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전"의 전설이 서려있는
“비(飛)토섬”을 가다
옛날 옛적 아주 먼 옛날 서포면 비토리 천황봉(비토섬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에서
마주보고 있는 육지인 서포면 선전리 선창과
자혜리 돌 끝을 생활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꾀 많은 토끼부부가 있었습니다
. 이 토끼부부는 매일 아침 비토 천황봉에서 눈비비고 일어나면
바다건너 신선이 살고 있는 선창(仙倉)마을로 건너가 신선의 창고라 불리는 골짜기에서
온갖 기화요초와 함께 칡넝쿨 우거진 숲속에서 아침이슬과 각종 새싹들로 배불리 식사를 끝내고
큰들 안과 장대먼당(長竹峯)을 넘어 찔끔 자혜(自惠)를 돌아 돌끝 바닷가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면서 하루를 보내고 해가 저물면
건너편 비토섬 월등도로 되돌아가곤 하였습니다.
토끼부부가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던 어느 봄날 저녁
돌끝 바닷가에서 남해바다 구경에 혼을 빼앗기고 있는 토끼부부에게
남해바다 용왕님의 사자인 별주부(거북)가 찾아 왔습니다.
토끼부부를 찾아온 별주부는 토끼부부에게 남해바다의 궁궐인 용궁을 구경시켜주고
높은 벼슬도 주겠다는 감언이설로 속였습니다.
이에 속은 남편토끼는 임신한 아내 토끼를 남겨두고 별주부의 등에 타고
남해 바다 용궁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용궁에 도착한 토선생 용궁에 와서 본즉 용왕님은 병들어 있고
용왕의 병에는 백약이 무효하고 오직 토끼의 생간이 신효하다는 의원의 처방에 따라
토선생을 잡아 왔노라는 말과 함께 자신을 죽여서 생간을 약으로 쓰겠다고 하니 망연자실 후회막급이라,
한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으나
정신을 가다듬고 한 가지 꾀를 내었습니다.
좋은 묘안이 생각난 토끼는 웃는 얼굴로 용왕님께 말했습니다.
“소생은 육지에 살고 있는 많은 짐승과는 매우 달라서 달과 함께 달을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짐승인지라
한달 중 달이 커지고 있는 선보름 15일 동안은 소생의 간을 월등도 계수나무(해송)에 걸어두고
후보름 15일은 소생의 몸에 지니고 살아가는데,
후보름 15일간은 간이 커지는(자라는)기간이며 선보름 15일은 통풍이 잘 되는
소나무 그늘에서 음건하여 약효를 강화시키는 기간에 해당합니다.” 라고 말한 다음
"지금은 마침 선보름에 해당되는 음력 15일인지라 내가 살고 있는 비토섬 월등도 산중턱에 있는
바람 잘 통하고 그늘진 계수나무(해송)에 걸어두고 왔습니다.
제 목숨하나 죽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수중국 만백성의 어버이신 용왕님의 병환에 약이 된다는
제 생간은 내가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월등도 계수나무에 있으니, 이를 어쩝니까?
저기 있는 별주부가 육지 동물들에 대한 상식이 조금만 있었다면
제(토끼)가 다른 짐승과 다른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일인데
아니 저 별주부가 용궁에 가자고 할때 용왕님의 병환을 나에게 진실 되게 말해 주었으면
용궁에 올 때 간을 가지고 들어올 것을...
오호통재라!" 하고 한탄하면서 억울해 했다.
이를 본 용왕은'아! 그래서 토끼의 생간이
그렇게도 신효한 약효가 있는 것이구나' 생각하고는 토끼에게 물었다
. "토선생은 짐을 위해서 지금 육지에 가서 너의 간을 가져올 수 있느냐?"
토끼는 즉시 대답하기를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와 저 별주부를 제가 살던 비토섬 월등도로 보내주시면 최상급의 생간을
용왕님을 위해서 특별히 선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라고 말하였다.
이를 보고 들은 용왕님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토끼를 속인 잘못을 정중히 사죄하고
즉시 별주부에게 명하여 토선생을 다시 육지로 모시고 가서 월등도 계수나무에 있는
토선생의 생간을 가져오라고 엄명하였다.
이에 거북(별주부)은 토끼를 등에 태우고 다시 비토섬 월등도 부근에 당도하니
마침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달밤이었다.
월등도 앞바다에 당도하자마자 성급한 토끼 즉시 힘차게 월등도로 뛰어들었지만
달빛에 반사된 육지는 너무 먼 거리에 있어 월등도 가까운 바닷물에 떨어지고 말았다.
바다에 빠진 토끼는 그 자리에서 죽어 토끼섬이 되었고
토끼를 놓친 거북이는 용왕으로부터 책임추궁과 벌을 받을 것을 걱정하여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 곳에서 섬이 되었으니 바로 거북섬이며,
특히, 이곳 주민들은 월등도(月登島)를 돌당섬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그 이유는 토끼가 용궁에 잡혀간 후 돌아와 처음 당도한 곳이라는 뜻에서 돌아오다
, 당도하다의 첫머리 글자를 따서 돌당섬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한편 남편을 용궁으로 떠나보낸 아내 토끼는
매일 자혜리 돌끝에서 남해바다를 바라보면서 목이 빠지게 남편 오기를 기다리다
바위 끝에서 떨어져 죽어 섬이 되었으니 바로 돌끝 앞에 있는 목섬이다.
목섬은 지금도 그때 죽은 아내 토끼가 남편이 돌아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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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 끝자락에 별주부전의 고향, 비토(飛兎)섬이 있다.
그 섬이 품은 또 다른 섬들이 토끼와 거북을 똑 닮은 모양으로
별주부전의 후일담을 품고 있다 했다.
입춘(立春)을 넘긴 겨울의 끝자락, 계절은 급속도로 바뀌었다.
첫날 대숲에 내리쬐던 햇살은 다음날 바람에 흩날리는 잔설(殘雪)이 되어 반짝였다.
일몰을 만나러 간 비토섬에선 저 멀리 소나기가 몰려왔다.
다솔사에서 보안암을 향한 길엔 수북하게 쌓인 낙엽을 바람이 훑고 지나갔다.
봄빛과 겨울 눈, 여름 비와 가을 바람이 사천에서 뒤섞였다.
계절감을 지운 사천은 고요와 평온으로 충만하다.
한려수도와 맞닿아 바다 멀리 작은 섬들이 출렁인다.
그 해안가 갯벌은 지주(支柱)식 굴 양식으로 어촌의 생활을 머금고 매일 파도와 숨바꼭질한다.
뿐인가. 바다 먼 육지에선 대숲이 출렁이며 봄바람을 부르니,
사천을 두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아쉽다.
유명관광지들이 즐비한 사천에서 우연히 만난 비토섬은
마치 ‘겨울 속에 봄’ 이 몰래 숨어든 듯 서정적 풍경 그 자체다.
끝없이 펼쳐지는 갯벌과 초록빛이 오를 데로 오른 감태,
그리고 그 갯벌에서 굴을 따는 아주머니들의 미소는 빠알간 볼 만큼이나 따스하고 정겹다.
시릴 만큼 푸른 바다를 끼고 달리는 해안길은 또 어떠한가.
굽이굽이 펼쳐지는 어촌마을의 아기자기한 풍경과 차를 어디에 세워도 조망되는
황홀한 일몰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잔잔한 감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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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섬에 얽힌 이야기 또한 재미나다.
날 비(飛), 토끼 토(兎)자로 토끼가 날아올랐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비토섬은,
별주부전의 전설이 서려있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별주부의 고향’ 인만큼 토끼를 그대로 빼닮은 토끼섬,
납작 엎드린 거북모양의 거북섬, 그리고 월등도, 목섬 등
비토섬에 위치한 섬들에 관한 재미나는 이야기도 길 따라 흐른다.
서정적인 섬마을의 풍경과 더불어 새해의 힘찬 원기를 얻고
돌아올 수 있는 여행지로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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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주부전의 후일담, 비토섬
양편에서 몰아치던 파도는
조금씩 멀어졌을 것이나 파도의 잔영으로 그 뒷걸음이 보이지 않았다.
길이 열린 건 순식간이었다.
양편의 파도가 서로 만나지 못한 빈자리가 곧 길이었다.
경남 사천 비토섬에서 월등도(月登島)로 넘어가려 할 때였다.
월등도는 늘 오갈 수 없다.
두 섬을 잇는 길은 오직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
전남 진도의 '신비의 바닷길'과 같은 이치다. 주위보다 해저 지형이 높을 때,
조류를 막는 섬으로 해류의 방향이 바뀔 때, 이런 현상이 생긴다.
그 '순간의 길'에 오르는 시간은 묘하다. 양쪽으로 파도가 조용히 나서고 물러서길 반복하는데,
발을 딛고 선 땅을 침범하진 않는다. 월등도를 향한 길 위 풍경은 갯벌을 수놓은
굴 양식장을 넉넉히 동반하고 있다.
월등도에 들어서면 더 이상 내비게이션이 필요 없다.
섬이 작아 섬 내 모든 길을 금방 파악할 수 있다.
건너온 길 그대로 나아가면 정면으로 토끼섬과 목섬이, 옆으로 거북섬이 보인다.
거북섬은 이름처럼 목을 쭉 내민 거북을 닮았다. 토끼섬은 어렵다.
한 월등도 주민이 말했다. "여기선 잘 모르겠죠?
배 타고 섬 뒤편으로 가봐야 또렷이 알 수 있어요."
토끼섬과 거북섬과 목섬은 별주부전의 후일담을 공유한다.
거북 별주부의 감언이설에 속아 용궁에 갔던 토끼가 '간을 떼 말린다'는
허황된 얘기로 위기를 모면한 건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토끼의 고향, 월등도에 다다랐을 무렵 토끼는 육지를 보고
성급히 뛰어내리다 바닷물에 떨어져 죽는다.
별주부는 용왕이 내릴 벌을 걱정해 돌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물렀다.
토끼의 아내는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다 바위 끝에서 떨어져 죽었다.
죽거나 가지 못해 머문 자리가 각각 섬이 됐다. 이들이 토끼섬과 거북섬,
목섬이다(모두 이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예전부터 구전(口傳)돼 오는 얘기다).
다시 토끼섬에서 월등도를 거쳐 비토섬으로 나올 때 그 섬들의 유래는 서로 공명한다.
토끼가 죽은 자리에서 토끼의 고향을 거쳐 토끼가 나는 형태의 섬으로 돌아오는 것.
그때, 비토섬이란 이름은 꼭 별주부전의 토끼를 기리기 위한 이름 같다.
비토섬은 아무래도 아침보다 저녁에 찾는 편이 낫다.
전설이 지닌 슬픔의 중량도 무겁거니와 비토섬이 지닌 고요의 풍경 때문이다.
해가 질 무렵이면 멀리 운무가 감싼 섬들을 배경으로 굴을 양식하는 지주(支柱)들이
실루엣으로 가지런하다.
사이사이, 파도가 철썩일 때마다 낮게 몸을 숙인 해에 비쳐 발간 물비늘이 반짝인다
. 해진 뒤에도 풍경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겨울, 찬란한 대숲
사천은 곳곳이 대숲이다.
낮게 출렁이는 산맥 사이, 혹은 평지에 홀로 솟은 작은 언덕에 대가 모여 산다.
겨울에 대나무는 쉽게 눈에 띈다.
간혹 소나무 같은 침엽수가 그 풍경에 들어설 때도 있다.
그러나 침엽수의 진녹색과 대숲의 연녹색은 다르다.
대나무 쪽이 더 청량하고 맑다.
사천에서 가장 찬란한 대숲은 비봉내마을에 있다.
대밭고을이 그곳이다. 역사는 짧다.
1965년 거제에서 강춘성씨가 대나무 세 그루를 옮겨 심었다.
40년 넘는 시간, 대는 넓고 높게 자라났다.
약 3만㎡(1만여평) 부지에 5만 그루가 솟았다. 우후죽순이란 말이 실감 난다.
본래 대는 전남 담양이 유명하다. 규모 덕이다.
대밭고을은 작은 대신 소박하면서도 정겹다. 의젓한 토종닭이 산책로 곳곳을 누빈다.
아침이면 닭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대숲에서 메아리친다.
메아리를 받아내는 대나무 역시 굵고 높아 의젓하다.
대밭고을 박순덕씨는 "여기 주종이 맹종죽"이라 했다.
맹종죽은 평소 흔히 보는 담양 소쇄원의 왕대보다 굵다.
겨울 대숲은 즐거운 모순으로 충만하다.
무성한 댓잎으로 어둑한 그곳에 들어설 때, 뜻밖에도 어둠은 냉기 대신 온기를 품는다.
하늘을 바라보면 연푸른 댓잎 사이로 햇빛이 환하다.
고개를 돌려 먼 곳을 살피면 그 햇빛으로 대 마디가 명도를 달리하며 하얗게 빛난다.
눈이 내린 뒤 그 풍경은 더욱 찬란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댓잎에 붙은 잔설이 반짝이며 흩날린다.
멀리서 바라보는 대숲 역시 눈이 즐겁다. 파란 대숲에 하얀 눈꽃이 핀 듯하다.
바람에 출렁이는 대나무와 그 위를 한껏 덮은 눈, 모두 맑다.
사천 대밭고을 산책길은 짧다. 대략 20분이면 다 돌 수 있다.
아쉽다면 체험학습을 신청하면 된다.
한 시간쯤 숲 해설가가 동행해 설명해준다.
대나무 피리 만들기 체험도 있다.
비토섬 해안도로변 포장마차에서 맛볼 수 있는 굴구이.
◆차의 성지, 다솔사
다솔사(多率寺)는 검소하다.
사찰의 대문 역할을 하는 일주문(一柱門)도 천왕문(天王門)도 없다.
우락부락한 사천왕(四天王) 대신 소나무가 양쪽으로 도열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팔을 벌린 터에 적멸보궁, 대양루, 웅진전, 극락전 등이 옹기종기 모였다.
그 뒤편으론 널찍한 차밭이 부챗살처럼 펼쳐졌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로 사방이 둘러싸인 다솔사는 검소한 대신 많은 이야기를 품었다.
다솔사는 '차의 성지'로 손꼽히는 곳 중 하나다.
1960년대 다솔사 주지 효당 스님이 절 뒤편 수백 년 묵은 야생 차나무를 다듬고,
차 좋다는 절에서 차나무를 얻어 심었다.
그 찻잎을 물에 데친 뒤 9번 덖고(타지 않을 정도로 볶아서 익히고) 황토방에서 말려냈다
. 이름하여 반야로(般若露). 그 차로 다솔사는 '차 좀 마셔봤다'는 이들이
순례 삼아 들르는 명소가 됐다.
만해 한용운과 소설가 김동리도 다솔사와 연(緣)이 깊다.
효당 스님의 스승이 만해다. 1930년대 이곳에 은거하며 독립운동단체 '만당'을 조직했다.
소설가 김동리는 1934년 효당 스님이 다솔사 아랫마을에 세운 야학 '광명학원'의 교사였다.
여기 요사채에 머물며 소설 '황토기' '역마' ' 바위' 등을 썼다.
그의 대표작 '등신불' 역시 다솔사에서 만해로부터 들었던 이야기에서
촉발됐다고 한다.
다솔사에 왔다면 마땅히 보안암(普安庵)까지 걸어야 한다.
약 2km의 숲길은 처음엔 약간 가파르나 이내 능선 따라 평탄한 길로 바뀐다.
길 양편으로 펼쳐진 소나무 숲은 짙은 색으로 묵중하되
가지의 유려한 곡선으로 활달한 풍경이다.
이 풍경은 보안암 바로 앞에 다다라서야 주춤한다.
소나무가 물러선 자리에 늦가을 풍경이 들어섰다.
훤칠한 서어나무는 솟을수록 잔가지를 미로처럼 흩뜨렸고, 흙길엔 낙엽이 수북하다.
그 짧은 길 끝에 깎지 않은 돌을 층층이 쌓은 돌계단이 보안암으로 이어진다.
돌계단을 닮은 돌담에선 겨울에도 이끼가 자랐다.
고려 말 승려들이 수행하기 위해 지었다는 보안암은 석굴이다.
경주의 석굴암처럼 인위적으로 만든 굴 안에 돌부처가 앉아 있다.
그 뒤론 작은 나한들이, 아래에는 도깨비를 새긴 향 받침이 있다
. 장엄하진 않아도 정갈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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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빛 붉게 물든 ‘비토섬’ 의 갯벌
비토섬에 가면 서정적인 섬 풍경과 함께
맛있는 자연산 굴 등 '두 마리 토끼' 를 다 잡을 수 있다
‘삼천포’ 로 빠져야 만날 수 있다. 비토섬 말이다.
삼천포로 빠진 후 사천만을 가로지르는 사천대교를 건너
서포면 선전리에서 비토섬을 잇는 비토교를 지나야 비로소 당도할 수 있다.
사천시 끝자락 섬인 비토섬은 섬은 섬이나 배를 타지 않아도 되는 섬이다.
모름지기 섬이라 하면 배를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나 비토섬은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놓여진
연륙교로 인해 이제는 섬 아닌 섬이 됐다. 즉 배를 타지 않아도 쉽게 닿을 수 있는 섬이라는 말이다.
그 때문에 섬 특유의 고적함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니냐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 터.
허나 비토섬은 여전히 섬마을 특유의 서정이 그대로 살아있다.
이 같은 사실은 비토섬의 관문이자
연륙교인 아치형의 비토교를 건너다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마치 물동이동처럼 돌아나가는 푸른 바닷물과 썰물 때면 마주하게 되는
거대한 갯벌은 결코 섬이 아니고서는 만날 수 없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비토섬의 갯벌은 사천 8경으로 꼽힐 만큼 풍광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육상과 해상의 생태계 완충작용은 물론 자연생태 체험 관광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또한 그 갯벌에서 생산된 감태나 자연산 굴인 석화와 같은 갯것들로 비토섬 사람들
은 풍요로운 겨울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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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섬에서 펼쳐지는 포스트 별주부전
먼저 별주부의 고향인 비토섬을 여행하기 전에
별주부전에 대해 잠시 짚어보는 것도 좋겠다.
남녀노소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우리가 차마 알지 못했던 별주부전의
그 이후 반전(?)에 대해 말하고자 깔아두는 포석쯤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서포면 비토, 선전리 선창과 자혜리 돌끝을 생활터전으로
꾀 많은 토끼 부부가 행복하게 살아가던 중 남편토끼가
용궁에서 온 별주부의 감언이설에 속아 용궁으로 가게 된다.
용궁에 들어가게 된 토끼는 거짓을 알아차리고
‘한달 중 달이 커지는 선보름이 되면 간을 떠내어 말리는데
, 지금이 음력 15일이라 월등도 산중턱 계수나무에 걸어두고 왔다’ 는
말로 기지를 모면하게 된다.
비토섬에 전해지는 별주부전의 전설은 여기서 더 이어진다.
토끼의 말을 들은 용왕은 다시 육지로 데려다 주라고 별주부에게 명하게 된다.
월등도 앞바다에 당도한 토끼는 달빛에 반사된 아름다운 육지를 보고 성급히 뛰어내리다
바닷물에 떨어져 죽고 말았는데 그 자리에 토끼 모양의 섬이 생겨난 것이다.
토끼를 놓친 별주부는 용왕으로부터 벌 받을 것을 걱정하여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거북모양의 섬이 되었다.
한편 부인토끼는 남편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다 바위 끝에서 떨어져 죽어
돌끝 앞에 있는 섬이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다.
이 때 생겨난 섬들이 바로 비토섬에 위치한 토끼섬, 거북섬, 목섬이란다.
한자 이름 날 비(飛), 토끼 토(兎)자에 담긴 사연이다.
현재 이곳 주민들은 월등도를 돌당섬이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토끼가 용궁에 잡혀간 후 돌아와 처음 당도한 곳이라는 뜻에서 ‘돌아오다’
또는 ‘당도하다’ 의 첫머리 글자를 따서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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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섬, 거북섬, 목섬이 전해주는 이야기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비토섬 여행을 떠나보자.
비토교를 지나면 두 갈래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하봉, 낙지포 방향이고,
오른쪽으로 향하면 낙지포, 수협공판장 쪽으로 가는 해안도로가 나온다.
먼저 별주부전의 전설이 깃든 섬들을 하나씩 찾아 나서보자.
여기서 참고할 사항 하나! 연륙교가 놓인 비토섬은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섬이지만 토끼섬,
거북섬, 목섬, 월등섬을 만나기 위해서는 썰물 때 찾아야 한다.
그때라야 비로소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월등도로 가는 길에는 토끼와 거북이 캐릭터와 함께 별주부 전설이 자세히 쓰인 안내판이 있다.
네이게이션이 섬 동쪽 끝, 월등도 도착을 알린다. 월등도를 바라보는 곳에 차를 세운 후,
물 빠진 갯벌을 따라 월등도로 들어간다.
월등도 옆쪽으로는 거북섬이, 뒷편에는 토끼섬과 목섬이 보인다.
토끼섬은 토끼가 엎드려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오른쪽의 머리에서
잘룩한 허리를 지나 몸통부분으로 이어진다.
바로 옆은 거대한 섬 전체가 거북이 형상을 하고 섰다.
월등도 주변을 걸을 수 있도록 마련된 나무테크도 눈길을 끈다.
고요한 분위기에 청량한 바람까지 살랑거려주니 걷는 맛이 제법 좋다.
별주부전 속 섬들을 돌아본 다음, 해안도로를 타보자.
섬마을을 전체적으로 한번 돌아보기 위해서는 해안도로를 타는 것이 좋다.
파란 남해바다를 끼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구비 구비마다 멋들어진 절경을 선사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아래로 내려가면 수협공판장이 나오는데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왠일인고 하니 수협 왼쪽 선착장 쪽에서 찬바람에
얼굴이 빨갛게 익은 아주머니들이 분주하게 굴을 다듬는 모습을 구경하는 사람들이다.
이곳에서는 직접 따낸 신선한 자연산 굴을 판매하고 있어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란다.
판매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싱싱한 굴을 직접 먹어볼 수도 있다.
한 망에 1만 5천원에서 2만원 정도. 나무로 불을 피운 가게의 불판에는
보기에도 먹음직한 굴들이 맛있게 구워지고 있다.
가게마다 굴 굽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맛은 시쳇말로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굴 맛이 꿀맛이다.
여기다 소주 한잔 걸치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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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어디서든 펼쳐지는 황홀한 일몰
비토섬의 백미는 탁 트인 바다로 펼쳐지는 일몰의 풍경이다.
특히나 해안도로에서 마주하는 일몰은 가히 압권이다.
망망대해 끝으로 태양이 마지막 여운을 토해내며 서서히 사라지는 순간
하늘과 바다는 온통 붉은 빛으로 타들어간다.
가슴 저미듯 아름다운 노을빛 풍광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황홀경에 젖는다.
그래서인지 해질녘만 되면 멋진 풍경사진을 찍으려는 ‘출사가’ 들이 모여드는 단골명소가 됐다.
해안도로를 지나 수협공판장 옆 거북섬으로 지는 일몰의 풍경도 장관이다.
비토섬 말고도 사천에는 일몰명소가 많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실안해안도로. 남해안 특유의 재래식 멸치잡이 시설인 죽방렴,
그리고 운치 있는 등대와 바다를 가르는 통통배,
쪽빛 바다가 어우러진 일몰 또한 장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