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훈련을 한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100회 동반주를 하기로 했다.
한달전 풀코스 완주를 했으니 아직은 장거리 약빨이 조금은 남아있지
않겠는가라는 나만의 위로를 하며 호반의 도시 춘천으로....
한시간 전 송암운동장에 도착하여 오늘 100회의 주인공이신 알리님과
회원님에게 준비물을 건네고 출발선에 나란히 섯다. 조촐하게 모인
풀코스 주자와 마치 10년지기인양 인사를 나누웠다. 마라톤 경력이
쬐금 된다고 출발선에 서면 안면이 있는 런너가 더러있다.남자들이
말하는 짬밥이 늘어가고 있나..
동반주 모드로 출발
경춘선님,천리마님,알리님이 나란히 앞에서고 나와 울프님이 그 뒤를
따라 천천히 운동장을 벗어났다. 아우토반님이 잠깐 옆에 있었는데
하프주자들과 섞이는 바람에 이후 만나지 못했다.
오늘 앞에서 달리는 100회 동반주팀은 확실히 마지막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와 울프님은 불안한 상태였다.언제 뒤로 처질지 모를 일.
5분 10초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는데 나에겐 버거웠다. 딱 50미터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다가 더 벌어지다가 급수대에 먼저 도착해 물을 마신 뒤
바로 출발해 버리는 야속한 님들에게 "아~ 좀 쉬었다 갑시다."를 연발해도
듣는 시늉도하지 않고 걍 가버리는 매정한 사람들...에고~여자라고 봐주는
것도 없구먼.
동반주팀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달리는 것이 나에게 아주 적절한 페이스란
생각이 들었다. 조금 무리를 해서 함께 달리다간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아
나란히 달리는 것을 포기하고 뒤에서 내 페이스를 유지하기로 작심.
15키로를 넘어 16~17키로 지점에서 잘 따라가던 울프님이 뒤로 쳐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나에게 추월을 허락했다. "기운 빠지기 전에 파워젤
하나 먹으셈~"라는 맨트를 남기고 춘천댐을 향해 달렸다. 힘들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소극적인 달리기에서 고개를 들고 달리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춘천댐을 공략했다. 동반주팀과 아주 조금씩 거리가 좁혀졌다. 내가 빨라지는
것인지 동반주팀이 느려지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지만 춘천댐을 그리
어렵지 않게 달렸다. 동반주팀과 합류를 했다. 겨우겨우 춘천댐에서 동반주를
잠깐했다. 여자 2위라는 말에 더욱 분발했는지 동반주팀 보다 페이스가 약간
빠랐다. 천리마님께서 "무사이님은 동반주에 신경쓰지 마시고 편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세요."라며 힘을 실어주어 동반주를 하지 않고 앞서 달리는 맘이
조금 미안했다.
여자 2위라면 상금이 30만원인데...
요것으로 뭘할까? 생각해 보았다.
'아~ 맞아, 쌍둥이 운동화를 사 줘야겠다.' 요런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30키로 이후 쌍둥이 운동화,쌍둥이 운동화,쌍둥이 운동화를 속으로 외치며
힘겨운 한걸음 한걸음을 옮겼다. 이다음에 우리 엄마가 마라톤대회에서 탄
상금으로 우리 운동화를 사주었지라는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이 오늘 나의
목표가 된것이다. 어미된 마음이 언제나 자식을 향해 있으니 그 어떤 사랑
보다 값지고 소중한 것이다. 몇일전 세월호 침몰로 바닷물 속에 있는 자식을
향한 애타는 절규를 어찌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슬픔에 잠겨있는
그들을 생각하니 지금나에게 밀려오는 힘겨움은 힘겨움도 아닐 것이다.
소양강다리를 지나자 다 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거기서 공지천까지도 만만치
않게 멀게 느껴졌다. 드뎌 익숙한 공지천에 도착 37키로지점...앞으로 5키로...
최고의 힘겨운 지점을 넘어야한다. 공지천을 지나 작은 오르막을 오르는데
왼쪽종아리에 살짝 쥐가 났다. 덕컥 겁이 났다. '어~이러면 안되는데.'
스피드를 최대한 낮추고 또 낮추어 정직하게 달리다 보니 저 앞에 운동장이
보였다. 이제 다 왔구나 생각했는데 좌측으로 주로를 돌려 헤어핀코스를
돌아야했다. 반환해 운동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전설님과 소나무님이 계셨다.
전설님은 " 오늘 잘 달렸네. 정말 잘 달렸네."하더니 누군가를 지나치며 "우리
마누라예요 마누라~"를 연발했다. 헐~ 마누라가 기특한가보네ㅎ
9시쯤 송암운동장을 출발해 12시가 훌쩍 넘어 오후 1시로 향하는 시간에 다시
송암운동장에 도착했다. 텅빈 객석과 간간히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사람들을
뒤로하며 골인했다. 3시간 47분 29초 동안 주로에서 멋지다는 말을 6번이나
들었다. 진정 나는 멋진 주자인가?
끝까지 알리님과 동반주를 하지 않고 여자 2위라는 아니, 30만원의 상금에 눈이
어두웠음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그러나 골인 후 모든 것이 용서되었으리라...
언제나 그만큼의 힘겨움을 넘어야 허락되는 완주의 기쁨을 춘천에서 느낄수 있었다.
첫댓글 무사이님 멋져요.
축하해요. 이 기분 그대로 쭉
끌고 가시길 . . 힘
페이스 조절에 힘이 되어주셨음에 감사드립니다.
ㅋ ㅋ 겸손하시긴...수고 하셨어요.
감사^^
멋지다는말 아무리해도 모자랄듯해요ㅎㅎ 멋져도 너무나도 멋진 무사이언니^^
내가 넘 나대는 것 같은데 ㅋ 이제 조용히 살아야겠다 ㅎ
멋지고 장하십니다.수고 하셨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은데 그렇게 봐주니 그렇습니다. 감사했습니다.
항상 말하지 않아도 멎지십니다..
다시한번 축하드리고요 앞으로도 계속 좋은 모습 보여주기 바랍니다...힘
이제 멋진 척^하지 말아야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