과 동료
2) 성희롱 예방 교육 이후 성희롱과 육아휴직 이야기를 하는 정대현과 동료
언뜻 동료보다는 나은 정대현이라는 인물을 부각시키는 장면이라 여기지만 사실 함정이 있음
1) 에서 정대현은 병 걸린 아내에게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동료에게 커피를 쏟고 성질을 냄
2) 에서 정대현은 성희롱 교육을 비난하는 동료에게 눈초리를 보냄
여기서 정대현이 하지 않은것은? 바로 직접적인 제지임
오히려 2)에서 정대현의 또다른 동료가 말로 제지하지 시대에 맞춰야한다고
커피도 결국 안좋은 말을 한 동료에게 직접적인 제지를 한게 아니야
그저 남들보다 나은 자신이지만 직접 행동은 하지 않는
비겁한 남편이자 남자인거야
정대현은 점잖고 남들보다 나은 남편으로 소개되지만
또다른 동료가 육아휴직을 한 선배의 사례까지 찾아볼 정도로 나름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사이
그저 육아휴직을 써볼까 하는 운만 띄울뿐 육아휴직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음
만약 정대현이 진짜 육아휴직에 의지가 있었다면 단순히 지영이를 달래는 말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자신의 어머니에게 말을 전하고, 실제 사례를 찾아 봤을 거고
그냥 일 다시 나가지 말까 하는 지영이에게 냉큼 그래 쉬어 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거임
직접 시터를 구하고 정보를 찾고 육아와 일을 양립하려고 지영이 현실에 부딫힐동안
대현은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결국 현실에 부딫힐 상황에 오니까 결국 회피한거야 그건
분명 정대현은 나쁜 사람은 아니고 지영을 사랑하는 일반적인 평균 이상의 좋은 남편상에 가까움
그럼에도 이 영화는 그래도 이정도면~ 이라는 비겁한 변명뒤에 숨지 못하는 몇가지 장치들을 표현한거지
그래서 정대현의 눈물과 한숨 안타까운 표정은 결국 니가 왜 울지? 하는 비웃음을 자아냄
지영의 아버지
전형적으로 딸을 사랑하지만 가부장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던 사람으로 표현됨
정작 남인 모르는 여성이 실질적으로 지영을 구해주고 뒤늦게 등장해서는
지영의 탓을 하고 지영을 이해 해줄줄 모르는 그런 사람
영화의 클라이막스중 한 장면인 한약씬에서
지영의 아버지는 스스로가 딸을 차별해 왔다는걸 깨닫고 스스로 반성하는 듯 한약을 다시 지으려고 전화를 해
그러나 얼마안가 지영의 입맛 하나 기억하지 못하는 무심함으로 바뀌지 않은, 아직 한참 남은 아버지의 장면이 대비됨
근데 여기서 이 아버지가 제대로 반성을 못했다는 포인트를 또 찾을 수 있는건 단팥빵과 크림빵 장면이 아니야
바로 그 한약 장면에서 바로 볼 수 있음
딸을 위해서 한약을 짓는대
그런데 아빠의 대사 속 한약은 한 재임
지영의 남동생을 위해 한 재를 지었고
지영이를 위해 이제는 한 재를 짓는거야
그런데 왜 한재지? 이 집에 자식이 몇인데? 3명이잖아
첫째인 은영을 위한 한약은? 지영이는 정신병에 걸린 아픈 딸이니까 지어주는거야?
바로 앞에서 지영이 엄마가 울부짖을때 남동생을 이렇게 표현하지 사지 멀쩡한 아들이라고
은영이는? 똑같이 남동생처럼 사지 멀정한 자식이야 단지 딸
아픈 지영이만 떠올라서 한약을 지엇다라고 변명하기엔 사지멀쩡한 아들을 위해 이미 지었잖아
그리고 자신의 부인이 울부짖으며 외쳤잖아 딸을 이렇게 키웠다고 근데 딸이 하나야? 둘이야 은영이임
이 장면에서 결국 아버지는 충격을 받았을 뿐 근본적인 원인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게 드러남
그렇게 자연스럽게 팥빵과 크림빵으로 이어짐
지영의 아버지는 분명 나쁜사람이 아님 딸도 사랑하고 아내를 막 대하지도 않지 그럼에도 그는 불편함
지영의 남동생
지영이 남동생을 어릴때 막내아들이라고 특별대우 받으며 자랐지만
현재는 나름대로 누나의 말을 잘 듣는 서른살 남동생임
누나를 걱정도 하고 고분고분하고 시키는 일도 잘하지
그런데 지영이 남동생은 무슨 일을 해?
지영이 취업했다가 퇴사하고 육아하며 재취업을 고민할 동안
은영이 집안 사정으로 교대에 가고 교사가 되어 집안 대소사를 챙길동안
지영이 남동생을 무슨 일을 했지?
죽집하는 엄마가 일 있을때 가게를 정리하고, 대낮에 반찬 가져다 주는 동생
거의 의도적이다 싶을 정도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드러나지 않아
일부러 드러내지 않았다기에 평일 낮에 반찬을 가져다주는 남동생이라면
보통 일반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장치를 넣었어
(프리랜서라거나 일반적인 출퇴근이 아닌 직업일 수도 있으나 이 영화의 배경을 보자면 그게 중요한것이 아님)
그러면 왜?
그렇게 특별대우해서 키운 남동생은
고작 엄마 생일에 짐 하나 나르고 각종 칭찬을 받지
정작 그 수많은 음식을 장만하고 고른건 누나인 은영인데
누나가 눈치주고 나서야 일어서서 가사일을 해
밖에서 돈 벌어오는 일은 누나나 엄마가 하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서서 가사일을 하는 것도 누나나 엄마야
남동생은 하다가 귤까먹고 누나 눈치를 보며 설렁설렁해도
그만하면 착한남자 좋은남자 인기있는 남자가 되고
한약 받는 씬에서 아빠의 내면속 차별심리와 무심함이 드러나는데
동시에 아빠의 대사에서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이분법이 얼마나 웃긴것인지 드러내고 있음
아빠는 이 약에 남자에게 좋다고 지어왔어
사실 보통 이 대사는 정력에 좋다는 의미로 많이 쓰이는데
결혼도 하지 않은 남동생에게 굳이 아빠가 정력에 좋은 한약을 지어온걸까?
어쩌면 집안 대소사에서 잡일을 하고 있는 유일한 아들이자 자신의 후계자인 남성에게
사회적 남성성을 북돋아 주기위한 장치는 아니었을까?
굳이 밖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딸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집안에서 일을 도맡는 아들에게
남성에게 좋은 한약을 지어온 장면은 이런 의미가 아닐까 해
결국 가사노동이나 육아 등 집안에서 일어나는 노동들이 천대받고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일이 대접받는건
실제 일의 중요도 때문이 아니라 그걸 주로 담당하는 것의 성별 때문이라는것
82년생 김지영은 수많은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여성영화이면서 잘 만든 영화임
그러면서도 지나칠 수 있는 남성 캐릭터들조차 너무나 현실적으로 잘 표현했어
실제로 남성 캐릭터 위주로 봤더니 그들의 자기연민이 너무 잘 표현된게 하도 웃겨서 눈물 한방울 나지 않더라
내 해석이 정답은 아니고 이 영화를 남성캐릭터 위주로 관찰한 내 감상이지만 혹시 이런 장면들을 지나친 게녀들이 있다면
한번 다시 감상하면서 남성 캐릭터들을 잘 관찰해봤으면 좋겠음
+스쳐 지나가는 장면인데 남자 사원들 남자 상사에게는 한마디도 못하다가 여자상사에게는 바로 하극상하는거
분명 지나친 말을 한건 남자상사잖아 그땐 한마디도 못하고 있다가 여자상사가 반격하니까 지나치다고 함
첫댓글 아주 오바해서 나쁜 남자캐릭터는 없었어. 되게 보편적이고 일반적이었고 평균..보다는 조금더 나은 편이었는데 그게 더 아프게 다가왔어. 아...그래봤자구나. 평균이 ㅈㄴ 하향평준화 되어있구나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가능한빨간색이보이게따라해봐요 그거 아영이 낳기 전 아니야?? 둘째 만들자는 장면이 있었나...? 내 아를 낳아도 그거 말하는 거 아냐? 진짜 개 파스스
@가능한빨간색이보이게따라해봐요 둘째 만들자는 장면이 있었오 ???? ㅠㅠㅠ 영화 봤는데 기억이 안난다 ㅠㅠㅠ
ㅇㅇ 눈물도 생각보다 안나고 답답하고 계속 빡침
진짜 정리 잘했다. 보면서 다 느낀점! 정대현 울 때 진짜 니가 왜 울어? 이 생각 들더라
삭제된 댓글 입니다.
3....ㅠㅠ 에휴
사람들이좋은남편이라고 하는 점들을보면 지영이를 사랑은 하는구나했지만, 절대좋은남편은아니었음. 아내에병에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병원에먼저가본건진짜좋았어. 하지만 고민하는와중에 홀로맥주마시고 지영이는계속빨래개고. 대현은 그냥 집와서애기목욕시키는게끝이더라고. 동료남사원옷에 옷뿌린것도, 웃긴게 실제로저러면 성격파탄자잖아? 그리고저러고도이후에잘지내는모습보고현실성도없었고.
지영의의부모님을보고는, 우리부모님과 너무나닮아있었고, 어머니는밖에서그일하시고, 아버지는뭐하시는지도모르겠지만 지영이랑 어머니랑통화하면서 아버지가계속드시는양반이니 늘차려먹는다는말에, 저렇게바쁘고힘들어도여전히가사는어머니몫이구나싶고.
글 읽고 나니까 영화 보는 내내 불편했던 점들이 정리된 느낌이야.. 고마워
이거다.. 진짜
그래서 나는 영화 속 공유가 아내를 걱정하고, 눈물흘리는 장면들이 전혀 슬프지 않았음. 오히려 그 전에 흘렸던 눈물을 쏙 들어가게 만들더라...
아 진짜 너무 공감
진짜 공유땜에 더 답답했음
내가느낀거랑똑같아 ㅋㅋㅋㅋㅋ
그러네..이렇게 자세하게까진 생각도 못했음
진짜 ㄹㅇ현실같다고 느낌 ㅋㅋㅋ저게 과연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