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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산초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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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한국 | 기사입력 2007-07-23 16:03 |
살충·해독 효과 좋아 "지병아 물렀거라"
사람들은 식물을 눈으로 가장 먼저 보게 되지만 기억하는 부분은 제각기 다를 수 있다. 냄새로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는 식물이 있다면 산초나무가 그중에 하나이다.
꽃에서 나는 향기가 아니라 식물 전체에서 특별한 향이 나는 산초나무는 우리 산 이곳 저곳 없는 곳이 드물고 쓰임새도 요긴하여 산에 자라는 풀이나 나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산을 끼고 있는 어딘가에 고향집이 있는 누구나 이 나무를 안다.
하지만 따지고 들면 산초나무와 초피나무를 서로 혼동하여 알고 있기 십상인데 한 여름 원반같이 환한 꽃송이들이 피어나 벌을 부르는 모습이 시원하니 지금이 산초나무 이야기하기에 제격인가 싶다.
산초나무는 운향과에 속하는 낙엽성나무이고 다 자라야 그 키가 3 - 4m를 넘지 못한다. 사실 산초나무와 초피나무는 식물학적으로는 엄격히 그리고 확실히 구분된 서로 다른 종(種)이지만 일반인들이 쓰고 부르는데는 거의 구분이 없다.
산초나무의 이야기를 하여 한참을 듣다 보면 초피나무이야기를 하고 있고 산에 가서 이 나무가 초피나무라고 일러 주면 틀렸다고 확실한 초피나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가까운 예로 미꾸라지를 갈아 만든 추어탕을 파는 식당에 가 보면 산초가루를 쳐서 먹는데 이것은 초피가루가 맞다. 황대권 선생님이 쓰신 야생초 편지에도 두 나무를 보고 하던 논란을 내가 만든 우리 나무 100가지란 책을 보고 잠재우셨노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다.
두 나무는 줄기에 가시가 서로 어긋나게 달리면 산초나무, 마주 달리면 초피나무이니 가시만 보면 쉽게 구분이 간다.
하지만 알고보면 가시 외에도 꽃피는 시기가 다른데 산초나무는 한여름에서 가을이 다가오는 문턱에 서서 그 작디 작은 꽃들을 다북히 달고 애기 주먹만한 크기로 피워 내지만 초피나무의 꽃은 봄에 핀다.
잎은 산초나무는 작은잎의 숫자가 13개 이상으로 많고 좀 더 길쭉하고 잎끝도 뾰족한데 반해, 초피나무는 가장자리의 톱니도 좀 둥글다는 느낌을 주고 작은잎 숫자도 10개를 넘지 못한다.
향신료로 쓰이는 초피나무에 비해 산초나무에서 쓰이는 기름이 몸에 좋다하여 이즈음 인기가 높다.
또 산초나무 열매를 가지고 과실주를 만들면 그 향취가 일품이고 일부지역에서는 열매나 잎을 된장에 박아 장아찌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어린 잎은 나물로 무쳐 먹는다.
또 물고기와는 여러 가지 인연이 많은지 열매와 나무껍질에 독성이 있어 고기를 잡는 어독(魚毒)으로 이용한다. 잎이나 열매를 달인 즙에 석회를 석어서 강에 풀면 물고기들이 잠시 마취되어 물위에 뜨면 잡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산초 열매의 껍질을 천초(川椒)라는 생약명으로 이용한다. 건위, 정장, 구충, 해독작용이 있다 한다. 또한 매운 맛을 내는 성분 산시올(Sanshol)에는 국부마취작용이 있고 살충효과까지 겸한다.
그래서 생선의 독으로 중독되면 해독제, 옻이 올랐을 때에는 산초잎을 물에 달여 바르고, 벌에 쏘이거나 뱀에 물리면 잎과 열매를 소금에 비벼 붙였고 종기에 고름이 생기면 산초 잎으로 즙을 내어 상처에 바르면 잠시 동한 심하게 아팠다가 금새 통증이 없어 지고 고름이 모여 빠진다고 한다.
이 방법은 서양에서도 사용되는지 이 나무의 영어 이름이 투스에이크 트리(Toothache tree) 즉 치통나무이다.
가시를 가진 많은 나무들이 그러하듯 예전엔 산초나무도 귀신을 쫓는 나무로 전해져 온다. 집에 울타리 대신 심어 병마가 오지 못하게 했다는데 성분과 효과를 보면 미신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황당할 듯한 이야기도 새겨보면 과학이 될 수 있다. 모든 계층이 서로가 서로의 세계를 좀 더 이해하고 귀담아 듣는 것은 나무를 포함한 삶의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이야기 일듯 하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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