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나무 이야기

[까시]

 지팡이나무 이야기

 
 
  





  
태산(太山)을 옮기는 것이 겨자씨처럼 가볍고

한 걸음 축지법은 3만리가 지척이다

근두운에 몸을 실면 단박에 10만 8천리 

에라 두어라!

범태육골(凡胎肉骨)은 홍진(紅塵)마저 어려운 것

10리 길 한 지팡이로 밤 하늘을 걸으리. 














 

웜홀(Worm Hole)이란 게 있나봅니다.
블랙 홀에서 화이트 홀로 이어지는 터널이라고도 하고 압축된 공간이 초신성의 폭발에 뚫어진 구멍이라고도 하는데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도 도무지 납득키 어려운 개념입니다.

50년 전 만해도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산 넘고 개울 건너, 또 산 넘고 개울 건너던 그 첩첩한 산 계곡이 요즘엔 터널과

다리로 고속도로가 만들어져 여행이 손쉽습니다.
빛의 속도로 달려간다해도 광활하기만 우주 공간의 물리적 장벽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 해소해 주는 개념이긴 하지만

다이너마이트로 산맥을 뚫는 것처럼 압축된 공간을 초신성으로 뚫을 수 있을까?
비록 구멍을 낸다 하더라도 엉뚱한 위치에 출구가 되지는 않을까?
도무지 헥갈리기만 하는 이런 개념을 접할 때면 우수한 인간들은 '공간여행' 따위에는 이미 실증을 느끼기 시작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에게 있어 '시간여행'이란 개념은 40여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뇌세포에 저장된 기억의 파노라마쯤으로만

여겨지는데...?
   
연 이어 가을 단풍이 떨어지고 스산하게 딩굴던날 , 일없이 지팡이를 만들었다.
이맘때면 매년 한 두개 만들던 버릇이 20년이 넘었습니다.
경노효친(敬老孝親)하는 지극한 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더우기 지팡이는 사람보다 앞서 짚어가는 물건이라
어른들에게 선물하는 게 아니란 말도 익히 들었다. 아마도 할아버님과의 추억 때문에 비롯된 버릇일겁니다.
20여년 전 부여 농촌에서 질좋은 명아주 대 하나 구해 지팡이 만들어 할아버님 드렸는데 어찌나 기꺼워 하시던지...
요즘엔 보조의료기구나 등산용(스포츠)으로 고작 지팡이가 쓰이지만 지팡이 용도에 맞게 나무의 이름이 지어

불리워졌던 걸 보면 옛날엔 지팡이가 보다 다양하고 의미있게 사용되었나 봅니다.
굴거리나무와 먼 친척인 '사람주나무'는 지팡이로 제격이라 지어진 이름입니다. 다만 빽빽한 숲에서 자라지 않은 것은

지팡이로는 대부분 너무 굵다는 느낌입니다.

무협영화에서 보게되는 고승들이 사용하는 6개의 고리가 달린 육환장(六環杖)은 이 나무로 만든 지팡이라고 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육환장은 땅을 짚으면 고리소리가 나서 산속을 걸을 때 뱀이나 짐승들의 접근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고승이나 기인들이 은행나무로 지팡이를 하였다가 땅에 꼿아두었더니 뿌리를 내려 커다란 고목이 되었다는 전설을

왕왕 접하는데 지팡이 제목으로 알맞지 않을 뿐더러 지금에야 흔해빠진 나무지만 아무리 고승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뚝 꺾어 지팡이로 쓰다가 필요를 다하면 땅에 그냥 꼿아 방치해도 될 만큼 옛날에는 손에 쉽게 잡히는 나무가

아니었습니다. 노간주나무 역시 지팡이로 많이 애용되어 '노간주'라 이름 지어졌다고 합니다. 이 나무는 변재를

깎아내면 색상과 향이 좋아 운치가 있는데, 노인이 곁에 두기엔 약간 무거운게 흠입니다.

그렇더라도 칡덩쿨에 휘감겨 스크루(Screw)진 노간주나무 지팡가 호평되고 있습니다. 지팡이는 머니머니해도

명아주 대로 만든 것을 최고로 칩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가볍기 때문인데, 먼 여행길은 눈썹도 무겁다고 했습니다.
천근만근인 노쇄한 몸뚱이로 지팡이를 짊어지고 다닐 수는 없고, 명아주 대로 잘 만든 지팡이는 청려장(靑藜杖)이라

하여 귀하게 여겼는데 옻칠을 하거나 따로 가공하지 않으면 내구성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약간 흠입니다.

가볍기로는 죽장(竹杖)도 결코 청려장에 쳐지지 않는다. 하지만 안그래도 부딪치는 늙은 뼈마디에 죽장은 짚는 충격이

그대로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런데도 애용했던 것은 곧 죽어도 선비의 절개를 따라하겠다는 고집 때문입니다.

때죽나무 가지 겉껍질을 벗겨 만든 지팡이도 괜찮은데, 백옥처럼 새하얀 나무결이 곱디고와 방 안에 간수했다는

지팡이가 때죽나무로 만든 지팡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약간 무겁습니다.

자작나무와 형제뻘인 '서어나무'가지로 만든 지팡이는 추천할만 합니다. 새하얀 때깔도 좋지만 무게와 탄력도

우수하여 좋은 지팡입니다. 아주 옛날부터 지팡이는 군주의 상징적 표상이나, 종교적 권위나 위엄을 나타내는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제가 오늘 만든 진달래나무 지팡이는 상징도 위엄도 없습니다.>
손목에 걸 수 있도록 낚시 바늘처럼 손잡이가 휜 지팡이는 로코코풍의 높은 구두를 널리 애용하던 17, 8세기 유럽

스타일입니다.

<그 때 그 옛날 유행에도 미치지 못하는 스타일입니다.>
모세는 지팡이 하나로 바다를 가르고, 세일러문의 세라는 요술지팡이로 역경을 해결합니다.

<제가 만든 지팡이, 감히 '모세'나 '세라'에는 엄두도 못냅니다.>

하지만 공간을 여유있게 즐기며, 넉넉한<70에서 백살까지> 시간여행을 하는데는 딱입니다.

<제가 만든 지팡이의 요술의 한계는 여기까지입니다.>

그 동안 만든 지팡인 죄다 주인을 찾아 갔습니다.

이 진달래 지팡이 주인이 되어 요술 부리고 싶은 도인 있으세요?

요즘은 주변에 보이는 모든 나무가 그저 관상수일 뿐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자연에 기대어 살던 시절에는 거의 모든

나무가 나름의 쓰임이 있었습니다. 단단한 박달나무로는 팽이를 깎고,  닥나무 껍질로는 팽이채를 만들었다. 닥나무가

없었다면 한지는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키만 크게 자란 탱자나무 줄기로 테를 삼고, 가는 식대를 이어붙여 광주리를

만들었습니다. 나무는 단순히 도구를 만드는 재료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집에도 봉황이 날아와 쉰다는 '벽오동'

나무와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간직하는 오동나무'(桐千年老恒藏曲)가 자랐습니다. 목백일홍은 지금도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를 우리 대신 지키고 있습니다.

저는 많은 나무들 가운데서도 특히 노간주나무(사진)에 마음이 갑니다. 서양인들이 그 열매로 '진'(Gin)을 만드는

노간주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코뚜레를 만들 때 쓰던 것입니다. 힘센 소를 부리려면 코뚜레는 쉽게 부러져서는

안 됩니다. 소의 코를 꿰는 것이니 껍질을 벗겼을 때 매끈하기도 해야 합니다. 거기에 딱 맞는 게 바로 노간주나무

였습니다. 이사갈 때는 그 노간주나무 코뚜레를 갖고 가서 처마 밑에 매달아두었습니다. 소처럼 탈없이 일 잘하고

태평하기를 비는 뜻에서였습니다.

늦가을 나목들 사이에 서서 저는 이제 그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조차 드물어진, 슬픈 나무들을 생각합니다.

[참나무]

멋진 지팡이를 잘 보았습니다 ㅎ

[나나]

지팡이도 멋 있지만 지팡이를 밭치고 있는, 자연목으로 만든 작은 테이블?도 정말 작품이네요.^^

[대관령]

저 지팽이로 구름도 올라타시길 기원드립니다^^

[꽃송이]

멋 있어요
까시님 지두 한 개 주세용
나이들문 쓰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