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허용
한대광·박준철 기자
ㆍ국회 반대에도 시행규칙 공포… 진료비 인상·건보 붕괴 우려
한국에도 영리병원이 영업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완비됐다. 정부의 허가만 받으면 외국 투자자나 재벌 기업도 영리병원을 세워 돈을 벌 수 있다.
영리병원은 경제자유구역 안에서만 영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병원업계는 “외국 투자자에게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설립지역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영리병원이 확대되면 취약계층이 의료혜택에서 소외되는 의료양극화와 함께 지난 30년간 한국 의료복지를 지탱해온 건강보험체계가 붕괴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9일 경제자유구역 안에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요건을 규정한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의료기관의 개설허가 절차 등에 관한 규칙’을 공포한 것으로 31일 뒤늦게 확인됐다. 시행규칙을 보면 국내 자본은 50%까지 영리병원에 투자할 수 있다.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10% 이상의 의사만 확보하면 나머지는 국내 의사로 채울 수 있도록 했다. 영리병원이 돈을 벌 수 있게끔 내국인도 진료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국내 첫 영리병원 설립은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송도국제도시가 유력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송도국제도시에 세울 영리병원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이 결정됐다”며 “이 영리병원 운영은 서울대병원과 미국 하버드대병원이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삼성증권·삼성물산과 KT&G가 자본금의 50%를 출자하고 나머지는 일본 다이와증권이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자 무상의료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병원협회는 ‘해외자본에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영리병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국내 의료체계가 영리병원 체제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의료기관까지 영리병원으로 바뀌면 건강보험체계는 붕괴된다”고 덧붙였다.
2010년 보건사회연구원 연구결과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연간 1조5000억원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왔다. 의료민영화저지 무상의료실현 운동본부는 성명서를 내고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의료민영화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해놓고 정권 막판에 의료민영화 조치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가 법안 통과를 반대하자 행정부가 하위법령을 바꿔 영리병원을 허용한 것은 민주주의를 무시한 처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