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칠 전 지하철을 탔다. 맞은편 경로석에 시각장애인 청년하나가 앉고 그 옆으로는 노인 두 분이 비좁게 앉았는데
시각장애인 청년이 한쪽 노인에게 자꾸 말을 건다. 몇 마디 건성으로 대꾸하다. 한분이 자리를 비우자 노인이 빈곳
으로 재빠르게 이동한다. 시각장애인 청년이 새로운 사람인가 싶어 인사말을 다시 건네는데 이 노인이 귀찮은 듯
아예 대꾸를 안한다. 청년이 불안한 듯 계속 말을 거니 그제야 노인이 마지못해 대꾸를 하는데 지켜보는 내가 다 답답했다.
노인이 보이지가 않아 얼마나 답답하겠냐고 하니 청년이 고생한 것 글로 쓰면요 소설책 한권은 된다면서
“그래도 제가요 한의사 자격증도 있어요” 그제야 노인이 진지하게 응대한다. 믿기지 않는 듯
“한의사 자격증은 한의대 나와야 하잖아?” 대구한의대를 졸업했다고 하자 대단하다며 청년을 놀라운 눈으로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왠지 씁쓸하게 느껴졌다.
솔직히 청년의 한의대 학벌은 부러웠다. 하지만 한편으론 시각장애인이 한의사를? 청년이 헛고생 한건 아닐까?
취직은 힘들 것이고 개원이나 했을까? 별의별 속물스런 의문이 꼬리를 무는 것이었다. 청년이 힘든 공부해낸 건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러나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왠지 청년이 안됐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어제였다. 아침에 샤워를 하고 홀딱 벗은 채 몸을 말리면서 습관처럼 TV를 틀자 아침마당에 왠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초대손님으로 출연을 하고 있었다. 예의 그렇고 그런 미담이나 시시콜콜한 가정사를 방송하나 싶어 건성으로 보는데
미국교포인 그 사지마비 장애인이 존 홉킨스대학의 재활의학과 의사인 이승복이라고 한다.
방송내내 한 장애인의 인간적인 면모와 인간승리를 질문 답변하며 칭찬 일색이었다. 슈퍼맨 닥터 이승복이라 불리었다.
소수이지만 어느 때나 초인적인 노력으로 성공한 장애인은 항상 있어왔다. 국회의원도 하고 변호사도 되고 교수도 의사도
사업가도 있을 것이다. 소위 남들이 인정할만한 사회적 성공은 바늘구멍만큼 힘든 것이 현실이고 이승복 같은
영웅적인 슈퍼맨을 볼 때 우러러 보기도하지만 보통은 배가 아프다. 허나 같은 장애인 입장에서 나는 뭐야 하는 자괴감을
갖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생산적일 것이다. 많이 좋아졌다지만 소수자와 약자에게 가혹한 세상과 사회 엄청
변해야 한다. 허나 그전에 스스로는 아무런 노력도 없이 불평불만만 일삼고 우물안 개구리 주제에 서로 잡아먹지 못해
날뛰는 것 인간적인 연민 마저 생긴다.
지난날 참으로 부정적으로 세상을 보고 어둡게 봐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항상 자기파과적이었지 어떠한 생산적인
결과물도 없었다. 투덜이 반성한다. 지금의 내 모습이 싫지만 지난날의 총체적인 결과이다. 해서 세상은 정직하다. 긍정한다.
첫댓글 세상사 모두 마음먹기 나름이라고도 하잔아요. 수퍼맨 닥터처럼 대성공하시분도 있고 우리처럼 평범하게 사는사람도 있지요.다들 성공한 사람만 있다면 이상하죠.ㅎㅎ
글쓴이께서도 이 정도면 잘 산 것입니다. 물론 그 젊은 시절부터 긍정적이었다면 지금쯤 혹시 어느분야의 슈퍼맨이 되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저런 과정을거쳐 지금이라도 세상을 향해 세상은 정직한데 내가 잘못 살아서 그런거라고 반성하고 있으니, 님의 앞길은 훨씬 밝게 펼쳐지리란 생각이 듭니다. 이 글도 한편의 수필로서 손색이 없군요.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 좋은일 두루두루 많이 많이 올겁니다...다같이 열심 노력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