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가치를 따져 보듯 면밀하게 한신평정보의 기업가치를 요모조모 따져 보았다. 다행스럽게도 한신평접보에서 충분한 자료와 정보를 주었고, 사업내용도 비교적 단순해서 계산이 어렵지 않았다.
먼저 한신평정보의 금고를 열어 보았다.
2001년 한신평정보의 재무제표. 현금과 단기금융상품 유가증권이 합해서 202억원, 투자유가증권이 99억원, 장기대여금이 25억원. 이 중에서 장부가와 시가가 차이가 나는 것은 투자유가증권이다. 투자유가증권의 내역을 살펴보면 머니투데이 3억원, 한국정보인증 2억원, 가치네트 2억원, 키스정보통신 21억3천만원, 한국신용평가 64억1천만원등 12종목.
금액이 큰 키스정보통신과 한국신용평가만 따져보자. 한신평정보는 키스정보통신의 34.89% 지분과 한신평정보의 49.99%지분을 갖고 있다.
키스정보통신은 신용카드 관련 부가가치 통신망을 구축하여 신용카드 거래승인 및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용카드VAN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금융 및 정보통신 시장을 좌우하게 될 종합결제 VAN과 전자금융솔루션 및 인터넷지불 결제 등으로 사업을 넓혀가고 있는 회사이다.
2002년 키스정보통신은 501억원의 매출과 41억원의 영업이익, 30억원의 순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부채는 없다. 1년에 30억원의 이익을 내는 회사라면 보수적으로 PER7배를 적용 21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신평정보가 가진 34.89% 지분가치는 약 73억원.
한국신용평가는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지난 해 40%+1주의 지분을 한신평정보로부터 매입 총 50%+1주의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가 되었다. 한국신용평가의 가치는 무디스가 인수한 가격을 기준으로 삼자. 작년 12월 무디스는 한국신용평가의 지분 40%+1주를 122억원(956만달러, 주당 3만459원)에 인수했으며, 향후 3년간 경영성과에 따라 69억원을 추가로 주기로 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현재 한신평정보가 보유한 49.999%의 지분가치는 최소 152억원, 최대 238.7억원이다.
한신평정보의 금고를 탐색하는 일은 여기서 그치자. 한신평정보는 부채가 없고 현금성 자산과 투자유가증권 등이 450억원 정도 있다. 이건 한신평정보 주식에 따라붙은 보너스다.
오늘의 사업가치
사업가치를 따져보는 일에는 소설적 요소, 즉 상상력이 필요하다. 비즈니스의 특성, 사업의 유망도, 경쟁환경, 진입장벽, 노사관계, 경영자의 솔직성과 유능함 등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이런 주제들을 뒤로 하고, 2001년의 사업내용과 영업성과만을 가지고 사업가치를 단순하게 계산해 보도록 하겠다.
한신평정보는 2001년말 네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1)기업정보 서비스(KIS-LINE, KIS-CAT, KIS-REPORT 등)
한신평정보는 1988년부터 14년째 기업의 재무정보를 비롯한 종합적인 비즈니스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정보소스는 40여개 금융기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서울보증보험, 한국자금중개, 57개 신문잡지사, 증권전산, D&B사. 이런 기관들로부터 국내 23만개 기업의 정보를 수집-분석하여 은행, 종금사, 보험사 등 금융기관과 1000여개 일반기업에 제공한다.
정보이용료는 ID별로 월 80만원(2000년까지는 65만원이었다), 현재 1300여 기관이 이용하고 있다. 2001년 기업정보서비스와 관련 솔루션 매출(영업수익)은 116억원. 영업이익은 1억5천만원이다. 이익이 박하다. 1억5천만원에서 세금 30%를 떼고 나면 1억원 정도 남는다. 1년에 1억원 정도 남는 사업이라면 10억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아니 너무 박한 면이 있다. 한신평정보는 기업 정보 부문에서 46.8%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1위업체로서, 콘텐츠의 양과 인지도에서 압도적이다. 가격보다는 콘텐츠의 내용과 질, 시계열을 중시하는 기업정보서비스의 특성상 신규업체의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의 기업정보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런 점은 내일의 한신평정보에서 평가하자.
2)개인신용정보 서비스
동사는 2700만명의 개인신용정보(신용불량정보를 비롯한 대출내역, 금융거래내역 등)를 금융기관 유통업체 통신업체 기타 1200여 기업 및 개인에 제공하고 있다. 월 사용료는 ID당 50만원. 조회수당 100원씩 지불하는 서비스도 있다. 2001년 개인신용정보서비스 매출은 45억원, 영업이익은 7억5천만원이다. 세금 30%를 떼고 나면 5억 3천만원. 약 53억원의 사업가치가 있다고 하자.
한신평정보는 기존의 신용불량자 여부를 식별하게 하는 서비스에서 은행, 백화점, 통신회사, 카드사 등의 거래내역을 포괄하는 우량정보를 제공하는 크레딧뷰로(신용정보은행)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부분도 내일의 한신평정보에서 다루자.
3)채권추심 서비스
기업으로부터 상거래과정에서 발생한 채권을 위임받아 효율적으로 회수해 주는 서비스이다. IMF이후 신용불량자의 양산과 채권추심의 아웃소싱(외부 위탁)화 추세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 중이다. 한신평정보의 경우도 99년 99억, 2000년 181억원이던 매출이 2001년에는 299억원으로 연 100억 이상 매출이 늘고 있다. 위탁기관도 금융기관 통신회사에서 일반기업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신평정보는 채권추심부분에서 높은 회수율과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다고 한다. 개인신용정보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 행정전산망(?모든 개인의 주소, 전화번호를 알 수 있다)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오랜 업력이 그것이다.채권추심분야의 핵심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2001년 채권추심서비스의 매출은 299억원, 영업손익은 75억원이다. 세금 30%를 떼고 나면 세후영업이익이 53억원 정도. 약 530억원의 사업가치가 있다고 하자.
4)기타 사업부문
기타사업부문이라고 하여 인터넷 임대 등이 있다. 2001년 매출은 9억4천만원. 영업손실은 23억원. 2002년에 흑자전환했다고 하니 이 부분의 계산은 생략하자.
1)2)3)4)네 부분을 합한 사업가치는 563억원이다. 처음에 언급한 비영업용자산의 가치 450억원을 합하면 1013억원의 기업가치가 나온다. 매우 단순한 계산이지만 사업내용이 단순하고, 시장진입이 쉽지 않으며, 동사가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현재 한신평정보의 시가총액은 472만주*21000원=991억2천만원이다. 적정한 가격이다.
내일의 한신평정보
미래 신용정보사회의 개척자. 한신평정보의 비전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신평정보는 크레딧뷰로 사업과 전자상거래 신용인증사업, 그리고 캐쉬 카우로서 채권추심 및 수납관리 대행 서비스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크레딧 뷰로 사업 선도
은행이나 여신사에서 빌린 돈을 잘 갚았다든지, 백화점에서 고가의 물건을 샀다든지, 이동전화요금을 연체하지 않았다든지 하면 개인의 신용도가 올라 간다. 뿐만 아니라 지역, 인종, 직업, 소득, 재산상태, 연령 등에 따라 신용평점이 조정된다. 식당이 잘 되서 소득이 갑자기 늘어난 영세 사업자나, 공장이 잘 돌아가게 된 중소기업인의 신용도도 금방 높아진다.
이런 것들이 제대로 되면 담보없이 신용도에 따라 사인 하나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고, 은행이나 백화점 카드사등 신용공여회사들도 부실위험을 줄이고 관리비용을 낮출 수 있다.
크레딧 뷰로 사업은 이를 위한 정보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미국의 경우 이퀴팩스, 트랜스 유니온, 엑스페리온 등 3사가 약 25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한신평정보의 추정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도 2000억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신평정보는 크레딧뷰로 사업에서 컨소시업 조기구축, 트랜스 유니온과의 업무 제휴 등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크레딧 뷰로 사업에서 시장 선도의 의미는 매우 큰 데, 호주나 멕시코의 경우에도 선발업체(이들 나라에도 트랜스 유니온이 진출했다)가 시장의 90%이상을 점유했다.
한신평정보에서는 이를 근거로 크레딧 뷰로 사업에서 2-3년 내에 500억원, 5년 내에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출의 급신장과 더불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수익성이다. 미국의 경우 기존의 신용불량정보는 건당 10센트정도, 우량거래 정보는 건당 1달러 정도로 10배 비싼 가격에 제공되고 있다. 한신평정보로서는 새로운 고수익사업을 먼저 개척하는 셈이다.
*이퀴팩스의 2000년 12월 실적: 매출 19.66억$, 영업이익 4.55억$, 순이익 2.28억$
기업신용인증 사업
한신평정보는 2001.5 국내 최초로 기업신용인증 사업을 개시했다.기업 신용인증 사업은 B2B와 인터넷을 마케팅 채널로 이용하려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해당기업의 신청에 의해 자사의 신용도를 평가하고 등급을 산정하여 공시하는 제도이다. eCredit신용인증을 받은 업체는 자사의 신용인증서를 자사의 사이트나 거래 상대방에 제공함으로서 자사의 신용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eCredit 신용인증을 이용하는 개별기업 입장에서는 다수의 거래업체의 입찰에 참여하기 위하여 건건히 등록과 입찰에 관련된 서류를 제출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협력업체를 선별 관리하는 입장에서도 관련 업무의 부담을 덜 수 있어 서비스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추심 서비스
신용정보회사의 난립으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시장 전망도 매우 밝다. 개인 대출과 카드 사용이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실 위험과 아웃 소싱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수요처도 금융기관 금융기관이나 통신업체에서 유통업체 일반 기업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신평정보에서는 채권추심 사업이 시장확대와 회수율 제고, 관리의 효율화로 캐쉬 카우 역할을 꾸준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채권추심 사업의 향후 3개년 수익 계획
구 분 2002년 2003년 2004년
채권추심 230억 300억 400억
수납관리 170억 250억 300억
합 계 400억 550억 700억
한신평정보 비전 2003 : 영업수익 1,000억 이상 달성
구 분 2001년 2002년 2003년
영업수익 466억 627억 1243억
영업이익 44억 72.6억 ?
경상이익 129.7억 102.6억 ?
당기순이익 91.5억 72.1억 ?
한신평정보에서 제시한 비전이다. 2002년 매출 627억원, 2003년 내출은 1246억원. 내년엔 올해에 비해 매출이 두 배로 뛸 거라는 전망이다. 세상사 앞 일을 예측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기업 매출이 한 해에 두 배로 뛴다는 건 더더욱 믿기 어렵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주주들에겐 더할나위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신평정보는 신규사업인 크레딧 뷰로 사업과 동사가 경쟁력이 있는 채권추심사업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신용정보사회의 개척자라는 자신감 때문일까? 세계 제일의 카드 사용국이라는 현실 때문일까? 동사의 예상대로 된다면 한신평정보는 2003년에 시가총액 2000억원대의 회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